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 이불삼아 요 삼아!’
“그동안 골수이형성 증후군으로 혈액암 치료를 받아오던 ‘000 수녀님’께서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되지 않아 수녀님 스스로 치료 중단을 결정하였습니다. 수녀님의 의견을 존중해드리며, 주님을 만나실 준비를 하시는 000 수녀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닷새 전 받은 공동체 회람이다.
건강하셨던 ‘000 수녀님’은 2년 전 혈액암 진단을 받으며 치료가 어렵다는 의사의 말을 듣자, 막바로 죽음 준비를 시작했다. “수녀님, 어차피 하느님 나라에 가는 건데 나 치료 안 받을래요.”라고 하시며 장례미사 전례와 고별사를 적어 수도회 장상께 드렸다. 장상 수녀님이, “그래도 의사가 아직 치료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해보고 중단해도 늦지 않으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니, 수녀님께서는 “제가 순명하고 치료를 해보지만, 아니다 싶을 때 중단하게 해주세요”다시 청했다.
그리고 너무나 빠른 속도로 의류 및 소지품 상당 부분을 폐기하고 정리도 했다. 이 모습에 공동체 회원 모두 크게 놀랐다. 가장 많이 놀라신 분은 우리 하느님, “얘야, 이렇게 급하게 말고 조금 더 있다 오너라” 하시고 2년이나 더 생명을 연장해 주셔서, 수녀님은 필요한 용품들을 소소하게 다시 장만해야했다. 옛말에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더니.
그러나 본인의 치열한 노력이 별무 소용이 되면서 부르심 시간이 가까워 진 것이다.
올해 7월 초순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어 한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벌써 4주 차에 들어서고 있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방문을 청하니 가볍고 기쁘게 허락했다.
수녀님의 입회 동기는 ‘하느님 전문, 하느님 나라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적지 않는 수도 여정 동안 온전한 전문가가 되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초대장 받은 지금 "그저 감사할 뿐이고 평안하다"라는 고백이다. 전심으로 하느님께 귀의하려는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얼굴 모습이 사십 년 함께 살아오면서 뵌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죽는다는 것이 무얼까요?” 교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사는 사람들 사이 특히 죽음을 준비하는 분에게 불문율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래전 수녀님은 누군가의 부고를 들었는데, 한 지인이 “기뻐하라 하느님께로 하늘나라로 갔다”라고 했던 말이 너무나 마땅하게 깊이 아로 새겨져 버렸다고 했다. 맞다! 우리 죽음이 오직 피해야 하는 것 나쁜 것이라면, 좋으신 하느님께서 그것을 만들어 놓으실 리가 없지 않은가? ‘저분은 정말 천주교 신자, 그리스도인, 노틀담 수녀구나!’
깨끗하게 정돈된 침방 책상 위에 성경 필사 노트가 가지런하게 있어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병이 깊은데 성경을 쓰시다니, 또 글씨가 이렇게 정갈하고 유려하다니. 성경 필사는 한글과 영문 두 개를 병행하여 쓰고 있었다. 병이 시작되면서 쓰기 시작했고, 오늘까지 쓰신 본문은 요한 13,9-13절이 메모되어 있었다. 필사한 성경을 이불과 요 삼아 관 속에 넣고 화로 속으로 동행할 것이라고 했다. ‘네 복음만이라도 다 필사를 마치고 갔으면, 9월 1일이 72회 생일인데…. 그러나 그마저도 그저 희망 사항일 뿐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께 다 맡기신다고. 우리 주님께서 그저 저 작은 소망을 허락하시고 데려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지막이 되면 새는 노래가 슬프고, 사람은 그 말이 착하다고 한다. 사람은 언제 가장 진심일까? 순간순간이 다 그렇겠지만, 인간 세상에서의 마지막 마무리 앞, 임종이지 않을까? 저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종말앞에서 저렇게 초연하게 담대하게 마지막을 봉헌하다니...안타까움중에 귀감이다.
'오늘은 수녀님이 부르심을 받고 있지만, 내일은 내 차례인데, 나도 저 선배처럼 믿음찬 초연함으로 ’아멘‘할 수 있기를. 아멘!'
그 마지막이 되면 새는 노래가 슬프고, 사람은 그 말이 착하다고 한다. 사람은 언제 가장 진심일까? 순간순간이 다 그렇겠지만, 인간 세상에서의 마지막 마무리 앞, 임종이지 않을까? 저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종말앞에서 저렇게 초연하게 담대하게 마지막을 봉헌하다니...안타까움중에 귀감이다.
'오늘은 수녀님이 부르심을 받고 있지만, 내일은 내 차례인데, 나도 저 선배처럼 믿음찬 초연함으로 ’아멘‘할 수 있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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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영문과 성경 필사를 화장火葬되는 시간,이불 삼아 덮고, 요 삼아 안고 가겠다더니, 수녀님은 2026년 9월 22일 화 오전 5시 12분에 임종하셨다. 주님이 마련해주신 시간, 정성껏 임종 준비를 했고, 오늘 한가위 추석 연휴를 맞아 멀리서 가까이에서 온 수많은 선*후배*동기 수녀들, 본가 형제 조카들, 지인들의 우정과 우애의 배웅을 받으며 하느님께로 갔다.
선배님! 그리워하시던 하느님께 가서 자리 잘 잡아 놓으세요. 지금 살아있는 우리도 그분이 부르시는 대로 뒤따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