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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출판만화축제인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린 한국만화박물관. 개막 축하 퍼레이드 장면.(사진=한국만화영상진흥원) |
14~18일 닷새간 경기도 부천 영상문화단지와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열린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제는 ‘이야기의 비밀’. 이번 축제에서는 주제에 걸맞게 만화 콘텐츠가 완성되기까지의 수많은 비밀과 만화 속에 담긴 이야기가 소개됐다.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후원했다.
축제는 전시, 컨퍼런스, 부대행사, 콘텐츠 페어 등 총 5개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15일 오후에 진행된 ‘이야기의 비밀’ 컨퍼런스에서는 최근 80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는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인 장마르크 로셰트(Jean Marc Rochette, 그림)와 뱅자맹 르그랑(Benjamin Legrand, 글), 특별 게스트로 봉준호 감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부 학술토론회를 시작으로 두 원작자와 감독은 시민들과 함께 ‘설국열차’를 관람한 뒤, 목원대 김병수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의 사회로 스페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원작 만화 ‘설국열차’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비교하며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감독과 원작자와의 인연, 스토리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대담은 김 교수의 질문에 게스트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에서 ‘설국열차’를 관람하고 있는 원작자 르그랑(왼쪽), 로셰트, 봉준호 감독(오른쪽) (사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설국열차에서 그림을 담당한 장마르크 로셰트(57)는 “만화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콘텐츠다. 봉준호 감독을 만난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스토리 작가인 뱅자맹 르그랑(63) 역시 “7년 전 ‘괴물’로 칸 영화제에 온 봉준호 감독을 만나서 쌓은 봉 감독에 대한 신뢰와 감동은 최고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광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봉 감독은 “2005년 홍대 앞 한 서점에서 ‘설국열차’를 발견하고 책에 매혹이 되어 영화화하고자 마음먹었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심사위원으로 나온 르그랑을 처음 만나 영화화를 이야기했다. 그 뒤 파리에 갈 때마다 만났고, 2008년 한국에서도 만나는 등 꾸준히 인연을 이어나갔다.”고 소개했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모바일 무비 ‘미생’에 출연한 배우 김보라 씨와 함께 한 ‘설국열차’ 원작자 |
이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밝힌 두 원작자에게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르그랑은 “많은 재해석과 각색을 거치고도 원작에 충실한 점이 놀랍다. 상상한 것 이상을 영상으로 옮겼고 많은 감동을 받고 울었다.”고 말했다.
로셰트는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스토리보드도 같이 보고 영화 촬영 현장에도 함께 했다. 그러나 내가 예상한 것과 달리 훨씬 멋진 영화로 완성됐다.”며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 창밖은 온통 흰 눈 등 제약이 많은 설정이 영상으로 잘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만화의 특징에 대해 묻자 로셰트는 “어떤 자본이나 다른 투자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르그랑은 “좋은 만화의 조건은 첫째도 좋은 이야기, 둘째도 좋은 이야기, 셋째도 좋은 이야기‘이다. 이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축제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박재동 씨 “스토리텔링 시대라 불릴 만큼 이야기가 각광 받는 이 시대에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이야기의 비밀을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왼쪽은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홍보대사인 배우 김보라 씨.(사진=한국만화영상진흥원) |
봉 감독은 만화 ‘설국열차’를 영화화한 과정을 설명하며 “기본 뼈대는 자크 로드가 만든 파트1에 치중했다. 꼬리 칸을 출발해 엔진 칸에 도착하기까지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이야기다. 감춰져 있는 거짓과 진실이 들어나는 주제적인 면은 2, 3권의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크 로브가 기본적으로 세팅한 정신과 벤자민이 깊게 파고 들어간 것을 시나리오에 모두 넣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원작 ‘설국열차’는 1970년대 자크 로브(시나리오)와 알렉시스(그림)의 구상으로 출발했다. 알렉시스가 단 4 페이지만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난 후 장 마르크 로셰트(그림)가 합류해, 1984년 1권이 출간됐다. 만화의 2, 3권은 1990년 자크 로브 사망 후에 벤자민 르그랑(시나리오)이 이어 받아 2000년 완결시켰다.
봉 감독은 끝으로 ‘설국열차’의 다음 이야기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으냐는 질문에 “‘설국열차’ 이후의 내용보다 프리퀄을 만들어보고 싶다. 윌 포드가 기차를 만들던 시절부터 꼬리 칸에 올라탄 인간들, 길리엄이 팔을 자를 때까지의 이야기를 클라이맥스로 하는 꼬리 칸 탄생기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 본인의 영화가 만화로 재탄생 된다면 최규석, 윤태호 작가와 함께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만화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만화가와 팬과의 만남에서 캐리캐처를 그려주고 있는 작가들. 방학을 맞아 찾아온 학생들로 붐볐다. |
한편, 이번 페스티벌은 부천이 국제만화도시로서 해외 여러 국가와 활발한 교류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대표적으로 유럽 최고의 만화도시 프랑스 앙굴렘 시장단이 방문해 부천시와 교류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2013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얻은 ‘한국만화 특별전’과,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수상자들의 작품이 전시된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특별전’도 열렸다.
앙굴렘 필립 라보 시장은 “지난 1월에는 2003년에 이어 10년 만에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만화특별전을 여는 등 앙굴렘과 부천은 10년간 우정을 쌓아왔다. 부천만화축제와 앙굴렘 축제는 형제 같다.”며 우애를 과시했다. 이어 “만화축제의 성공 여부는 개막식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과 관객이 참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식은 정말 훌륭했으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유럽 최고의 만화도시로 알려진 프랑스 앙굴렘시 시장단과 부천시 시장단은 조찬간담회를 갖고 양 도시 간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
인구 5만의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앙굴렘은 매년 1월이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만화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는 해마다 세계 각국 만화사업가, 애호가 20만여 명이 몰려들어 만화의 큰 시장이 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은 2003년 개최된 제30회 페스티벌에서 주빈국으로 초청돼 ‘한국만화의 역동성’을 주제로 첫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때 한국만화의 해외 수출을 급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후 열린 ‘2013 앙굴렘 한국만화특별전’은 한국의 웹툰이 세계에 소개되는 첫 무대가 되기도 했다.
정책기자 최정애 (프리랜서) cja3098@hanmail.net
* 원문보기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65979
*해병대 부사관으로 재입대 선언한 23세 청춘 http://blog.daum.net/mma9090/6880
*광복회 원로에게 듣는다 http://blog.daum.net/mma9090/6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