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은 공법에서는 입법 취지와 목적 달성을 강제하기 위해 행정벌이라는 벌칙이 있다.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의 절차를 따르는 징역, 벌금 등 행정형벌이 적용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송사건절차법을 따르는 행정질서벌로 과태료 처분을 한다.
공동주택관리에서도 행정형벌이든 과태료 처분이든 침익적 사안이므로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그 위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주택관리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에게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이 상습 민원인의 비정상적인 요구에 굴복하여 과태료 부과처분을 남발하면, 국가 조직인 정부와 고객인 주민 사이에서 공동주택관리업 종사자들은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과태료 금액도 현재 주택관리업체의 영세성과 낮은 수익성, 관리사무소장의 급여 수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하여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 같이 느껴진다.
특히, 최근에는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위한 시설관리의 핵심인 장기수선 관련 과태료 처분 빈도가 부쩍 늘고 있는데, 그 금액도 매우 높다. 그런데, 보수나 수선이 필요할 때 이것이 장기수선에 해당하는 것인지 일반 수선에 해당하는 것인지 구분이 모호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의 담당 주무관에게 질의를 하여도 정확한 답변을 얻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런데, 사실 현재 장기수선제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장기수선충당금의 과소 적립에 있다.
장기수선계획상 다음 검토 기간인 3년 내 집행이 계획 되어 있는 수선·공사를 집행하지 않거나, 계획에 있는 기간과 달리 집행하거나, 계획 금액을 초과하여 집행하여도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이를 면하기 위해서는 소유자 과반수의 의결이 필요한 장기수선계획 수시 조정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반면 3년 내 집행이 계획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상황의 경우 긴급공사로 집행할 수 있는데, 이는 소유자 과반수가 아닌 입대의 의결사항이므로 한결 수월하다.
결국, 가능한 한 다음 장기수선계획 정기 검토 기한인 3년 이후로 장기수선공사가 미루어지도록 수선주기 연장 등을 통해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금액도 줄어들게 된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도 자신들의 임기 내에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금액이 인상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금액은 갈수록 적정한 수준보다 낮아지게 된다.
장기수선충당금의 과소 적립이 근본적인 문제라면, 대규모 장기수선공사의 집행과 관련된 비리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은 외면하고, CCTV설치나 부분적 수선 등 자본적지출 여부가 불분명하고 금액도 경미한 수선·공사에 대해 우발적으로 분류 실수를 한 것을 가지고 과도하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과태료 부과를 수익사업으로 하는 것으로 오해받지 말기를 바란다.
출처 : 아파트관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