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개인적으로 무척 바쁜 하루였습니다.
아침 6시에 급한 아침을 먹은 뒤 일어나기 싫어하는 손자를 억지로 깨워
피부과와 한의원에 들른 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제대병원 원목실 봉사활동하러 간 것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손자는 밤에 몸 전체가 몹시 가려워 굵으면 두드러기가 생겨 나중 알아봤더니 전기매트에 의한 알레르기 현상이었습니다.
전기옥매트이건 전기장판이건 모든 것은 전자파가 생겨 유아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전기매트를 치웠더니 두드러기가 깨끗히 나았습니다.)
원목실 봉사 끝나자마자 성이시돌요양원 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해서 입소자 가족을 대표해서 케이크 절단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동성당으로 돌아와 빈첸시오 성탄선물 포장작업에 참여한 뒤에 저녁미사봤습니다.
그후 고승헌 마르코신부님을 모신 평신도사도직 송년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니 밤10시30분이었습니다.
내일 새벽에 있을 동마 드림팀의 애조로 훈련이 걱정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날씨는 갈수록 추워져 회원들이 과연 몇명이나 나올까 생각했습니다.
참석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온 사람은 이진희 모니카 한사람뿐이고.........
오늘 새벽5시반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니 생각보다 춥지 않았습니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성당에 가니 아무도 안 나왔더군요. 이진희 모니카만 오면 그냥 출발해서 같이 뛰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 고대승 프란치스코와 이진희 모니카가 도착했고 이어서 강명옥 가브리엘 그리고 노은숙 마리아가
합류했습니다.
다섯명은 애조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 간단히 몸을 푼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위는 캄캄했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애조로.
오직 땅만 보면 달려야 했습니다.
노은숙 마리아가 표지병에 걸려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노은숙 마리아의 마라톤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겨울철에는 언덕훈련과 인터벌훈련이 최곱니다. 수목원 괭이오름을 오르거나 사라봉 8자코스를
일주일에 한번은 꼭 달려야 합니다.... 등등"
노은숙 마리아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귤따러 가야되니 10킬로만 뛰고 가겠다면서
일행과 조금 떨어져 이진희 모니카와 동반주로 달렸습니다.
저와 강명옥 가브리엘, 고대승 프란치스코 셋은 같이 뛰다가 고대승은 조금 뒤로 쳐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달렸습니다.
아마 노은숙 마리아가 5킬로지점에서 돌아가면 이진희 모니카와 동반주를 해주려고 뒤로 쳐져겠거니 생각하며 그냥 달렸습니다.
바람은 역시 겨울날씨답게 추웠습니다. 그러나 얼굴에서는 땀이 흘렀고 등에서는 땀이 촉촉이 배기 시작했습니다.
서부경찰서 7.5킬로 지점에 이르니 가브리엘이 발목이 이상하다면서 잠시 주춤거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잘 따라와주었습니다.
애조로 훈련은 처음이라는 가브리엘이 걱정됐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고대승프란치스코와 이진희 모니카의 모습은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호흡은 순조로웠고 다리는 가뿐했습니다.
6킬로 지점에 이르자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낯익은 짚차였습니다.
김재호 요셉의 차였습니다.
내심으로는 물을 싣고 응원하러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가도 김재호 요셉의 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을 생각했더니 갑자기 목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태로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20킬로는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하고 달렸습니다.
속도를 조금 줄여 가브리엘과 같이 달렸습니다.
드디어 구엄 인터체인지 10킬로 지점에 이르고 잠시 호흡을 고른 다음에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그때 가브리엘은 몸 상태가 안 좋다면서 먼저 가라고 합니다.
혼자 어둠을 갈랐습니다.
고대승 프란치스코와 이진희 모니카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모니카는 7킬로 지점에서 돌아갔으리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하며
화이팅을 힘차게 불러 주었습니다.
13킬로 지점에 이르자 뒤에서 누가 따라붙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경쾌했습니다.
가브리엘 아니면 프란치스코이겠다 싶으면서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현석 프란치스코가 마주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야간 일을 끝내고 뒤늦게 합류한 것 같았습니다.
몸이 피곤할텐데도 훈련에 참가해준 이현석 프란치스코가 고마웠습니다.
근데 15킬로 지점 교차로 지점에 이르자 뒤에서 신호봉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신호봉에는 가끔 부딪치는 경우가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려도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날씨도 춥고 달리기에 몰두하다보니 앞만 보고 달리게 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고대승 프란치스코가 저의 뒤를 따라오면서 제 머리만 보고 쫓았는데
도로 표지병을 보지 못하고 표지병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손바닥과 무릎에 상처를 입어 더이상 뛸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프란치스코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모르고 달리기에 취했던
저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17킬로 지점에 이르자
제주도청 마라톤클럽회원들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속에는 강영선 모니카와 고민자 안나 자매님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애조로의 마지막 남은 2킬로 구간은 그야말로 마의 고갯길입니다.
완만히 끝없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은 사람을 죽이는 거리입니다.
다 왔다는 안도보다 호흡은 가쁘고 다리의 힘은 빠지면서,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구간입니다.
그러나 절대 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줄이며 달렸습니다.
골인지점에 이르자 그냥 주저앉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1시간57분.
물로 목을 축이고 보니 이현석 프란치스코와 강명옥 가브리엘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을 가르며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근데 걷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가브리엘은 골인지점에 다다르자 "이렇게 힘들면 누가 마라톤을 합니까?"하고 말하더군요.
풀코스는 진정 고통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고통 속에서 기쁨을 얻고자 매번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 있으니 고대승 프란치스코가 차를 몰고 왔길래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으니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해서
그때서야 진상을 알았습니다.
부상이 오래가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했습니다. 그때 뒤를 돌아봐야 하는 건데
그냥 내 생각만 하고 달린 저가 몹시 미웠습니다.
이제 모니카만 기다리면 됐습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몰려왔습니다. 이대로 그냥 있을 경우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몸도 덥힐겸 모니카를 마중하기 위해 다시 뛰었습니다.
1킬로 지점에서 모니카를 만나 같이 뛰었습니다.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대단한 사람들.
그대들이 있기에 제주가톨릭마라톤동호회는 나날이 발전하리라고 믿습니다.
성탄 전날 12월24일 6인의 새벽 훈련은 이렇게 해서 모두 마쳤습니다.
첫댓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새벽을 달리는 가마동 미친 열두 발.
미치고 싶다.
아침 처음에는 춥다고느끼는데 5킬로지나면 입던것모두 던지고 픈 마음이 꿀덕같지요^^
날씨가 좋아지면 더 잘달릴것으로 지금 힘들어도 봄을 기다리며~~~
연습에 안다치고 뛸수있으면 좋겠어요^^
눈 펄펄 날리는 벌판을 땀 뻘뻘 흘치멍 돋는 그 행복 그 기쁨 그 지꺼짐
누가 알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울 회장님! 쓰다가 만 훈련일지 언제 완성할까요?
저도 애조로를 회장님과 같이 뛰어봤는데요, 마지막 2키로구간은 장난이 아니던데요, "휴"
걷지만 말자고 하며 다짐하였는데도 마지막 100미터는 걸어서 들어 왔습니다. ㅋ
담에는 더 잘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져보며 ㅋ
힘이 빠질대로 빠진 그 마무리 오르막 일키로가 죽을똥 살똥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일키로 내리막 지점에서 출발하여 먼저 오르막을 달리며 시작합니다.
그 날 가브리엘천사 달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 잽디다.
2012.3.18 동아마라톤을 달릴 때 꼭 명심해야합니다.
동대문구장까지는 배록이 물어도 아니 진드기가 물어도 천천히 뜨게 뜨게 뜨게 도라사 헙니다.
아람수강?
맹심헙써.
멋쟁이 가마동 횐님들 힘내세요? 몇번을 더 하다보면 마지막 오르막이 느껴지질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