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인사이드> 스페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 125분, 2007년, 드라마
내가 본 올해의 영화이다.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합법적 안락사를 주장했던 라몬 삼페드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런만큼 영화가 던지는 물음은 각별하다. 이런 점에서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 소수자의 진실에 밀착한 이 영화를 인권영화로 바라보기에도 충분하다.
라몬 삼페드로는 목디스크가 부러지는 사로고 전신마비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나름 투철한 사유와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문제는 그가 더이상 살아갈 아무런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죽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의 도움 없이는 죽는 것도 여의치 않다. 그는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안락사를 하고 싶지만, 사회적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은 역시 어려웠다. 결국 그도 친구의 도움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깊다. 영화 제목처럼 그는 인간의 조건인 죽음을 통찰하고 있다. 그의 통찰에 천국과 영혼이 들어설 여유도 없다. 그것은 오히려 정신적 나태과 두려움에 기인할 뿐이다. 하지만 일단 두려움을 극복한 자에게 죽음은 더이상 피할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이다.
영화는 또 한명의 주인공여자도 나온다. 그녀는 유전적 뇌질환으로 점차 몸이 마비되기 시작하고 기억도 잃어버린다. 실존의 고뇌에 빠진 그녀는 그를 돕와 안락사을 쟁취하기 위한 법적 투쟁에 참가하지만 병이 그녀보다 빨랐다. 몸은 물론 기억의 일부를 잃은 그녀를 보며 나는 인간에게 자기 정체성이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 생각했다. 우리가 믿는 '나'라는 것은 고작 기억의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영원한 영혼이라 믿기도 하지만 알츠하이머나 정신질환자를 보면 '나'의 순간성은 곧 드러나고 만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죽음은 가치판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삶의 자연스런 일부이다. 더구나 병원에서 어색하게 죽어가는 것보다 자기 살던 집이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아름답게 죽는 것이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여행을 서투르게 해서는 안된다.
영화에 스민 파토스와 시적 아름다움이 좋다.
인간은 고독하다. 때로 인생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아름다움도 있고 기쁨도 있다. 슬픔도 물론 있다.
나의 삶은 한번이다.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 끝없이 깊고 어두운 밤하늘을 본다.
- 시놉시스 -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26년 전, 수심을 알 수 없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 전신마비자가 된 남자가 있다. 라몬 삼페드로, 무기력한 전신마비자이기 보단 의욕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찾고자 했던 그에게 바다는 단 1미터도 움직일 수 없는 인생을 안겨준 공간이자, 영원한 자유를 소망하는 꿈의 공간이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침대에 누워서 오로지 입으로 펜을 잡고 글을 써왔던 그의 소망은 단 하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죽음의 자유가 있는 그곳, <씨 인사이드>
한편, 라몬을 찾아온 두 명의 여자가 있다.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는 수다스럽지만 순수한 여인 로사. 라몬이 스스로 생을 끊으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턱대고 그를 찾아와 친구가 된 그녀는 라몬을 사랑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한다. 또한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변호사 줄리아. 라몬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안락사 소송을 도와주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점점 사랑을 느끼지만, 그 감정조차도 그들에겐 너무나 버거울 뿐인데…. - <무비스트>에서
- 제작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