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 여러번 있었다…다중 이용 서비스 업소에서 왜
등록 2018-10-23 08:52:16
2000년대 들어 PC방 살인 지속적 발생
"서비스 요구 안 받아들여질 경우 불만"
"정신적 취약한 사람 분노·공격성 표출"
"게임 과도한 몰입 판단력 흐려지기도"
저렴한 가격 이용…대부분 무직자 범행
불특정 다수 출입에 대책 마련은 어려워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여론을 들끓게 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전에도 ‘PC방’이라는 공간은 종종 살인 사건의 현장이 돼왔다.
이들 PC방 살인사건의 범행 동기는 대부분 정신적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압축된다. 범행 주체와 특징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전문가들은 PC방이라는 곳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손님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공간 ▲심야에 주로 이용되는 밀폐된 공간 ▲게임으로 인한 충동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 등을 통해 관련 사건을 되짚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PC방 등장 이후 강력 사건 지속 발생
PC방이라는 공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PC방에선 살인사건이 종종 발생해 왔다.
이번 서울 강서구 사건 이전에는 우선 2016년 전남 광주에서 일어난 범행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가해자인 케냐인 A씨는 광주의 한 PC방에서 업주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일정한 직업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수원역 인근 PC방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뒷자리에 앉아있던 손님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이씨는 고시원에서 수원시민들이 자신과 가족을 해치려고 한다는 환청을 듣고 흉기를 소지한 채 PC방에 가서 범행을 저질렀다. 조사 결과 이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2013년 의정부에서는 PC방 주인 등 5명이 손님을 둔기로 때려 죽이고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은 이후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훔쳤다.
그 외에도 2011년 인천 PC방에서 게임머니를 충전해 주지 않는다며 손님이 흉기로 종업원을 살해한 사건, 2006년 방세를 마련하려 PC방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손님을 살해한 사건 등이 있다.
◇ 대부분 무직자 범행...'서비스' 공간이라는 점 영향
PC방은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오갈 곳이 마땅치 않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찾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장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3년 PC방 주인 일당이 손님을 살해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살인사건 모두 무직자가 저지른 범행이었다.
2016년 사건의 케냐인 A씨는 난민신청자였고, 2015년 사건 가해자는 정신병력이 있는 무직자였다. 2011년 사건은일정한 직업이 없는 일용직 노동자가 저지른 범행이고, 2006년 사건에서도 회사 부도로 실직한 무직자가 가해자였다.
PC방은 ‘서비스' 공간이라는 특징이 있다. 고객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공간이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만이 쉽게 생길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강서 PC방 살인사건 가해자처럼 자기 통제가 전혀 안 되는 식으로 정신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의 경우 원하는 만큼의 서비스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일반인보다 더 강한 반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피의자 김성수도 자리 청소, 환불 등을 종업원에게 요구하다 걷잡을 수 없이 분노를 터뜨렸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서비스 공간은 뭔가 누릴 수 있는 장소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불평하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고, 특히 심리적으로 미약한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해 만족시키려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PC방은 게임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판단능력이 흐려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물론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이 그럴 가능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극소수의 사람은 게임을 하다가 심리적으로 흥분과 안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강력한 충동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극소수 피시방 고객은 가상세계에 과몰입해 있어서 현실 판단 능력이 흐릿해질 수 있다"며 "그런 사람들은 자극이나 충동이 가해지면 평상시보다 쉽게 폭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일반적인 살인사건보다 잔혹...“분노 표출이 원인”
이번 강서 PC방 살인사건은 일반 살인사건보다 더 살해 방식이 잔혹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PC방 살인사건들에 비춰봐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피의자의 행태를 '분노'에 의한 보복범죄라는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해자가 단순히 상대방을 살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공정식 교수는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며 "정신적으로 취약하면 분노 통제가 안돼서 과도한 형태로 공격성을 표출하려고 이런저런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진 이번 사건의 잔혹성이 '분노 표출'로 인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현재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 중이다.
◇ PC방, 심야까지 불특정 다수 출입...대책 마련 어려워
PC방 등 공개된 서비스 공간은 성별·나이·직업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에서 강력 사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또 대부분 PC방이 공개된 곳에 있더라도 내부는 폐쇄적이고, 야간에도 영업을 한다는 점 때문에 범행이 일어나기 쉽다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 방지를 위해선 CCTV 설치, 경찰 비상 연락망 구축 등 일반적인 보안 대책을 강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안 수준을 높이는 방법 뿐”이라며 “경찰도 PC방과 같은 곳이 취약지구라는 인식을 갖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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