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존은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는 임사 체험을 했다. “그다지 선명한 경험은 아니에요.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건 내가 어떤 방에 있었다는 거예요. 어두웠어요.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커다란 칵테일 파티 같았어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난 그 사람들이 내가 속해 있던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죠. 나는 그들에게 낄 수도 있었고, 끼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끼지 말자고 선택했던 게 또렷하게 기억나요. ‘여기 남고 싶지 않아’라는 식의 내적인 결단이었어요.”
존은 삶을 선택했다. 단지 육체가 이 땅으로 돌아오는 쪽을 택했다는 뜻에서만이 아니라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기로 결심했다는 뜻에서 그랬다. “저승사자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나니까 내가 지금 있는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더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되었어요. 깨달은 게 하나 있었지요. 죽음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내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 말이에요.”
“존, 에이즈와 임사 체험이 수치심을 극복하는데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내가 물었다.
“수치심을 극복하는 긴 여정에서 꼭 대면해야 하는 시련들이었지요.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거예요. 그렇게 다정하게 껴안으면 두려움은 사라지지요. 임사 체험을 하면서 ‘그들’이 나한테 더는 아무런 힘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웃과 교사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내게 손가락질하고 사라지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들은 이제 내게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사는 거, 진실하게 사는 것뿐이에요.”
“수치심을 경험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수치심을 주는 말들은 내 인생에서. . . 옮길 수 없는 단단한 무엇이라고나 할까요? 단단하고 옮길 수 없는 것이 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것을 밟고 올라서 넘어가야지요.”
P 38~39
글레나가 채널링을 시작한다는 표지는 분명하다. 우선 목소리가 약간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억양과 톤, 말투가 다 눈에 띄게 바뀐다. 존의 세션을 하면서 여럿의 비물질적 존재가 나타나 그녀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당신들이 셋이므로 우리도 셋이 왔습니다.” 접신된 존재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물질계에 있지 않습니다. 영계에 있습니다. 당신들이 ‘저승’이라고 말하는 곳이지요. 우리 중 둘은 당신들처럼 인간이라는 물질의 형태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천사 세계에서 왔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이름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 이름은 당신들이 발음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의 모습은 당신들에게 희미한 형태의 색깔로만 나타납니다. 감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지요.” – 중략 –
“우리 셋 중 하나는 여러 번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적이 있습니다.” 천사가 말을 이었다. “이제 그가 당신들에게 직접 말하겠답니다.”
“맞아요. 나는 당신들의 세계에 867번 태어났습니다.” 두 번째 천사가 입을 열었다.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산 적이 여러 번 되고, 사람이 아닌 생명체로 태어나는 쪽을 택한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사실 나는 존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당신의 길잡이 영혼 중 하나가 되기로 선택했지요. 우리는 그 이전 생에서 아주 여러 번 함께 했습니다. 자매였던 적도 있고 모녀지간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적이 되어 서로를 죽인 적도 있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당신과 나는 다음에 어디서 만날지, 어떤 환경에서 만나 서로가 아름답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지 의논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영혼의 짝(soul mate)’이라고 하는 그런 사이입니다. 우리 두 영혼은 파동이 무척 비슷하지요. 다시 말해 우리 둘은 매우 비슷한 색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삶에서 존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무척이나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증명해 내야 할 것이 많고, 또 에너지를 모아야 할 일이 많았지요. 나는 늘 당신 곁에 함께 있었습니다. 가끔 당신이 가장 깊은 암흑 속에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때에는 당신에게 힘을 주려고 조금 앞서 가며 당신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내 에너지는 당신에게 매우 친숙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존, 나는 당신이 당신 영혼의 아름다움과 당신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빛을 기억해 내기를 바랍니다. 주변에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인데 그러한 밝은 빛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깨어 있지 않은 자들 가운데 홀로 깨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현자요 진정한 치유자입니다. 기운을 내고 용기를 잃지 마세요.”
P 40~42
“존이 에이즈라는 병을 경험함으로써 어떻게 영혼의 성정에 도움을 받지요?”
“진정한 자기를 보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기만이 가진 가치를,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이 끝없는 사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라는 신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존의 전생 계획에 참여한 영혼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 즉 순응, 기존의 가치 체계를 말합니다 – 경험하게 될 조건적인 사랑을 계획했어요. 기존의 가치 체계에 들어 맞지 않는 존의 정체성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사랑해 주지 않았습니다. 존의 자아는 이런 식으로 형성되었지요. 즉 자기는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고 다른 이의 기대에 부응해 인정을 받을 때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이에요. 여기서 혼란이 시작합니다. 에이즈라는 병은 자신이 사랑 받을만하지 않다는 믿음과, 조건 없는 사랑을 향한 갈망 사이의 분열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존이 영혼이 안에서부터 빛을 발하고 존의 인격체가 그 빛이 자신임을 믿을 때 치유가 일어나고 완성되는 것입니다.”
천사는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영적 성장 과정의 핵심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한되고 흠결 있는 존재로 보기를 그치고 원래 초월적인 존재임을 기억해 낼 때 자기 사랑의 불이 지펴진다는 뜻이었다. 이 내면의 빛을 알아볼 때 우리의 사고 패턴이 바뀌고, 외적으로는 몸이 건강해진다.
“존의 영혼은 이처럼 안으로부터 빛을 내보내기 위한 계획을 어떻게 세웠나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지요?”
“여러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윤회는 더 낮은 어둠의 단계를 거치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증오의 진동이 있습니다.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분리의 진동이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음의 진동이 있으며, 두려움의 진동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진동은 우리가 소리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파동으로 존재합니다. 그것은 보이지도 않고 측정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몸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 세계에 있는 여러분은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고 믿지요. 여러분은 자신이 두려움이고, 증오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음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죽이는 일도 일어납니다. 누군가를 해치고 착취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더 낮은 파동으로 행동합니다. 영혼이 몸으로 들어올 때 명철한 지혜가 대부분 사라지므로 인간인 당신은 당신이 곧 몸이라고 믿게 됩니다. 당신이 영혼이라는 기억이 멈추어 버리는 겁니다. 이것 역시 계획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신성을 잊어버린 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되니까요. 그 진실은 엄청난 힘을 일으키고, 믿음을 굳게 하며, 파동을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 중략 –
그렇다면 존의 영혼은 그러한 삶의 계획이 이처럼 엄청난 성장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혹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니까 존의 내면에서부터 영혼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그가 그것을 알아보도록 특정 사건들이 미리 계획되었다는 말인가요?”
“(영혼이) 계획하고 그 결과 존이 경험하게 된 사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존은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바로 그 빛을 알아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점차적인 과정입니다. 인간의 몸은 매우 낮은 파동으로 진동합니다. 진실은 더 높은 파동에서 볼 수 있지요. 몸은 빠른 속도의 높은 파동에는 맞추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높은 파동 속을 잠깐 스쳐가듯 볼 수 있을 뿐이죠. 그런 식으로 아주 조금씩 몸이 빛에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세포 속에 빛이 조금씩 쌓이면서 아주 점진적인 방식으로 더 높은 파동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P 44~45
웰컴투 지구별
로버트 슈워츠 지음/ 황근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