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노래가 합창으로 하나되어 행복한 낭만주의자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 변원탄 회장
[예술에의 초대 2021년 1월호]
정두환(문화유목민. 음악평론가)
낭만주의자를 우리는 흔히 ‘전통과 규범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감성과 내면의 움직임에 충실한 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진정한 낭만주의자는 전통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먼저 전통과 규범을 이해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무엇이 전통이고, 무엇이 규범인지를 바르게 이해하지 않으면 낭만이 아니라 방종(放縱)으로 흐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하기에 진정한 낭만주의자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두들 ‘낭만’이라는 말에 도취되어 그냥 낭만주의자를 그저 동경하거나 그러한 사람을 만나면 낭만주의자로 착각해버리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시대의 낭만주의자 변원탄 회장은 현재 양산병원 이사장이자 (사)숭인문화재단 이사장이며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장으로 부산문화예술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의 합창에 대한 사랑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합창이 참 좋고, 합창을 너무 사랑합니다. 노래할 때가 정말 행복합니다.” 청년 변원탄을 음악의 세계, 합창의 세계로 안내한 곳은 노엘합창단이라는 남·여 고등학생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 부산 최초의 고등학교 혼성합창단이었다. (이 합창단의 OB단원들이 중심이 되어 노래한 것이 1972년 부산시립합창단의 전신이 된다.) 변원탄 회장은 그때 느꼈던 합창의 매력을 평생 실천하며 문화예술에 헌신하는 합창인이다. 일반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행하기를 원하지만, 변원탄 회장은 음악의 길보다는 의과대학으로 진학하여 정신과 전문의가 된 이후 대한정신병원 협회 회장, 대한신경정신과학회 부산·경남 지부 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의료계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로서 의사의 길을 갔다. 힘든 의사의 삶에 활력을 준 것은 합창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었다. 지금도 그는 합창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노엘합창단을 30년이 넘도록 단장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그의 삶과 온 가정은 합창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사모님 또한 고교시절 노엘합창단에서 함께 활동한 합창인이며, 둘째 딸 변애영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 분야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등 다양하게 공연을 보며 문화예술을 사랑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합창뿐입니다.” 스스로 합창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진 그는 (재)한국합창조직위원회 위원장과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특히, 합창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도록 부산 대연동에 ‘코랄하우스(Choralhaus)’를 만들어 다양한 합창단이 노래할 수 있게 하였다. “요즈음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모여서 노래할 수 없으니 참으로 힘듭니다. 빨리 함께 모여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즈음은 노래를 함께 하는 사람들도 다들 나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함께하는 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합창은 나를 낮추고 서로를 신뢰하는 기본을 이야기 해줍니다. 함께 모여 하는 것의 중요성을 바르게 일러주는 것이 합창입니다.” 이러한 합창의 묘미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그는 합창을 돕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나 현대인의 삶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인간만이 가지는 유일한 예술은 그 자체가 인간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좋아하고 가치있는 일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아가는 변원탄 후원회 회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12월 1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졌던 부산오페라하우스 성공건립을 위한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콘서트> 현장에 선명한 대형화면이 무대 양옆에서 비추고 있었다. 필요하였지만 예산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미루어졌던 LED 전광판이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에서 이 LED 전광판을 기증하여 첫선을 보인 것이다.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순간 원어와 해석된 한글의 자막이 나란히 나타나면서 음악의 이해를 도왔다. “사람들의 눈에 크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것을 조금씩 찾아 채워나가며, 부산문화회관을 시민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문화예술로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소박해 보였지만, 단호하였다. 낭만주의는 나를 비롯하여 함께 변화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임을 느끼게 했다.
(재)부산문화회관 후원회 회장으로서 보다 많은 후원회 회원들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고, 부산문화회관이 정상적인 예산으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후원회의 역할이라며 “매년 일억원의 후원금을 목표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시민회관 대극장에 전광판 LED 교체 등 다양하게 그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돈을 벌면 좋은 일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에 후원하는 것은 가치있고 스스로에게도 품격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회 일에 동참하기를 희망합니다. 나이 들어 가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더불어 정장 차려입고 품격있게 공연장을 다니고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좋은 공연을 즐기기 위해 후원하면서 살아가는 것 정말 행복한 일 아닙니까!.” 라며 이야기하는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이미 가득하였다.
“정 선생, 나는 말이요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합창 부분을 원어로 모두 외워서 노래할 수 있다오” 합창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흡족해하는 변원탄 후원회 회장. 그의 삶은 문화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며 실천하는 이 시대의 낭만주의자요, 품격있는 신사이다. 예술과 더불어 살아가는 변원탄 후원회장에게 행복한 예술이 더욱 가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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