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란 과목이 있다.
수업의 일환으로 자기 소개를 나와서 발표하는 것이 과제이다.
교수님 말씀이..
" 저번주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라고 했었죠?
그걸 다 읽어 보니 제가 참 마니 놀랍더군여...
벤처를 하다 사업을 접고 다시 공부하려는 분도 몇분 보이고..
젊었을때 자신에게 약속한 약속을 지키려고 여기 들어오신분도 있고....
그래서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지정을 하겠습니다.
지정을 한분은 나와서 발표를 하시고 나머지분들은 제가 왜 이분들을 지정했는지 발표를 들으면 아실겁니다.
그럼 처음으로 발표할 사람은 원우회 회장님...
그리고 가장 연장자이신 최선생님... 마지막으로..."
두근 두근... 설마... 설마 나일라고...ㅡ.ㅡ
" 윤세진씨.... 이렇게 세분 발표 하세요.. "
저런... 우째 그럴꺼 같더만...ㅜ.ㅜ
앞에 두분 발표가 끈나고 드뎌 내 차례가 왔다..
" 안녕하세요? 윤세진이라고 합니다. "
흐미.. 큰 강의실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려고 하니 여간 떨리는게 아니었다.
" 다른 분들은 자기소개서를 영어로 준비하신 분도 있고 여러장 아주 정성껏 준비하신 분도 많은데 전 딸랑 한장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마니 죄송하구여.. 써 온걸 읽느니 그냥 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
이렇게 해서 나의 소개는 시작되었다.
올해 나이 30이고 경기도 여주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때까지 유학을 하셨기때문에 집안은 유교적으로 조금 엄한 분위기 였습니다.
왜 사극에서 보면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의 집이 종종 나오지 않습니까?
그게 저희 집이었다고 하더군여...ㅡ.ㅡ
할아버지께서 붓을 꺽고 지금의 집안을 세우셨다고 하십니다.
양자를 들여 대를 이을 정도로 아들 귀한집에 아들로 태어나다보니 조부모님께 귀염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걸 걱정하신 부모님은 제 나이 13살때 집에서 내 쫓으셨습니다.
말이 좋아 유학이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집을 나와 살고 있습니다
올해로 18년째로 접어 드네요...
저는 여기 대학원에 들어오게된 동기로서 저의 소개를 대신할까 합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손재주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던 저는 어릴적 꿈도 장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도 좋아했지만 미대를 갈 여건이 안되어서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기공학을 선택했었구여...
중학교때부터 지금껏 들었던 별명이 주로 윤가이버나 순돌이 아빠인걸 보면 그 분야에 나름대로 재주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엔지니어의 길과 거리가 먼 경영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한 사건 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그 사건이란게..
혹시 오양 비됴를 기억하시는지여...
98년돈가여.. 시대를 떠들썩 하게 했던 그 오양 비됴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컴퓨터를 일찍 다루다보니 전 학교에서 그 오양 비됴를 가장 먼저 구해서 학교에 쫙 뿌렸던 놈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관람을 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그 테크닉에 감탄을 하며 입을 다물지 못할때...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자세(?)를 바꿀때마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느라 하던 일(?)을 멈추고 왔다 갔다 하는것이 참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 후로 바로 후배들과 연구팀을 만들었고 그 후 졸업때까지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보냈습니다.
일명 인체추적 셀프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
혼자의 힘으로 안되어서 전공 교수님 뿐만 아니라 기계과 교수님들 방을 수시로 들락거리다보니..
전 나름대로 주변에서 유명인이 되어버렸습니다..
희안한 싸이코 같다는 소리부터 기발하다는 소리까지..
그 후에도 많은 아이템을 만들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졸업전에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1년여의 사업을 해보고 나서 문을 닫았습니다.
물론 쪼올딱 망했구여...
그때 참 마니 배웠던거 같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낸다고 해서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사업을 하면서 돈도 힘들과 사람 관리도 힘들었지만
제가 가장 뼈져리게 아쉬웠던것은
제 머리속에 공대생 마인드만 있고 경영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라는 점이었죠..
그래서 뒤늦게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쩌구 저쩌구....
감삽니다... (꾸벅...)
푸하하하...
강의실은 일단의 웃음 바다였다..
아~~~ 민망해라....
강의가 끈나고 모두 술한잔 하려고 어느 식당에 모였었다.
식사를 하면서 화재는 당연 오양 비됴 였다...
아직도 가지고 있냐는둥... 하나 달라는둥...
그거 왜 장사 안했냐는 둥... 다른건 모 만들었냐는둥...
일단 이 반응들은 내가 나의 소개를 나름대로 확실하게 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