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發) 광우병 등으로 ‘육류(肉類)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은 한가하게 느망仄綬?한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살코기는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 세계 실험 결과 특정위험부위(뇌·척수 등 광우병이 감염되기 쉬운 곳)를 제외한 살코기에서는 (광우병) 오염원이 발견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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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과정에서 뇌 등이 파열돼 살코기에 묻을 경우 등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확률적으로 볼 때 살코기가 감염될 가능성이 미미한 것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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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 허 장관 말이 미덥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농림부가 보여준 안일한 인식과 대응 태도 때문이다. 농림부는 과거 캐나다·일본 등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안전한 미국에서 쇠고기를 들여오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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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소비자 입으로 들어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농림부는 휴일인 28일에도 브리핑을 가졌으나, 봉인(封印) 조치를 취한 물량 중 광우병 소가 발견된 미국 워싱턴 주에서 수입된 것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캐묻는 기자에게 농림부 당국자는 “어차피 폐기처분할 것인데 굳이 파악할 필요가 있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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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증폭된 불안감 뒤에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99.99% 안전해도, 정부가 나머지 0.01%의 위험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것이다. 농림부 장관이 “먹어도 된다”고 해도, 고깃집이 전보다 한산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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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세·경제부기자 js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