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학창시절
ㄱ 할머니가(86세) 이곳에 오신지도 벌써 한달이 되었다. 바로 얼마 전 ㄱ 할머니의 따님들이 할머니를 뵈러왔다.
“어머니께서 반가워하시던가요?”
“저희들을 몰라보셔요.”
“따님들도 못 알아보신다니 얼마나 마음이 언짢으신가요?”
할머니의 옛 시절이 궁금했다.
“어머니께서는 옛날에 무얼 하셨어요?”
“전여고 출신이거든요.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선생님도 하셨지요.”
7년 전 우리 식구가 된 ㅊ 할머니도, 한달 전 우리 식구가 된 ㄱ 할머니도 전여고 출신이고 두 분이 연세가 같으니 아마 동기동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천혜관 2층에 사시는 ㅊ 할머니를 모시고 ㄱ 할머니가 사시는 천혜관 3층으로 찾아갔다. 까마득한 70여년전 학창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러나 정신이 흐린 분들도 옛날 일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두 분이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워서 “아! 이게 누구여!” 라는 말이 튀어나올 걸로는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두 분을 번갈아 바라보며 “혹시 얼굴 알아보시겠어요?” 했을 때 두 분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잠시 서로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ㅊ 할머니와 ㄱ 할머니는 전여고출신이시라는데 몇 회 졸업생이신가요?”
“….”
“….”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쉬운 걸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그때는 지금 전남여고를 웃고녀라고 했다지요?”
“그랬지요.”
두 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할머니들께서 다니시던 전남여고가 양림동과 가까웠습니까? 동명동과 가까웠습니까?”
“동명동이오.”
동시에 같은 대답이 나왔다.
“학교 옆으로 냇물이 흐르고 다리도 있었지요?”
ㅊ 할머니가 “예, 그래요.” 하고 얼른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우리 집은 다리 건너서 저쪽으로 조금 가면 나와요.”
공부와 관련된 질문을 해보기로 하였다. “학교 다니실 때 무슨 과목을 좋아하셨습니까?”
ㅊ 할머니가 잠시 망설이더니 “음악이지요.” 라고 답했다.
ㄱ 할머니도 따라서 말했다. “저도 음악이요.”
“그래서 할머니는 때마다 ‘우리 유치원’ 동요를 즐겨 부르시는가 보네요.”
벌써 ㄱ 할머니는 ‘우리 유치원’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 꽃밭에는 꽃들이 살고 있구요
우리들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ㅊ 할머니도 질세라 ‘산장의 여인’을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자기들의 학창시절을 회상시켜 드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짠하게 보였는지 ㅊ 할머니는 춤을 추다말고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뭘 알려고 그렇게 애쓰시오? 너무 염려마시쇼.”
첫댓글 원장님께서는 어르신들께 엿 시절이라도 기역를 만들어드림니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수없나 보죠 두분의 만남에 왠지 맘이 짠해지네요
웃음도 나오고 슬프기도 하고~~~ 역시 전여고 다니셨던 분들은 다르시군요~~ 아련한 기억속에서도 노래와 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