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11,1-4.8ㅁ-9, 마태 10,7-15): 최선(最善)까지가 우리의 몫입니다
며칠 전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그 빗소리가 부딪는 마찰의 음향을 들으면서 깊은 묵상에 잠겼습니다. 이 땅의 목마름을 채워주듯, 어쩌면 차마 기대하고 바랄 수 없었던 우리의 메마른 영혼 깊은 곳까지도, 이렇게 주님께서는 적셔주시는 것을 감사하면서 말이지요.
도무지 인간적으로는 감당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어떤 상황에 놓이면, 결코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은총이 얼마나 큰 힘으로 붙들어 주어왔는가를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마치 거대한 단층이 부딪혀서 침강(沈降), 곧 가라앉는 작용이 일어나면, 이 세상의 기초를 이루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리고 사라지고 말게 되지요. 마치 그처럼 공동체의 모순된 방향성과 권력의 틈새에서, 혹은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감정의 골 사이에서 상처받는 경험이, 어느 순간의 어려움을 넘어서서 삶 전체를 뒤 흔들어 놓을 계기가 되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게도 됩니다.
그럴 때, 포기하지 않는 이 영혼의 나약함을 굽어보시고, 그물과 같이 얽히고 섥힌 모든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기묘하게 풀어주시고 다시금 생명의 약동과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께 어찌 마음과 영혼을 열어 응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또 다시 평화가 깃들면 이내 안일함에 빠져들고 주님의 품에서 멀어지는 어리석음을 얼마나 쉽게 반복하는지요?!
이에 호세아 예언서 11장 8절, 9절에서,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나는 네 가운데 있는 ‘거룩한 이’, 분노를 터뜨리며 너에게 다가가지 않으리라.” 하시는 말씀 한 자락이 헤아릴 수 없는 위로를 채워주십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연민의 하느님, 우리의 실수와 잘못에도 다그치고 분노하시기보다 먼저 자애로운 품을 열어주시는 당신의 한결같으신 사랑을 사실 저도 얼마나 많이 체험해 왔는지요?! 이렇듯 하느님은 결코 변하지 않으시는, 신실(信實)하신 분이십니다. 땅을 적시는 비처럼 어느 곳에도 마다하지 않고 메마름을 채워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토록 은총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님 친히 주신 자유의지로 응답해야 할 우리의 몫입니다. 부드러운 흙은 빗줄기를 머금어, 땅 밑에 묻힌 생명을 움 틔우겠지만, 콘크리트와 같이 단단하게 굳은 땅은 그 비를 머금지 못하고 흘려보낼 수밖에 없듯이요.
마태오 복음 10장 12절, 14절에서, 주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라고 심어주신 말씀을 새겨봅니다.
주님께서 사랑과 연민으로 우리 영혼의 문을 두드리시지만, 결국 문고리는 우리 영혼 안에 주어진 자유의지에 맡겨져 있지요. 주님의 은총에 화답하며 그분의 사랑을 맞아들여야 할 몫을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를 인내로이 존중하시는 주님의 자비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 이웃의 목소리를 통하여, 우리가 만나는 상황과 사건들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깨달음을 통해서 등 모든 것을 활용하여 우리 영혼을 일깨워 주시려 합니다. 마음을 열어, 우리를 사랑하시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기를 돋우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변화되는 복된 은총을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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