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행복
가슴속으로 날아드는 가을 따라
행복을 낭독하며 걸어가는
아빠와 아들의 마음도
파랗게 노랗게 변해가는 길을 따라
중국집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는
뭘 시킬지 생각하고 있던 그때
"난 간짜장 시켰는데
그냥 자장면을 가지고 오면 어떡해요"
"손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듣고 그만 실수했나 봅니다"
날카로운 여자 손님의 음성과
카운터에 앉은 주인의 따가운 눈초리에
종업원의 얼굴이 핼쑥한 낮달을 닮아가던
그때
"그럼 날 줘요
그렇잖아도 자장면을 시킬 참이었는데…."
그렇게
위기를 넘긴 젊은 직원의 굳은 얼굴이
맑은 하늘에 마음 놓고 안겨 가는
구름을 닮아가며 멀어진 자리에
"영감...
여기로 오면서 얼큰한 짬뽕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젊은 직원이 곤란해지는 걸 보니
갑자기 자장면이 당기는 거 있지"
라며
닿기 전에
부서지는 공기 방울 같은 세상을
나의 작은 마음 하나로
변하게 할수 있다는 얼굴로
웃고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식사를 마친 아빠는 카운터로 가더니
사장님께 살며시 묻고 있었는데요
"저기 앉아서 식사하시는
노부부께서는 자주 오시나요?"
"한 달에 한 두번은 오시는 것 같네요"
중국집 사장님과
살가운 이야기를 주고받다
걸어나간 아빠와 아들은
지나는
바람에 가을이 온 까닭을 물으며
하늘을 지붕 삼아 놓여있는
한적한 공원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가을을 오려놓고 있던 그때
저 멀리서
두 손을 꼭 잡고 걸어오고 있는
노부부와 점점 가까워졌을 때
아빠와 아들은 익숙한 눈인사를
건네고 있었는데요
"아까 중국집에서
뵌 할아버지 할머니시다"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고는
서둘러 연못 나무다리를 걸어가던
노부부가
다리 중간쯤에서 멈칫거리다
한쪽으로 붙어 겨우 지나가더니
다시
되돌아와 나무다리 한 칸에 빠진
나사를 채우고 계신 모습에
"뭐 하세요 할아버지?"
"다음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하지 않겠니…."
내 마음이 정하는 만큼
행복은 따라오는 거라며
가을을 따라
먼저 걸어가는 노부부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아들의 손을
꼭 쥐어보이던 아빠는
중국집 사장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보고 있었습니다
"저기 저 노부부께서
다시 오셔서 음식을 시키시면
이 돈으로 부탁드립니다"
라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카페 게시글
실화 ♤ 감동글
타인의 행복
황제 켄디
추천 2
조회 49
25.04.12 06:5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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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행복한 하루 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