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시인 특집 |리춘렬
낡은 도서관 외 1편
산책을 하다가
발부리에 채인 돌멩이 하나
데굴데굴 구르다 뚝 멈추고
저만치 돌부리 꼭지점에서
솔기처럼 내 눈길을 꿰매며 올려다 보오
"돌부리를 차면 발부리만 아플텐데..…" 하고
오랫동안 펼치지 않았던
책 한 권이 입을 여오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해도
정신만은 바짝 차리고 걷거라....."
잔소리처럼 하시던
어머님의 그 말씀이
책 한 줄이 되어
지금 나에게 읽어주오
내가 걷는 사방四方이 얼마나 험했으면
乾坤을 넘어 宇宙를 떠돌던 영혼이
돌부리에 걸려 깨어났을고
차버린 돌부리에 다시 켜진 등불
내 아픈 발부리 어루만지며
책 한 권 펼쳐 주고 나는
어머님의 말씀을 읽고 있소
낡은 시계는 시간을 풀고
나는 기억을 풀면서
책 한 권을 읽고 있소
낡은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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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상현달도 달이요
하현달도 달이요
그런데 말이외다
상현달을 하현달이라고 하면 당신은 믿겠소?
하현달을 상현달이라고 하면 당신은 믿겠소?
보름달이 웃겠소
상현달이면 어떻고
하현달이면 어떻소
달은 달일 뿐이오
우리는 오천 년을 함께 살다가
칠십 년을 헤어져 살았소
상현이요, 하현이요
아웅다웅들 좀 하지 마소
함께 둥그러져 보름달이 됩시다
저 하늘 둥근 보름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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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춘렬
흑룡강성조선족사범학교 졸업 후 30여년 교직생활. 연변대학교 통신대학 역사학부 졸업.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목단강시조선족작가협회 회장.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