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유일의 한국 호텔 ‘북경교육문화호텔’
온돌방·한국어·한국가요… “개관 2년 만에 흑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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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징의 북경교육문화호텔
학(學)의 도시 베이징(北京)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호텔이 있다. 왕징(望京) 한인타운 한가운데 있는 북경교육문화호텔이다. 하얏트, 메리어트, 샹그릴라 등 외국계 호텔의 경쟁이 치열한 베이징에서 유일한 한국브랜드 호텔이다. 150개 객실을 갖춘 비즈니스호텔로 중국 이름은 교문대주점(敎文大酒店)이다.
지난 12월 19일 찾은 북경교육문화호텔 옥상에는 교직원공제회의 심벌마크가 선명했다. 호텔 입구에는 ‘북경교육문화호텔’이란 한글 간판도 보였다. 호텔 주위로는 중국 최대의 한인타운 왕징답게 오발탄(양대창) 등 한국 음식점도 많이 보였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30분, 지하철 15호선 왕징역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불과했다.
호텔 로비로 들어가자 한국 가요가 흘러나왔다. 호텔 프런트에서 쓰는 공용어는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였다.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여행자들도 호텔 이용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이 호텔 이원만 영업부장은 “중국 호텔로는 유일하게 한국식 온돌방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직영하는 북한 식당 옥류관과도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이 호텔을 위탁운영하는 사람은 교직원공제회 산하 대교개발의 김석봉(58) 대표다. 특2급 서울교육문화회관을 비롯 경주와 지리산, 설악산 등 네 곳의 교육문화회관(호텔)을 이끄는 김 대표는 국내 호텔업계의 숨은 실력자. 그는 지난해 중국 측 파트너가 제안한 20년간 위탁운영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인타운 왕징에서 한국 브랜드가 먹힐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김 대표는 새해부터 국내 호텔 객실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에도 주목했다. 새해 국내에는 30여개의 신규호텔 공급이 예정돼 있다. 객실로는 약 2만5000실이 증가된다. 만성적 숙박난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호텔 업계로서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경쟁을 중국 베이징에서 돌파하자는 것이다. 이미 이 호텔은 베이징 연수와 세미나 등이 많은 교육계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서울대, 건국대 등 대학들의 각종 세미나도 이어졌다. 여름과 가을 성수기 때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베이징에서 유일하게 교직원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건너가는 60만 교원가족에게는 50%의 할인혜택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국 브랜드 호텔 개관에 주중대사관과 코트라 등에서도 반색을 표하고 나섰다고 한다. 김 대표는 “개관 첫해 평균 객실판매율은 70%를 상회했다”며 “새해에는 개관 2년 만에 흑자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초기투자가 막대한 호텔업 특성상 개관 초 4~5년간의 적자가 불가피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서울교육문화회관의 베이징 진출은 롯데와 워커힐 등 대기업 호텔들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로 호텔을 위탁경영하는 곳은 쑤저우의 신라호텔이 유일하다. 조기현 서울교육문화회관 경영지원실장은 “롯데와 워커힐도 향후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북경교육문화호텔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