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주 토요일 새벽 5시반, 자명종은 어김 없이 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하늘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부랴부랴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늘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하루종일 비가
내린단다, "이런,,ㅈㄱㄹ!" 아직 잠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집사람을 흔들어 깨운다 "어쩔겨?"
"맘 대로 해!" 잠시(약1시간반) 망설이던 나는 출발을 결심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비가와도 출발이다"
7시에 떠날 여행이 8시반이 되서야 차에 시동을 건다,,,"자~가는거야! 오늘도 부탁한다 키티야!"
첫 도착지 안흥, 한손에 찜빵이 수북히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안흥찜빵 마을의 캐릭터 인형 앞에서 사진 한장과
찜빵 한박스를 건져서 아담하고 정겨운 안흥을 떠나며 한 입 가득 찜빵의 단팥 맛을 음미하며 초록비 내리는
42번 국도를 달려 평창으로 향한다,,,
방림 삼거리에서 우회전, 잠시 후에 도착한 평창 읍내에서 네비(?)의 도움으로 쉬 찾은 극락사는 아담한
법당과 요사채를 갖춘 비구니 스님 사찰로 주택가에 접해 있어 그런지 유치원도 함께 있는 도심에 어울어진
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고, 빗줄기가 굵어지자 저 만치에서 우릴 보고 계시던 스님께 우산을 普施받아 다시
영월로 차를 몬다,,,
남쪽서 부터 올라오는 장마전선 때문에 남으로 내려가면 갈 수록 빗줄기는 거세지고 오오츠크海에서 발달되는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장맛비를 남쪽 먼 바다로 몰아 내기를 바라며 영월로 가는 31번 국도 주변의 절경을
눈(目) 豪奢(호사)를 만낏하며 가다보니 영월에 도착,,,창건 당시 대단한 규모였을 봉래산 보덕사를 둘러보고 단양으로
내려가는 길에 고씨동굴을 한시간 가까이 허리 구부리고 머리 숙여가며 탐방하고 천태종의 본산인 구인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다소 사그라지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부담스런 대규모의 법당과 부속 건물들을 보며 조금은 씁씁한
심정으로 구인사를 뒤로한다,,,
단양으로 가는 길은 왼쪽으로 늘어 선 소백산 줄기의 풍광을 반끽하는 즐거움을 주고, 그 웅장함과 기기묘묘함이
여타 동굴과 비교가 않 되는 고수동굴을 찬사와 함께 탐방하고 단양8경 중 으뜸이라는 도담삼봉을 물끄러니 바라
보고 있으려니 빗줄기가 얼굴을 때린다,,,"정신 차려 이 친구야~"
풍기에 도착하니 벌써 5시반,,,장맛비가 더 굵어진 소백산 관리 사무소에선 늦은 시간 산을 찾은 우릴 걱정하며
산에 오를 것을 제지한다, 잠시 둘러만 보고 온다는 말에 주차요금도 받지 않고 통과 시킨 관리요원의 善心을
잠시 접어두고 그냥 산으로 들어가 버린다,,,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얼마를 왔을까 유난히 우렁찬 물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30여 미터를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 유명한 소백산 희방폭포가 그 偉容을 자랑하며 우리 앞에
떡하니 버티도 섰다, "와! 죽여준다!" "너무 멋 있어!" 우산을 한손에 들고 연신 디카를 눌러대며 마음에 담은 폭포를
기계의 도움으로 추억이 될 사진으로 담아본다,,,인적이 끊인 빗속 산행이라 걱정하는 집사람의 떨리는 손목을
부여 잡고 한참을 더 올라 다 달은 희방사는 이 빗속을 뚫고 여기까지 올라 온 이름 모를 佛弟子를 넉넉함으로 맞아주고
소백산 자락의 제2 연화봉이 바라다 보이는 희방사에서 여태 참 된 의미 없이 살아져 온 인생의 회안(悔顔)에 잠겨 본다,,,
어둠을 앞질러 산을 내려와 눈에 보여지는 귀를 통해 들어 온 내면 깊숙한 참 나의 本性 가까이에서 울려 퍼지는 폭포소리가
대오각성(大悟覺醒)의 기폭제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영주를 지나 봉화로 차는 달린다,,,
태백산맥을 東西로 관통하는 영주-봉화-울진을 잇는 36번 국도는 그 멋들어 짐이 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로로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강이 어울어지며 자아내는 경치는 마치 잘 다듬어진 玉香爐를 보는 것 같고 때로는 어느 위대한
작곡가의 교향곡을 듣는 기분과도 같아 어둠으로 인해 視野에서 사라져 버리는 모습들이 못네 아쉬워 어쩔줄을 모른다
봉화군 현동리 삼거리를 지나 불영계곡으로 가는 길엔 앞뒤로 한참 동안 차를의 헤드라이트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
그 자체이다,,,하긴 이 시간 이 빗속을 뚫고 이 길을 달리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기에 어쩌다 한대씩 마주치는 화물차의
上向燈이 반갑기 까지 하다,,,9시가 다 되서야 불영계곡의 불영사 주차장에 도착한 키티는 불꺼진 텅빈 주차장에서 혼자만의
엔진 空回轉 소리를 인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천축산 불영계곡에 그 가쁜 숨 소릴 토해낸다,,,
빗장이 걸려있는 불영사 一柱門을 뒤로하고 울진을 지나 덕구온천관광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10시반, 旅裝을 풀고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진 집사람을 팔벼개로 감싸 안고, 운전 중 졸음을 쫓으려 마신 연한 커피의 카페인이 뇌 파장을
두드리는 통에 축 쳐진 몸둥아리는 꿈틀거리며 잠을 청하지만 정신은 그 몸둥아리를 가만 두질 않는다,,,
모닝콜이 가뜩이나 지친 두사람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커튼을 열어 보니 아직도 응봉산은
비에 젖어있고 자연 용출수로 효험이 크다는 덕구온천탕에 머리만 빼끔히 내밀고 있노라니 旅毒은 조금씩 풀려감에
오늘 하루의 동해안 일주 계획이 다시 맑아지는 머리에서 팽팽 돌아간다,,,
삼척으로 가는 동해안 일출도로를 남에서 북으로 달리는 아침의 상쾌함을 知人들과 함께 못함을 아쉬워하며
해안의 작은 마을과 어울어진 호산해수욕장에 잠시 들러 6월의 바다에 밑밥을 던진다,,,또 무탈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삼척 천은사를 보고 인근 두타산에 자리 한 삼화사를 찾은 순간 두타산의 수려함에 넋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직접 보고서야 느낄 수 있었다,,,그 동안 여러 유명한 산을 다녀 본 나 이지만 두타산의 빼어난 미모는 비교를 불허한다!
비가 온 후에나, 그것도 안개가 끼지 않은 선택 된 날에만 볼 수 있다는 두타산의 폭포는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비교평가 할 수 있는 卑近한 例 라고나 할까,,,직접 와서 한번 봅시다! 꼭 한번만 꼭꼭꼭 와서 직접 봅시다!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표현 하기에는 言語라는 매체는 너무나도 초라한 것 임을 뼈 저리게 느끼며,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속된 사진 몇장을 찍고 겨울연가의 배경이 된 작은 어촌마을의 카페에서 차 한잔을 파도와 함께 나누며 정동진으로 가는 도중 어달동 어달해수욕장에서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비어있는 지인의 어머님댁도 방문하고 도착한 정동진역엔 장마철 마른
하늘에서 불어오는 동남풍에 파도는 여지 없이 부서지고 모래시계의 명장면을 떠 올리며 강릉 경포대 초당두부집 밥상 밑으로
지친 다리를 길게 펴 본다,,,
여느때와 같이 귀경길은 어둠의 神 에레보스와 함께 동행하며, 힘에 겨웠을 1박2일의 여행을 잘 참고 따라와 준 아롱엄마와
집 잘 지키고 공부 열심히 한 귀엽고 자랑스런 딸 아롱이에게 아~참! 키티 너도 있었지,,, 모두 모두 고생했다
다음엔 어느 코스를 잡아 볼까나,,,비 갠 저녁 서쪽 하늘로 달려가는 태양을 뒤 쫓으며 난 오늘도 삶 그 자체를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