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 더 슬픈 건....
2015. 01 .19 엄경출
4살짜리 어린아이에게 가해지는 폭행, 그 폭행 이후 아이들의 태도....
동영상으로 보면서 분노를 넘어 슬픔이 가득하다. 어떻게 저렇게 무지막지할까라는 교사에 대한 분노와 얼마나 많은 폭행이 있었으면 아이들이 저런 태도를 취할까라는 슬픔이다.
그 사건이후로 온 나라가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뜨겁다.
cctv 조사를 통해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상습적인 폭행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난리다. 밝혀질수록 열은 더 올라오고 아픈 상황은 이어진다.
그런데 더 슬픈 건 이런 사실을 우리가 몰랐느냐는 거다. 마치 처음 안 사실처럼, 그동안은 이런 일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처럼 호들갑이다.
분명이 호들갑을 떨어야 하고, 분노해야한다.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좀더 냉정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일이다.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로인해 아이가 죽음에 이른 경우도 뉴스에서 자주 등장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보다 더 끔찍하고 안타까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동영상의 파괴력이 가져다준 여론의 흐름이다. 여론은 한껏 솟아 올랐다가 꺼져버리면 또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이집에서의 아동 학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깊게 그리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한번의 파도처럼, 한나절의 소나기처럼 몰아치고 말아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단기 처방과 잘못된 해법이 제도화 되어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하루 종일,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어린이집이 즐겁고 신나는 곳이 아니라 고통받고 학대받는 곳이라면 끔찍하다.
어린 아이들의 신체학대나 정서학대에 의한 트라우마는 성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밝혀져 있다. 아이들이 겪게 되는 트라우마는 성인보다 강도가 작아도 훨씬 크게 다가오며, 또한 평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를 막아야 하는 이유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 어떻게 할까에 대해 몇가지 생각해 보면
첫째는 사법부의 처벌 강화, 그리고 관리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
아동학대로 인한 어린이집 행정처분 현황(2011~2013) /자료제공 : 2014 국정감사 정책백서 <어린이집 “학대아동 심리치료 및 보육교사 직무스트레스 해소 시급하다>(2014, 이명수)
위 표에 의하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후 자격정지 등의 처벌을 받는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그마저도 학대 신고 후 판결을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구속이나 시설 폐쇄등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의 경우는 여론에 밀려 신속하게 조치가 내려졌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적 법 감정에 맞는 사법부의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
또한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집관리 감독기관의 실질적인 점검 강화는 물론이거니와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스킨쉽을 통한 확인과 의심가면 신고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보육교사와 관련된 문제이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는 대부분이 보육교사가 직접적인 가해자이기에 화살이 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지 보육교사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픽 참조: 데이터 뉴스>
위 조사를 보면 보건교사들이 학대를 저지르는 이유의 대부분이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으로 기인한다고 나온다. 이것은 보육교사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보육교사의 자격취득이 쉬운 점도 이번 기회에 보완할 방도를 찾아야 하며, 정기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보건교사들이 학대를 저지르는 두 번째 이유로는 ‘성격 및 기질문제’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는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복지가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말한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자긍심이 떨어진 직업에서 스트레스의 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귀결이다.
예산의 문제등 한순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육교사는 학교 교사와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직업군이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건에서 커튼으로 가려진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교사들은 몰랐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다. 알았으면 왜 말리지 않았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보인다. 그 교사로 인해 자신이 좀 편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교사로 인해 본인의 스트레스가 좀 줄어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진 결과물은 참혹하게도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폭행이 이루어지게 용인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집 CCTV설치 강제는 논란이 많다.
찬반의 의견이 엇갈리고 나름 합당한 이유를 들고 있기에 한가지로 밀어부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집 CCTV 설치에 대해 당근책을 쓰는 것이 타당하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면 평가 가산점을 부여한다. 관계기관에서는 지역별로 어린이집 CCTV 설치여부를 공개한다.(이런 정보가 학부모들에게 어린이집 선택에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CCTV 녹화 자료는 관계기관에 모아진다(만약 이것도 법적으로 어렵다면 가산점을 주는 방법 가능할 것이다) 이런 당근책을 통해 강제성의 논란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실에서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직접 기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그러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이라는 아픈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보육정책과 아동학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단기적 해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끈질기게 해결점을 찾아나가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가 멍들지 않고,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온 마을이 함께 해야 할 일이다. 바로 마을을 운영하는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