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2017.1.25.(수)
한 똑똑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영부인이 운영하던 정수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고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 정보부의 대공 수사 국장이 되었다. 박정희 유신 독재를 엄호하기 위한 방탄막이 되어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는 누명을 씌워 사형 시키기도 했고 수없이 감옥에 보냈다.
중앙 정보부장을 하던 신직수와 함께 박정희 영구집권을 획책한 유신헌법을 기초하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과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 사나이는 억세게 좋은 관운을 타고 났다.
박정희의 딸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 이 사나이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고 그는 유신시대에서 배운대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핍박했다. 문화계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들에게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눈에 거슬리는 영화를 만드는 회사의 사장을 쫓아냈다.
상전이 탄핵 심판을 받게되자 드디어 쇠고랑을 차고 감옥에 가게 되었는데 수의로 갈아입기 전에 항문 검사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 재색을 겸비한 숙녀가 있었다.
인물이 좋고 머리도 좋아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붙어 연봉이 최고 수준인 김엔장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일하다가 여성 가족부 장관을 역임했고 청와대 정무 수석을 지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낙방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문체부 장관에 다시 발탁되었다. ‘박근혜의 여자’ ‘스타 장관’ 이라고 불렸던 이 숙녀는 최연소 여성 가족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고 오페라에 관심이 많아 한 때 오페라 동호회를 만들기도 했고 오페라 관련 저서도 남겼다.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어 일찍부터 문체부 장관 물망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남편도 김엔장의 변호사 이고 아이들이 모두 미국에 유학가 있는데 일 년 생활비를 5억씩 쓰는 초호화 생활로 한국 여인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꽃길만 걸어온 신데렐라 금수저 여인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죄로 현직 장관 최초로 쇠고랑을 찼다.
감방에 수감되기 전 역시 항문 검사까지 받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돈 많고 성질 고약한 강남 아줌마가 있었다.
청와대 권력에 쉽게 올라탈 수 있었던 그녀는 재벌의 돈을 뜯어내 만든 스포츠 재단을 The blue K 라는 빨대를 박아놓고 사유화해서 강남의 삼성동 일대에 집과 빌딩을 모두 사들여 자기의 타운을 만들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고 평창 동계 올림픽 타운 근처의 땅을 사들여 아방궁을 짓고 대통령 은퇴 후 같이 알콩달콩 살려는 원대한 꿈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K 스포츠 재단의 재벌들 출연금에는 퇴임후를 생각한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선천성 안하무인 이었던 그녀는 욕도 잘하고 말다툼도 잘해서 가는 곳 마다 눈에 띄는 사람 이었다. 잘 다니는 맛사지 집에서 소리를 지르고 제멋대로 행동했지만 종업원들은 가끔 봉투를 주는 시혜(?) 때문에 참았다고 한다. 그 부모에 그 딸 이어서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다.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 하는 말을 sns에 올려 이대 학생들을 분노케 했다. 이 강남 아줌마는 호스트 바도 자주 다닌 듯 해서 호스트로 일했던 고영태와 연인 관계 였다고 CF 감독 이었던 차은택이 탄핵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다. 모아놓으면 상하 위계질서가 생겨나고 권력 집단이 생겨난다. 권력욕 이란 인간 본성의 저변에 존재하는 한 인간의 조건 이다. 권력은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 취해본 사람이면 헤어나기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의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타인을 지배해본 사람은 ′권력 앞에 사람들은 납작 엎드리는 구나′ 하고 권력의 마성에 중독되는 것은 아닐까.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고 섣불리 맛본 권력에 세상이 나 위주고 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인가? 선거 자금으로 집까지 다 날리고서도 또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은 단상에 올랐을 때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환호하는 모습에 인생을 건다고 한다.
이 강남 아줌마는 딸을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게 하고 IOC 선수 임원에 앉히기 위한 장기 계획도 세웠다. 승마 대회에서 딸에게 불리한 점수를 준 심판을 승마협회를 움직여 심판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문체부로 하여금 승마협회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고서를 만들게 했으나 협회와 딸에게 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를 작성한 노태강 국장을 대통령을 시켜 ‘나쁜 사람’ 이라고 지목해서 목을 날렸다. 노태강 씨는 당시 수없이 받은 핍박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김기춘 실장과 최순실을 대입해보니 퍼즐이 풀리더라고 말했다. 문체부 차관 이었던 김종 씨는 대통령이 정유라 같은 끼도 많고 재능도 있는 선수를 도와주라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
안되는 사람을 IOC 임원을 만들기 위한 계획으로 라이벌을 쳐내는 조치도 취했는데 문체부 차관 김종을 시켜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김연아 선수를 안좋은 선수라고 말하고 다니게 했다.
딸을 이대에 넣기 위해 학칙까지 고쳐가면서 입학을 시켰고 교수에게 압력을 넣어 출석과 성적을 조작하기도 했다.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답안지를 조교가 작성해서 점수를 주고 리포트 제출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출한 것처럼 학점을 주었다. 이 것은 딸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딸을 망치는 짓이다. 딸만 망친 것이 아니고 교수들 네 다섯명이 구속 되었고 명문 여대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나라가 최순실 것인 양 행동한 사례는 지금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최순실이 단골로 다닌 성형외과를 중동에 진출 시키기 위해 실사를 시켰는데 조사를 맡았던 기획사가 불가 판정을 내리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서 그의 조부 회사까지 3대에 걸친 세무조사를 실시 하기도 했다. 정윤회가 정부 행정에 관여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던 청와대 행정관을 파직시키고 이 문건을 들여다본 경찰관을 협박해서 자살에 이르게 했다. 정윤회 문건과 십상시와 대통령의 관계를 보도한 세계일보의 사장을 쫓아내고 기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변호인’ 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박정희 시대 인권 탄압에 저항하는 영화 였다. 박근혜가 CJ의 손 사장을 불러 불평을 했고 CJ는 다음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천 상륙 작전’을 만들었다고 청문회에서 증언 했다.
주로 KT의 광고 업무를 맡아서 오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광고사를 빼앗기 위해 협박을 했는데 사장이 끝까지 말을 듣지 않자 ‘묻어버리겠다’는 공갈을 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청문회에 나와서 가족과 사원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협박에 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D corporation 이라는 정유라의 초등학교 친구 아버지가 경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 제품을 현대에 납품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는데 이 10억원 어치 제품은 품질 검사도 받지않아 현대는 쓰지않고 방치해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도 하다.
어느 날 아침 특검에 끌려나오던 최순실이 갑자기 큰 소리를 쳤다. ‘자유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라는) 자백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하고 큰 소리로 떠들자 옆에 있던 청소부 아줌마가 ‘염병하고 있네’ 라고 말해서 언론에 보도 되었다. 박지원 국민의 당 대표는 이 말은 호남 지방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어느 시인도 어느 소설가도 찾아내지 못할 딱맞는 표현 이라고 했다. 욕이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주어 이 아줌마는 스타가 되었다. 기자들의 인터뷰가 쇄도하고 여러 사람이 몰려와 일을 할 수가 없어 그다음 날은 안나왔다고 한다.
같은 날 오후에 박근혜가 한국경제 신문의 주필 정규제 씨를 불러 인터뷰를 했는데 탄핵 사유가 된 본질적인 문제 보다는 찌라시 작성자들에게나 흥미있을 법한 신변의 소문들만 질문을 해서 의식 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화가가 그린 박근혜 나체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윤회와의 밀회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유라가 대통령 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최순실과 경제 공동체 인가... 향정신성 의약품을 사용한 적이 있는가 최순실이 국정에 참여하고 있었는가... 따위의 질문만 해서 대통령이 변명할 여지만 주었다는 것이다. 화가의 나체 그림에 대해서는 여성 대통령 비하라고 했고 국회 탄핵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거짓말로 탄핵 사유를 삼았다고 했다. 탄핵 법정에서 청와대 비서관 안종범 정호성이 K 스포츠 재단의 재벌들 모금 액수와 인적 구성등을 세세히 지시했다고 증언 했음에도 박근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기자가 청소 아줌마에게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짜고 놓는 고스돕 같다’고 했다. 국민의 당 박지원 대표는 이 인터뷰에 대해서 ‘염병하고 있네’ 라고 했던 아줌마의 표현을 빌려서 말한다면 ‘지랄하고 있네’ 라고 말하고 싶다고 sns에 올렸다. 박근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연설문 수석회의 장관회의에 쓸 원고에서 최순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청와대 참모들이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는 자신의 모자라는 지식을 카바하기 위해서 좀 그럴듯한 말을 집어넣고 싶을 때 남모르게 최의 의견을 들어 반영했는데 최와 통화할 때는 대포폰을 썼다고 한다. 최순실은 또 박근혜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몸종처럼 데리고 다니던 십상시 들을 손아귀에 넣고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이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는데 여기에는 박근혜의 형제도 포함 된다.
박근혜가 탄핵이 인용되고 특검 조사를 받고 감옥에 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참새는 죽어도 ‘짹’ 한다고 청와대 참모와 박사모를 시켜 반 탄핵 데모를 획책하고 있다. 친 정권 성향의 관변 단체를 동원해서 연일 데모를 하고 있다. 데모 참가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한다고 알려져 있다. 헌정 수호회다 어버이 연합 이다 아줌마 연합 이다 하는 단체들이 동원 되었고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말이 적힌 프랑카드를 들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탄핵이 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여기서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은 황해도에서 일제 때 순사를 지냈고 남쪽에 내려와 교주요 목사요 하고 다니면서 사기도 치고 결혼도 다섯 번이나 하면서 40번의 전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부친 밑에서 최순실이 무엇을 배웠겠는가.
박근혜는 부친의 후광으로 대통령에까지 올랐으나 반대 세력을 강권으로 탄압하면서 통치하던 박정희의 수법을 답습하고 있다. 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마당에 자기를 내려앉히려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기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위법 행위로 여러명 구속 되면서 대통령의 지시라고 증언하고 있음에도 자기는 모르는 일 이라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