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효(대표겸기자)
한 버스회사의 무자비한 해고와 관계당국의 몰이해로 말미암아 버스노동자들의 삶이 벼랑에 내몰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재 경성여객에서 해고된 버스노동자들은 7일 한국인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사가 버스노동자 1인당 연 700 ~ 800만원에 달하는 차익을 취하기 위하여 자사의 취업규칙을 악용, 사고 등을 구실로 경력운전자들을 상습적으로 해고하면서 대신 신입운전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해에만 무려 8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철씨(47세, 경력 7년)는 지난해 11월 23일 경성여객으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해고사유는 그가 관련된 대인대물 160만원 상당의 사고 건. 회사는 입사 당시부터 그에게 일어난 사고 총 건수를 문제 삼아 그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생리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노동강도에서 사고는 부득이한 경우가 많으며, 또한 이전 사고들은 당시 징계를 받은 것으로 이를 소급해서 해고까지 내몬 사측의 처사는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씨는 회사에 즉각 사직서 반려요청을 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 수리했다고 한다.
이씨는 회사의 해고에 맞서 올 초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지만 패소했다. 이들 위원회는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발적 퇴사로 본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설명은 다르다. 해고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면 노동자들이 타 회사에 취직도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측의 권고사직의 형태를 띤 사실상 강제성 해고에 노동자들이 저항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씨는 지금 행정심판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부인은 1급 장애(뇌병변)를 지닌 아들(15세)을 돌보느라 다른 일은 엄두도 못낸다. 딸은 미용을 배우는 중이라 학원비만 들어갈 뿐 수입이 없어 그간 이씨의 벌이에만 의존하던 가족들의 생계와 집세가 여간 시급한 게 아니다. 그래도 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에 “해볼 만 하다”는 변호사의 말에 힘을 얻곤 하지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법정투쟁에 아득해지곤 한다.
조병길씨(51세, 경력 15년)는 올해 5월 3일 경성여객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 3월 21일 오전, 회사의 음주 체크에 걸린 것이 원인이었다. 조씨는 집안 일 등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로 전날 늦게까지 과음해서 당일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취업규칙상 회사에 나왔다가 음주 체크에 응하게 된 결과였다. 몸이 불편해 쉬려고 해도 회사에 나왔다가 귀가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려다 발생한 일이었다.
조씨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가족으로는 얼마 전 군에서 제대한 장남과 고2 막내 그리고 부인이 있다. 부인은 자궁암 수술로 몸이 많이 약해져 일할 형편이 아니다. 오직 조씨의 벌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해고까지 당했으니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씨는 민변 쪽 변호사를 통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잘못은 했지만 해고까지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게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는 버스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상습적인 해고 배경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신규 노동력이나 마을버스와 같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버스노동자들의 인력이 항시 대기상태에 놓여있는 열악한 사회현실도 한 몫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근에서 하루라도 빠지면 급여에서 60~70만원이나 공제하는 회사의 착취 구조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7일 정오 경성여객 차고지 앞에서는 해고 버스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을 지원하기 위한 연대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 서울시내버스시민대책위, 노동해방택시연대, 버스노조민주화추진위, 동북부노동자위 등 단위가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서, 경성여객의 노동자 해고가 탐욕스런 사업주에 의해 자행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과 노조의 관료화가 버스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음에 분노했다. 특히 취업규칙에서, 노조지부장의 임기에 대해 “선거 등으로 재선임 되었을 때에는 회사는 정년퇴직의 기간을 재연장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이 노조간부(지부장)의 어용화와 귀족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성여객 현 대표는 김정환씨. 이전 경성여객 대표로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었던 김종원씨의 아들이다. 김종원 전 대표는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하여 30억 3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1년형을 확정 선고받은 인물이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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