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원숙 씨가 외아들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씨의 아들 서범구(34) 씨는 지난 3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염창동 골목길에서 주차중이던 화물차가 미끄러지면서 치는 사고를 당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날 사고는 화물차 운전자 심모(25) 씨가 경사길에 차를 세워놓은 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박원숙 씨는 이날 SBS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터졌네'의 야외 촬영장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오후 3시께 급히 서울 이대 목동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들의 사망이 믿기지 않는 듯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범구야, 그렇게 가면 어떡해…"라며 말을 잇지 못하며 오열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영안실을 찾은 동료 연기자 김수미 씨에게 "왜 나에게 자꾸 이런 시련이 오는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김영옥, 김영란, 김자옥, 장용, 최수종 등 선후배 연기자들의 문상이 이어어졌고, 김영옥 씨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으며 김영란씨도 '뭐라고 위로를 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가슴에 묻게 된 이 아들은 남편과 이혼 후 정신적인 지주이자 버팀목으로 남편의 빈 자리를 채워 줘 박씨의 슬픔은 더욱 컸다.
박씨의 인생은 소설처럼 기구하다. 한 남자와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세 번째 결혼한 남편은 자신이 고소하는 등 한 개인으로서는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대학재학 시절 결혼해 낳은 아들 서씨는 이때마다 어머니를 보살폈으며 정신적인 위안과 희망을 제공해 줬다.
마지막으로 결혼한 전 남편 김모 씨는 사업 부도로 전재산을 날리면서 1995년 이혼했고 지금까지 박씨는 드라마 출연료를 압류당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때마다 아들은 정신적인 위로와 위안을 줬으며 박씨에게는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박씨는 거액의 빚을 지고 있던 1998년에는 수필집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의 인세수입의 일부를 수재의연금으로 쾌척하는 등 선행에도 앞장서 왔다. 이런 선행이 모두 든든한 아들을 향한 희망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1년 모든 경제적 문제를 정리한 박씨는 연기학원인 SFA를 설립하고 KBS '진주목걸이', SBS '흥부네 박터졌네' 등 드라마에 활발히 출연하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들 서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TV 외주제작사 'Mcity 프로덕션'의 PD로 일해 왔다. 현재 아내와 함께 5살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흥부네 박터졌네' 의 안판석 PD는 "훌륭한 연기자인데 이런 일을 당해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은 너무 망연자실해 있어 이번주는 박원숙씨 출연하는 분량은 빼고 녹화를 진행할 생각이다. 오늘 오후 4시 이후에 스태프들 모두 문상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