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마감하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이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이맘때면 여행에 더 욕심이 나는 이유다. 하지만 유난히 일찍 찾아온 매서운 추위와 냉담한 경제 상황에 몸과 마음은 모두 얼어붙는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움츠리고만 있을 수 는 없는 일.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가며 알뜰하게 겨울의 백미 새하얀 눈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은 물론, 든든한 겨울철 먹거리와, 추위를 피해가며 아이들의 긴긴 겨울방학을 살뜰히 책임져 줄 이색 박물관 기행까지. 그야말로 겨울이라 더욱 즐겁지만 부담없는 오감만족 연말여행의 방법들을 소개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가는 눈꽃여행
마음까지 추운 겨울이 그래도 기다려지는 이유는 눈이 주는 설레임 때문이 아닐까. '눈'하면 '눈사람' 보다는 '출근길 교통 정체'가 먼저 떠오른다면 어린 시절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셨던 눈싸움의 추억을 되돌려 줄 눈꽃 여행을 떠나보자. 태백산맥을 따라 유유자적 달리는 눈꽃 열차나 레일 바이크를 타고 설경을 감상하거나 빈 나뭇가지에 수줍은 눈꽃이 핀 겨울 숲을 누벼도 좋고, 눈 덮인 산 속의 청아한 공기를 마시며 트레킹을 즐겨보자. 눈을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그속에서 우린 모두 자유다.
Ⅰ. 새하얀 대설원 누비기 -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
시베리아 벌판을 연상시키는 대관령 삼양목장의 대설원은 겨울 내내 눈이 쌓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00만평 부지는 그야말로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낭만적인 설원.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와 두루미의 가슴 뭉클한 재회가 이루어졌던 '해맞이 나무'도 이곳 삼양 목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밖에 '가을동화' '웰컴 투 동막골', '연애 소설' 등의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영화, 드라마 속 추억을 회상해 보는 것도 재밌다. 본격적으로 눈을 즐기고 싶다면 해발 1140m에 위치한 동해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가벼운 눈꽃 트레킹을 하거나, 비료 포대 한 장으로 자유롭게 썰매를 타보는 것도 좋다. 그 밖에도 소달구지, 앉은뱅이 썰매, 알래스카 말라뮤트가 이끄는 개썰매 등 눈과 함께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 문의 : 033)335-5044, www.samyangranch.co.kr
Ⅱ. 눈꽃 환상선을 타고 낭만여행 - 강원도 정선 '레일바이크'
매년 겨울이면 '환상선 눈꽃 열차'가 여행객을 유혹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거쳐 승부역, 풍기역을 지나는 이 테마 열차는 무엇보다 '무조건 빨리'를 외치며 달려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무궁화 호 특유의 느린 속도가 주는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태백산 도립 공원으로 향하는 눈꽃 열차는 내년 1월 30일부터 열흘 동안 열리는 16회 태백산 눈 축제 일정과 맞추어 이용하면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정선의 레일 바이크를 타고 아우라지 강변을 따라 눈꽃을 감상하는 묘미도 그만이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총 7.2km의 거리를 약 오십분 동안 달리며 백두대간의 기암괴석과 새하얀 눈이 어우러진 설경을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어 추운 겨울철에도 인기가 높다.
● 문의 : 코레일 투어 서비스 1544-7786, www.ktx21.com
Ⅲ.아찔한 설경을 굽어보는 기쁨 - 덕유산 향적봉 '곤돌라 타기'
빼어난 눈꽃 절경 뷰포인트를 잘 아는 사람은 태백산이 아닌 덕유산으로 향한다. 주목과 구상나무가 많은 덕유산 향적봉엔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림 같은 눈꽃이 가득 피어있다. 굳이 가파른 눈길 등산을 감행하지 않아도 향적봉의 기막힌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덕유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0m에 위치한 설천봉까지 15분 만에 오를 수 있다.
설천봉에서 해발 1614m에 위치한 향적봉까지 약 20~30분간 트레킹을 하며 오르면 눈꽃과 더불어 서리꽃까지 핀 그야말로 황홀한 설국이 펼쳐진다. 허공을 가르는 아찔한 곤돌라 안에서는 바다에서 불어온 습한 바람이 차가운 겨울 공기에 얼어 생긴 상고대와 설화 터널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 문의 : 무주리조트 www.mujuresort.com 063)322-9000
든든하게 뱃속을 채워줄 겨울 별미여행
'추운' 경제사정 만큼이나 날씨도 한겨울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계절일수록 든든한 식사 한 끼는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기 마련이다. 겨울을 찾아 제철 맛을 뽑내는 전국 각지의 맛 집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맘때쯤이면 한창 물이 오른 싱싱한 모둠회 한 접시, 뜨끈뜨끈한 국물요리 한 그릇이면 매서운 추위도, 마음의 허기도 삽시가에 사라진다.
Ⅰ. 속초 오징어회 - "오징어는 역시 겨울이 제철! "
서울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은 강원도 속초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비록 수온주는 쑥 내려가지만, 상대적으로 청정한 공기 탓에 폐활량은 높아진다. 더욱이 약간은 쓸쓸한듯하면서 운치를 더하는 겨울바다의 풍경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는 묘한 힘이 있다.
무엇보다 겨울의 속초가 매력적인 이유는 제철을 맞은 풍성한 해산물 요리를 한데 즐긴다는 데 있다. 특히나 올해는 오징어가 풍년이라 하니 현지에서 보다 저렴하게, 풍성하게 맛보는 건 어떨까.
통통한 산오징어를 종종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 동명항, 대포항, 아야진항 바닷가 앞에서 싱싱한 오징어를 고를 수 있다. 1~2만 원대면 둘이서 오징어회를 실컷 맛볼 수 있다.
Ⅱ. 영덕ㆍ울진 대게 - "게 한 마리면 온 가족이 행복"
겨울이면 길쭉한 대게의 몸통에 실한 살이 꽉 차오른다. 곧고 튼실한 다리가 대나무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대게'는 겨울 보양식을 책임지는 효자품목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게 산지를 꼽자면 역시 경상북도 영덕군과 울진군이 1위 자리를 다툰다. 이제까지는 전반적으로 영덕대게의 명성이 높았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울진대게가 바짝 그 뒤를 쫓고 있을 정도로 그 우위를 가리기 힘들다.
지역별로 대게를 놓고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니만큼 비교하며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통째로 삶아먹는 것이다. 쫀득쫀득하면서 씹을수록 단 맛이 나는 새하얀 대게 살은 콜레스테롤과 지방함유율이 적고 칼슘과 철분 등이 풍부해 영양보충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좋다.
Ⅲ. 벌교 꼬막 - " 쫀득쫀득 씹히는 질감이 일품"
드넓은 벌교의 갯벌에서 나오는 꼬막은 맛과 영양 모든 면에서 전국에서도 일등 품질을 자랑한다. 매년 11월 열리는 벌교 꼬막축제에는 50만 명에 달하는 관광인파가 오로지 꼬막 하나를 위해 몰려들 정도. 11월부터 4월까지는 꼬막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진한 조갯살, 진득진득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질감은 벌교 꼬막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벌교에 '발에 채일 만큼 흔한' 꼬막전문점들의 메뉴를 살펴보자면 꼬막회, 통꼬막, 꼬막무침, 꼬막국 등 그 이름만으로도 다채롭다.
꼬막 하나만으로 이 많은 요리가 가능하다는 데 놀라고, 다음으론 각각의 요리들이 발산하는 특유의 풍미와 맛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Ⅳ. 제주 돼지고기요리 - "열량만점 고기요리"
흑돼지는 예로부터 뒷간에 살면서 인분을 먹고 자라, 고기 육질이 탄탄하고 몸에 좋은 영양조직으로 이루어진 향토명물요리이다. 일부 가게에서는 흑돼지임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돼지껍질에 붙어 있는 검고 뻣뻣한 돼지털을 그대로 남겨놓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그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이기도 한 돼지고기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삶아 쌈을 싸먹는 돔베고기, 일본 라멘을 연상케 하는 진한 육수가 인상적인 고기국수,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가볍게 익혀먹는 흑돼지 샤브샤브 등 뭍에서는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요리가 쏠쏠해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다. 추위 속에 조금만 움직여도 열량이 부족한 겨울철이라면 이 같은 영양식으로 허한 몸을 보하는 것도 좋다.
※ 볼거리 가득한 연말연시 전국 겨울축제
이런 곳도 있네 ! 이색박물관 여행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따뜻한 온기를 찾아 실내로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박물관 가운데 의외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이색 테마관이 겨울철 가족여행객을 반긴다.
Ⅰ. 고성 공룡박물관
"공룡의 발자취를 찾아서"
약 1억6,000만 년 전에 멸종한 공룡. 그들이 한때 지구상을 지배했던 흔적인 화석은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장소가 있다하니 바로 경상남도 고성군이다. 현재까지 군 전역에 걸쳐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만 5,000여점에 달한다. 고성 공룡박물관은 공룡에 대한 환상을 지닌 어린아이들에게 최적의 학습장을 제공한다. 공룡 화석들을 비교,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세심하게 복원한 공룡모형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청각 교육이 가능하다.
● 문의 : 055)832-9021
Ⅱ. 강릉 참소리축음기ㆍ에디슨과학박물관
"강릉에서 에디슨을 만나다 "
에디슨박물관은 축음기뿐 아니라 발명왕 에디슨의 오리지널 작품들을 고루 소장한,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이다. 관장이 직접 약 45년간에 걸쳐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수집한 소장품들로, 그 규모는 물론 가치에 있어서도 압도적이다. 에디슨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축음기 진품에서부터 에디슨이 직접 발명하고 제작한 전등, 재봉틀, 등사기, 영사기 등 갖가지 진귀한 컬렉션이 한데 모여 있다. 웅장한 스피커를 갖춘 음악 감상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수시로 감상회를 개최, 음악 마니아들의 발길을 재촉한다.
● 문의 : 033)655-1130
Ⅲ. 별난물건박물관
"별난 물건 여기에 다 있네"
서울과 파주, 두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별난물건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별난 물건'만을 전시하는 독특한 테마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주제만큼이나 독특한 콘셉트로 전시된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끈다. 체험을 주된 모토로 하여 별난 물건, 과학완구 등을 박물관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두어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체험장에 가깝다. 매월 쉴 새 없이 바뀌는 전시품은 별난물건박물관을 꾸준히 찾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 문의 : 서울관 02)792-8500 파주관 031)956-2211
Ⅳ. 서울 김치박물관
"민족음식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김치의 모든 것'을 소소한 데까지 관찰할 수 있는 김치 테마박물관. 그간 김치의 역사, 변천사, 다양성, 우수성을 알리는 상설 전시실을 통해 김치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물론 특히 한국의 '대표 문화'인 김치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치에 관한 역사를 알아보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담그는 과정을 관람하면서 덤으로 맛까지 볼 수 있는 시식체험 역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