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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9.08:14 木. 흐림
뉴욕을 쇼핑하다. Shopping Shopping!
바벨탑의 추억.
1985년도 여의도에 지상 높이 249m인 63빌딩이 완공되었으니까 ’80년대 중후반쯤에는 여의도63빌딩 투어가 서울에서 대단한 구경거리였다. 훨씬 그 이전에야 지방에서 관광차 서울에 올라오면 일단 구경을 가는 곳이 창경원이나 남산 케이블카였으나 모르긴 몰라도 그 당시에는 그에 못지않은 구경거리가 아마도 63빌딩이 아니었던가 생각을 한다. 1층의 수족관부터 시작해서 60층에 있는 전망대까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밀려다녔던 기억이 머릿속에 총총한 걸 보면 나도 ’86년도인가 ’87년도인가 집안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장안의 화제였던 대단한 구경거리를 보고 왔었다. 그때가 한창 여름이었는데, 현장에서 나누어주는 부채로 줄곧 부채질을 해가면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표를 끊고 나서는 1층 수족관부터 열심히 둘러보고,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또 열심히 내려다보고 난 뒤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마 기다리고 표 끊고 하는데 두세 시간이 걸렸다면 막상 전망대에 올라가 사방을 돌아보는 시간은 줄잡아 10여분 남짓도 채 걸리지 않았던가? 하는 기억이 아련히 남아있다. 내가 그때까지 올랐던 건축물 중에서 가장 높았던 63빌딩 전망대에 서서 왜 사람들은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할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하늘이나 구름, 우람한 산이나 키 큰 나무 등을 항상 올려쳐다만 바라보다가 손바닥만한 풍경으로 집약된 사방 주변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쾌감과 만족감이 모락모락 가슴 그득한 우월감優越感과 지배감支配感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비단 나만 느끼고 있는 심정心情의 변화일까? 내 그럴 줄 알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오르고 싶어 하는 인류의 욕망은 유사이래有史以來나 유사이전有史以前에도 멈추지 않았었다. 그 시기가 어느 때 건 간에 그 당시 최고의 건축술을 사용해가면서 더 높고 더 거대한 건축물을 지어왔으며 항공기술이 발달한 이후로는 더 먼 우주를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러면 왜 인류는 하늘 높이 오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일까? 구약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창세기 11.4) 라고 바벨탑 건립목적이 쓰여 있는 걸로 봐서는 당시 사람들의 하늘 높이 오르려는 이유가 이름을 날리고 함께 모여살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데, 이런 인간들의 시도는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신에게는 인간들이 행하는 오만한 마음과 방자한 태도로 비쳐져 무산되고 말았고, 그 이유는 하늘이란 바로 신의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이란 다양한 민족들의 엄청난 노동력과 동일한 한 가지 언어였는데, 이 언어를 뒤섞어버려 서로 의사가 소통이 되지 않도록 해서 각 민족들이 온 땅으로 뿔뿔이 흩어지도록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록을 종교적 믿음의 시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역사의 충실한 기록이라는 안목으로 볼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내용이라고 생각을 한다. 바벨탑 건립이 무산되고 언어가 서로 다른 민족들이 온 땅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오르고자 하는 인간들의 DNA는 그대로 유전이 되어 그 뒤로도 각 지역, 각 나라에서는 꾸준하게 높고 거대한 건축물을 경쟁이라도 하듯이 쌓아올렸다. 이제는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한국의 여의도63빌딩도 초고층의 순위를 다른 최신 건축물들에게 내주었지만 인간의 욕망과 소망을 간직한 하나의 상징물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벨탑Tower of Babel의 바벨이란 명칭은 히브리어로 바빌로니아의 수도였던 바빌론Babylon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신神들의 문門’이라는 뜻으로 당시 히브리인들은 ‘뒤섞는다, 혼란시키다’의 의미인 발랄balal의 의미로도 사용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서에서 바벨은 ‘하나님을 저버린 사회’를 상징한다. 바벨탑은 바빌론의 마르둑 근처의 신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중앙에 세워졌던 지구라트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라트는 구운 벽돌에다 역청이나 회를 발라 쌓아올린 사각추구조의 층계식 탑으로 그 꼭대기에 신전과 제단이 있는 건축물이다. ‘지구라트’란 바빌로니아 말로 ‘하늘의 산山’이라는 뜻이다.
렉싱턴 Ave에서 브런치를 마치고난 뒤 96 St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4 St -Union Square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나와 바로 보면 DSW라는 상호가 전면 유리창에 쓰여 있는 빌딩이 보였다. DSW는 Designer shoes. Warehouse prices.의 이니셜이었다. DSW는 이름 그대로 ‘디자이너의 신발을 파는 창고’라서 매장 안에 들어서면 창고 대방출을 연상하게 했다. 매장 직원의 도움도 필요 없이 진열대에 진열된 상품을 쭈욱~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쑥쑥 빼내서 신어보면 된다. 신발전문 상설할인매장이라서 그런지 할인율이 높아 대부분이 4~50%이상이었다. 아내는 70% 할인품목인 롱부츠를 하나 장만했다고 좋아했다. 평소 쇼핑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나도 괜히 심심풀이로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구두가 있어서 눈여겨보았더니 할인율 40%라 군말 없이 한 켤레를 집어 들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구두로 또 시선이 가는 바람에 그마저 또 집어 들었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면 디자인도 디자인이었지만 순전히 할인율 40%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비효율, 무계획적인 경제활동이었으나 어찌됐든 그다지 후회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던 쇼핑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오후1시반경부터 오후3시10분경까지 DSW의 1차 쇼핑에서 두 장의 영수증을 받았는데 보기는 다음과 같다.
DSW
YOUR PRICE $59.95
TOTAL $59.95
YOU SAVED $25.05
DSW
YOUR PRICE $109.95
YOUR PRICE $26.96
YOUR PRICE $29.98
TOTAL $166.89
YOU SAVED $228.11
이게 무슨 소린가하면 첫 번째 영수증은 한 품목으로 총액이 $59.95인데 $25.05만큼 할인을 받았다는 말이고, 두 번째 것은 세 품목으로 총액이 $166.89인데 $228.11만큼 할인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쇼핑은 언제나 환상과 중독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1차로 끝나는 법이 결코 없다. 그리고 그런 사정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보다 물건을 파는 판매자 쪽이 더 잘 알고 있다. 스스로는 자신의 미묘한 정신 상태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약간 흥분된 상태로 DSW에서 나오면 이번에는 바로 이웃 건물에 NORDSTROM Rack이라고 쓰여 있는 진열창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드스트롬 랙은 미국 유명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의 이월상품이나 신상품, 또는 각종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아울렛 개념의 상설할인매장이었다. 여기에서도 오후3시반경부터 오후5시반경까지 쇼핑을 즐겼다. NORDSTROM Rack에서의 2차 쇼핑에서도 우연인지 두 장의 영수증을 받았는데 역시 보기는 다음과 같다.
NORDSTROM Rack
YOUR PRICE $41.97
YOUR PRICE $79.97
YOUR PRICE $11.97
YOUR PRICE $49.97
SUBTOTAL $183.88
SALES TAX $3.72
TOTAL $187.60
You SAVED $144.12
Well done, Style Hunter!
NORDSTROM Rack
YOUR PRICE $59.97
YOUR PRICE $27.97
YOUR PRICE $29.97
YOUR PRICE $32.97
SUBTOTAL $150.88
SALES TAX $0.00
TOTAL $150.88
You SAVED $218.12
You saved more than you spent. You're a shopping genius!
첫 번째 영수증은 네 품목으로 총액이 $183.88에다 세금이 $3.72만큼 붙어서 최종액 $187.60인데 $144.12만큼 할인을 받았다는 말이고, 두 번째 것도 네 품목으로 총액이 $150.88인데 세금은 없으니 할인을 $218.12만큼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 아랫줄에는 소비보다 더 많은 할인을 받은 당신은 쇼핑의 천재!라는 칭찬까지 아끼지 않고 있었다. ‘당신은 쇼핑의 천재!’ 그런데 이 말은 과연 칭찬일까, 유혹일까? 이 말이 나를 몇 가지 생각의 우물 속에 빠뜨리게 해주었다. 그 깊고 푸른 사색의 늪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한 때 우리들 사이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2002년도에 출간된 베스트셀러의 제목題目으로 영어로 바꾸어보면 Praising can even make a whale dance.쯤 되겠지만 이 책의 원제목은 ‘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s.’이다. 이것을 직역하면 ‘고래도 했다! 긍정적인 관계의 힘으로.’쯤 되겠는데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책 이름을 보다 감각적이고 산뜻한 제목으로 올려놓은 것이 바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이 책 내용이 바로 칭찬을 제재題材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 그러한지 이 책에 대한 평도 칭찬의 진정한 의미와 긍정적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호평好評 일색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의 독서평이나 매스컴에서 전해주는 말을 그대로 따라 듣고 그대로 따라 읽었던 것만은 아닐까? 자, 그렇다면 스스로의 관점觀點에 놓고 책의 내용을 한 번 따져보기로 하자.
이 책은 캔 블랜차드컴퍼니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저자 캔 블랜차드가 긍정적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칭찬의 진정한 의미와 칭찬하는 법을 소개한 내용이다. 칭찬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와 인간관계, 그리고 동기부여방식 등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칭찬으로 구체적인 상호관계를 만드는 ‘고래반응’을 배울 것을 제안하고 있다. 몸무게 3톤이 넘는 포악한 육식동물인 범고래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은 고래에 대한 조련사의 긍정적 태도의 칭찬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긍정적 태도와 칭찬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긍정적 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칭찬의 진정한 의미와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좋은 이야기이다. 물론 나도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태도, 그리고 긍정적관계의 중요성과 칭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소쇄掃灑한 성찰과 더불어 깊은 공감을 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칭찬은 수단이고 고래가 춤을 추게 된 것은 그 결과물인데, 그렇다면 고래가 춤을 추는 목적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고래가 춤을 추는 것은 스스로 흥에 겨워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멋진 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범고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 범고래를 칭찬으로 조련하고, 사람들이 서커스에서 멋진 곡예를 구경하기 위해 코끼리를 칭찬으로 조련하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문제를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들이 어떤 일을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수단과 목적과 결과물이 있기 마련인데,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목적뿐만 아니라 수단까지도 반드시 정당성을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칭찬이라는 긍정적 태도인 수단이 범고래가 춤을 추게 되어 사람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면 이런 사례는 결코 올바른 경우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고 본다. 이런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人間中心主義 발상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중심주의生命中心主義 발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인간과 자연의 우호적 공존은 아무래도 이루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몸무게 3톤이 넘는 범고래가 태평양이나 대서양에서 뛰놀지 않고 넓은 풀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멋진 쇼를 보여주고 있다는 자체가 자연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치고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에서 나오자 시간은 오후6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유니언스퀘어는 미국에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연설이나 시위의 장으로 활용되었는데 이제는 그린마켓 등의 시장이 열리는 뉴욕시민들의 대표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저녁식사를 할 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구경하기 위해서 34 St를 향해 딸아이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뉴욕의 맨해튼을 걸어보면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빌딩숲의 번잡하고 들뜬 듯한 흥겨움은 공통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각각 간직하고 있었다. 맨해튼의 중심부에 있는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위쪽이 업타운, 바로 아래쪽이 미드타운, 저 아래쪽이 다운타운인데, 그 중 유명한 지역을 위에서부터 본다면 흑인들 지역인 할렘, 센트럴파크, 첼시, 유니언스퀘어,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노호&노리타, 리틀 이탈리아, 차이나타운, 그리고 세계적인 금융가 월스트리트가 있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등이 있다.
그때 내가 입고 있었던 상의는 며칠 전 인디애나 주州 불루밍턴의 대학 기념품 판매점에서 구입했던 인디애나 대학의 IU 로고가 찍혀있는 빨간 티셔츠였는데, 어디선가 우~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린가 하고 둘러보았더니 저 앞쪽에서 걸어오고 있던 십여 명의 젊은 청년들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뭔가 구호 같은 것을 외치고 있었다. 아들아이 졸업식장에서 들어보았던 우~ 우~ 하는 인디애나 대학의 구호인 후절스Hoosiers였다. Hoosiers는 인디애나 주민들의 애칭인데, 속어로 시골뜨기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인디애나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단체로 뉴욕에 놀러왔다가 맨해튼 복판에서 자기 학교 로고가 찍혀있는 빨간 티셔츠를 보고 반가워서 구호를 외치는 것이었다. 나도 우~ 우~ 하는 구호에 맞추어 큰 목소리로 함께 우~우~ 하고 소리쳐주었더니 대학생들이 우루루 달려와서 악수를 청했다. 깍쟁이 뉴요커들에 비해 인디애나 블루밍턴의 시골 놈들이라 그런지 촌티 흐르는 청바지에 건강미 넘치는 붉으스레한 얼굴들이 모두 내 아이들 같았다. 한두 녀석 같으면 함께 데려가 저녁밥이라도 먹이고 싶었지만 얼른 보아도 족히 십여 명은 돼보여서 가슴에서 밀려오는 굴뚝같은 감정을 꾸욱 눌러 참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먼저 레스토랑에서 팁을 줘가며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밖이 어스레해질 무렵에 맨해튼의 야경을 보기위해서 바로 부근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부근에는 늘 많은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붐비고 있었고, 그런 관광객을 상대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관람티켓을 판매하는 개인 판매원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손에는 스마트폰만한 기계를 들고 목에는 신분증을 걸고 있는 판매원들은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관람티켓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면서 그에 추가되는 옵션들까지 다양한 안내를 해준 뒤에 관람티켓을 판매했다. 얼른 들어보니 86층 전망대에 올라가는 가장 기본적인 티켓이 $29이고 급행티켓이 $50인데, 두 가지의 장점을 절충한 $39짜리 티켓도 있다고 상냥하게 가르쳐주었다. 도로에서부터 줄을 서서 현관을 통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층 로비로 입장을 한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또 구불구불 기다리는 시간이 보통2~3시간가량 걸리는데, $39짜리 티켓은 일단 로비에 들어갈 때까지만 줄을 선 뒤에 엘리베이터는 우선적으로 탈 수 있어서 가격도 저렴하고 쓸데없이 줄서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티켓이라는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지금 그때 영수증을 보았더니 CitySightseeing cruises 7:35 PM - MAY 17, 2014 Cruise plus ESB 3 Adult $117.00 Total $117.00라고 찍혀있었다. 어른 3인*$39=$117.00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줄을 서서 1층 로비로 들어간 뒤에 우선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티켓을 확인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지나가는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밖에서 개인 판매원들이 파는 티켓의 옵션항목은 인정을 해줄 수가 없고 오직 빌딩 안 창구에서 판매하는 티켓의 옵션만 인정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뭐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밖에서 신분증을 목에 건 판매원들이 파는 옵션티켓은 다 사기라는 이야기 아니야? 간단히 말하면 $39짜리 티켓을 샀지만 $29짜리 기본티켓으로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개인 판매원, 그리고 우리 일행 중 어느 쪽 불찰인지가 좀 애매했지만 그 순간 $30불이 공중에 떠버렸고, 이런 예기치 않은 사고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조금 전 도로에서 상냥한 웃음을 띠어가며 티켓을 팔았던 흑인 총각 얼굴이 떠올랐다. 불합리한 제도 때문일까, 운영상의 잘못 때문일까, 아니라면 관행적 묵인일까? 분명 그들은 티켓판매를 위임받은 Commission Agent(위탁판매인)들인데 왜 그들이 파는 티켓의 종류에 따라 인정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지 아리송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참는 것도 한 가지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30짜리 분노를 꿀꺽 삼켜야했으나 그때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빌딩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를 한다고 해서 어느 쪽으로든 바로 시정이 될 성질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그러고 나서 2시간 반 동안 줄을 서서 구불구불 돌아다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6th Floor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아침부터 대기가 약간 쌀쌀한 느낌이었는데 해가 지고 난 저녁이라 그런지 세찬 바람에 싸늘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는 것이 마치 초겨울 같은 알싸한 날씨였다. 63빌딩 60층 전망대의 10여분보다 두 배 남짓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86층 전망대에서는 20여 분가량을 둘러보았다. 왁자지껄한 관광객들 틈새로 사방을 돌아보면서 맨해튼의 야경을 구경했다. 그렇지만 만약 다음번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또 오르게 된다면 그때는 낮에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오렌지 빛 가로등과 오색 네온사인이 휘황한 도심의 야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의 야경보다는 오히려 전망대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어디까지인지 구불구불 걸어갔던 빌딩의 내부구조에 더 관심이 갔다. 빌딩 내부는 잠수함 내부처럼 단단하고 좁은 공간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거대한 범선帆船의 수면 아래 잠겨있는 선실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 번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관람 티켓판매 현황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EMPIRESTATE BUILDING BUY TICKETS
1.Man Deck Only (86th Floor)
Adult : $29
Zip up to the 86th Floor Observatory in our speedy elevators.
2.Main Deck Express (86th Floor - No waiting)
All visitors : $50
Skip the lines on the way to the 86th Floor.
3.Main Deck + Top Deck (86th & 102nd Floors)
Adult : $46
See New York from the highest observation deck in town, nearly a quarter mile in the sky.
4.Main Deck + Top Deck (86th & 102nd Floor - No Waiting)
All visitor $67
여기에서 86th Floor는 우리들이 보통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라고 말하는 86층의 외부 전망대를 말하는 것이고, 102nd Floor는 최고층인 102층 내부 전망대를 가리키고 있다. 그건 그런데 어디를 봐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홈페이지 BUY TICKETS 항목에는 $39짜리 티켓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개인 판매원들이 $39짜리 가짜 티켓을 도로상에서 버젓이 판매하도록 방치하고 있었을까? 하다못해 그것에 대한 경고문구 하나 없이 묵과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혼돈과 혼란이 뒤섞여 있는 made in 미국식일까? 20세기 바벨탑 앞에 선 채로 알쏭달쏭한 일이로다.
(- 뉴욕을 쇼핑하다. Shopping Shopp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