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황석영
강남몽... 강남몽이 무얼 의미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냥 우스개로 GangNam Dream을 의미하는 걸까 했는데, 결국 그게 답이었다.
예전 미국으로 간 이민 1세대들이 꿈꾸었다는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한 의미인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던 그 해는 나에게도 개인적으로 특별한 해였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학교 끝나고 학원을 갔다.
학원 선생님은 나의 개인적 학원 선생님이기도 했지만 그때가 이미 6년 정도 알고 지냈으며, 같은 교회의 일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삼풍백화점 사고에 의한 희생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부터 나에겐 더욱 특별하게 읽혀졌고, 전쟁 직후의 산업개발이 가져온 한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것이
마치 국사책의 뒷부분을 읽는 것 같았다.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했고, 경제는 이미 샴페인을 터트린 후였으며(물론 거품이었음),
무엇 하나 안정된 것이 없었으나 대한민국 국민은 흥분 상태였던 것 같다.
'빨리 빨리'라는 문화가 단기간에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시킨 것은 맞지만 그에 걸맞은 시민 의식 수준은 따라가지 못했다.
하루하루 먹기 살기도 바쁜 계층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때 백화점이 붕괴되고 아침저녁으로 시시각각 방송에서는 현재 상황을 보도하였으며, 생존자 파악에 우리는 모두 숨죽였다.
내 기억으로는 최고 13일인가 17일인가만에 구조된 마지막 생존자가 젊은 여성이었다.
단발머리(이후 방송에 나온 모습이라 그때 당시는 모르겠음)의 주인공은 그때 당시 우리나라의 토픽이었고,
여러 방송에 나와 그때 상황을 인터뷰했었다.
여러 기억들이 교차하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여러 내용이 스쳐지나갔다.
과거의 어떤 모습으로 이른 바 '강남'이란 문화와 배경이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된 배경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0년도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