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봉 정상에서 본 백화산 공룡능선. 멀리 주행봉에서부터 3시간이 족히 걸린다/2009. 5. 9
영동 백화산 주행봉-한성봉 공룡능선 산행/2009. 5. 9
지난 가을 지리산 종주 이후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영동과 상주의 경계인 백화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공룡능선을 다녀가기 힘든 곳이다.
추풍령 인근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이라서 비경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알고 있더라도 능선을 다녀오려면 당일코스로는 시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공룡능선은 산맥전체에 걸쳐 8km에 이르며 산행을 하는 능선구간도 5km에 가깝다.
지리산 종주가 나이 들어서도 가능한 반면 이곳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일 산행을 하여도 산꾼들을 만나기 힘든 이런 오지 비경은 충분히 발품을 팔 가치가 있다.
*산행코스 :
반야사 주차장-반야교-주행봉(874m)-755봉-고개 사거리-한성봉(933m)-680봉-계곡-반야교-주차장
(7명/8.5시간. 실제 6시간 코스)
새로 설치된 반야교를 건너 좌측 들머리로 가면 돌아가긴 하지만 편한 길인데 우측 들머리로 간다.
표식이 없어서 길을 잘못 든 것이다.
하지만 이 코스는 주행봉 최단코스이다. 대신에 급경사만 오른다.
한 시간 넘게 급경사만을 오르다가 보면 여기저기서 원성이 자자해진다.
드디어 주행봉에 도착해서 추풍령 방향을 조망한다. 들머리를 잘못 잡아 힘들었지만 시간은 단축했다.
들머리인 반야교가 바로 밑 낭떠러지 아래에 보인다. 그만큼 급경사를 올라왔다.
상주 모동방면으로 석천이 꼬불꼬불 상류로 이어져 있다.
북쪽으로 백화산 정상인 한성봉까지 이어진 능선이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이다.
능선의 남쪽 마지막 855봉이 일반적으로 우회하여 올라오는 등산코스이다.
855봉에서 주행봉까지도 짧은 거리이긴 하나 밧줄에 의지하는 암릉구간이다.
주행봉(874m)에서 정상인 한성봉(933m)까지는 직선거리 3.1km, 산행거리 약 5km 가까운 공룡능선이다.
펼쳐진 암릉이 범선 떠다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주행봉(舟行峰)'이다.
주행봉에서의 조망은 탁월하다.
긴 시간동안 눈이 즐거워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풍경은 여유롭다.
석천계곡으로 향하는 계곡은 부드러운 솜털같다.
가파르게 올라온 주행봉 정상에 묘지 하나가 있고, 주변에는 갖가지 들꽃이 피어 있다.
능선에는 유독 이팝나무가 많다.
이팝나무와 철쭉이 능선을 지나는 동안 꽃을 피우고 있다.
아무튼 지금 다들 웃고는 있다.
드디어 철쭉꽃이 간간이 머중을 하는 공룡능선을 나선다.
한성봉으로 가는 능선은 이런 암봉들로 이어진다.
좌측 영동지역을 내려다 보면 정글처럼 너른 숲이 발 아래에 펼쳐져 있다.
그 가운데에 골프장이 놓여있다.
주행봉에서 755봉까지는 능선의 백미인 칼날같은 공룡능선 구간이다.
정글 위에 떠다니는 듯한 암릉을 지나다 보면 짜릿한 스릴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나무들은 경청을 한다.
꽤 시간이 흘렀을텐데도 정상은 그대로인 듯 멀기만 하다.
공룡의 송곳니 같은 바위도 넘고...
어금니 같은 바위도 건넌다.
비단결 같은 계곡은 가파르더라도 편안하게 다가 온다.
정상까지 가려면 아직 만세를 부르기는 이를텐데...
바로 아래의 광활한 숲속에 들어가면 길 잃기가 쉬울 듯 하다.
조금씩 정상의 윤곽이 가까워지고 있다.
하산코스의 날머리는 이 계곡의 합류지점이다.
다시 바위를 내려간다.
그리곤 또 올라야 한다.
체력의 안배를 하면서 정상까지 가기 위해 적당히 끌기도 하고 따라가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든만큼 클라이맥스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
6시간을 넘게 걸려 도착하여 눈앞에 나타난 정상석이 얼마나 반가웠던가.
스스로 대견함에 지인들에게 전화로 자랑하기 분주하다.
정상에서 우리가 지나온 공룡능선을 뿌듯하게 바라본다. 주행봉이 저 멀리서 축하인사를 던지는 것 같다.
하산은 이 능선 우측 계곡길로 내려간다.
막바지 계곡수에 발을 담그어 피로를 풀며 이야기를 나눈다.
날이 저물 무렵인 반야사 주차장 앞 수중보는 하루살이를 잡으려는 물고기의 점프로 장관을 이룬다.
첫댓글 오롯한 안복을 선물해 줌이 여전하시군요.
보잘 것 없는 글 세 편이 실린 책 한 권 선물로 준비 중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