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몰락한 자들에게 매료되곤 햇다. 생의 어느 고비에서 한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참혹하게 아름다웠다.. 왜 그랬을까. 그들은 그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엇다. 전부인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한 것이엇다. 그래서 그들은 텅 빈 채로 가득 차 있엇고 몰락 이후 그들의 표정은 숭고햇다. 나를 뒤흔드는 작품들은 절정의 순간에 바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잇엇다, 그 표정들은 왜 중요한가. 몰락은 패배이지만 몰락의 선택은 패배가 아니다. 세계는 그들을 파괴하지만 그들이 지키려 한 그 하나는 파괴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면서 이긴다.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는 그들의 몰락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덕분에 세계는 잠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몰락하면서 이 셰계의 완강한 일각을 더불어 침몰 시킨다.
그 슨간 우리의 생이 잠시 흔들리고 가치들의 좌표가 잠시 바뀐다.. 그리고 질문하게 한다. ' 어떤 삶이 진실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삶인가.' 이 질문은 본래 윤리학의 질문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몰락은 하나씩의 질문을 낳고 그 질문과 더불어 새로운 윤리학이 창안된다. 그러나 한국어 '윤리학'은 다급한 질문보다는 온화한 정답을, 내면의 부르짖음보다는 외부의 압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 뉘앙스가 바성겨서. 나는 저 말의 라틴어인 '에티카'를 가져왔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몰락의 에티카다. 온 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문학이 이런 것이라서 그토록 아껴왔거니와 시정의 의론들이 아무리 흉흉해도 나는 문학이 어느날 갑자기 다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가지런해지던 날 나는 책을 묶을 수 있겠다고 생각햇다.
( 중략 )
문학이 아니었으면 정처 앖었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면서 말 할 수 잇는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이것이다. .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신형철 평론집 - '몰락의 에티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