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傳說 Arthurian Legend 아서왕과 원탁기사단(圓卓騎士團)의 이야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중세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즐겨 읽혔다. 6세기 무렵에 실재했던 아서는 <켈트인의 한 무장(武將)으로서, 그 무렵 침입해오는 작센인(삭소니아인)을 때때로 격퇴하였다>고 8세기말의 역사가 넨니우스의 《브리턴사(史)》에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브리턴은 멸망했고, 그 후 아서는 켈트인의 국왕 재흥을 꿈꾸는 영웅으로 전설화한 것으로 짐작된다.
전설의 내용을 보면, 아서왕은 브리턴왕인 아버지가 마법사 멀린의 도움으로 귀부인과 동침해서 태어난다. 젊어서 브리턴왕이 된 아서는 보검(寶劍) 엑스캘리버를 얻고, 이 칼로 여러 나라를 평정한다.
그는 귀족의 딸 기네비아를 왕비로 삼고, 왕비를 조카인 모드레드에게 부탁하고 로마원정길에 올랐는데, 아서가 없는 사이에 모드레드가 반역해서 왕위와 왕비를 빼앗아버린다. 아서는 원정을 중단하고 귀국해서 모드레드를 타도했으나, 자신도 치명상을 입고 신비의 섬 아바론으로 간다. 이러한 줄거리 이외에도 150명의 원탁기사단의 건국이야기 및 무공(武功)과 사랑,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 썼고 또한 아리마대 요셉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피를 받을 때 사용했다는 성반(聖盤)의 행방을 탐색하는 이른바 성배(聖杯)이야기 등 여러 가지 전설이 담겨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총칭해서 <아서왕전설>이라 한다.
이 기술(記述)은 많은 작품으로 남아 있는데, 최초의 중요한 작품은 12세기의 제프리 오브 몬머스가 라틴어로 저술한 《브리턴열왕사(列王史)》이다. 여기에는 오늘날의 전설 형태의 원형을 이루는 것이 완성되어 있으며, 그 뒤 수많은 아서왕이야기의 전거(典據)가 되었다. 이것을 바이스가 프랑스어 운문(韻文) 《브루이야기(1155)》로 번안했고, 이어서 라야몬이 이것을 바탕으로 영어의 두운시 《브루트(1200?)》를 썼다. 한편 <브리턴의 화재(話材)>였던 아서왕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발전했는데, 성배전설이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련설화와 결부되었다. 프랑스의 크레티앵 드 트루아는 《랑슬로 또는 짐마차의 기사(1180?)》 등 궁정 기사의 로맨스나 《페르스발 또는 성배이야기(1182?)》를 썼는데, 특히 뒤의 것은 그리스도교의 신비사상을 도입한 최초의 작품이 되었다.
독일의 시인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파르치발(1210?)》은 성배이야기의 걸작이다. 13세기가 되자 아서왕의 로맨스는 산문으로 개작되었으며, 프랑스어 산문으로 씌어진 <유포본설화군(流布本說話群)>으로서 애독되었다. 이윽고 15세기의 T. 맬로리는 이 유포본설화군인 《산문 트리스탄》 및 영어 운문 《아서왕의 죽음》 2편을 영어 산문으로 번안해서 아서왕이야기를 집대성하였다.
그 내용은 아서왕의 출생에서 시작되며, 원탁기사들의 활동, 란슬롯과 왕비 귀네비어의 불륜의 사랑, 기사단의 붕괴에 이르는 것으로서, 1485년 인쇄업자 W. 캑스턴이 《아서왕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 이 작품은 그 뒤 영국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것을 소재로 한 E. 스펜서의 《요정여왕(1590∼96)》, A. 테니슨의 《국왕목가(國王牧歌, 1859)》는 모두 영국문학사상의 걸작이 되었다.
그 밖에 마크 트웨인의 풍자소설, T.S. 엘리엇의 《황무지(荒蕪地, 1922)》, T.H. 화이트의 《과거와 미래의 왕(1958)》 등이 있으며, 또한 W. 모리스·A.C. 스윈번·M. 아놀드 등 세기말 문학에도 직접·간접적으로 많은 소재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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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아더왕이야기, 아기는 얼굴을 읽는다 외
[뉴시스 2004.10.29 10:21:03]
【서울=뉴시스】■「아더왕이야기」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뮈토스, 3.4권, 각권 400여쪽, 각권 8900원.
때로 ''아더왕이야기''를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더왕이 아닌 란슬롯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 만큼 란슬롯의 활약상은 매력적이고 오히려 아더왕보다 한수 위의 재미(?)를 선사해주기도 한다. 물론 핵심을 바라보지 못하고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얕은 독자의 책읽기 수준이라고 탓해도 어쩔 수 없지만 원래 신화라는 것은 부각돼야 할 한 ''영웅''을 제외하곤 모두가 등장인물에 불과하지 않던가. 아니면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한 영웅과 다른 영웅들의 대립이든지...
저자는 특히 란슬롯을 더 총애하는 것 같다. 3권에서는 저자의 란슬롯에 대한 편애(?)가 두드러진다. 화려한 영웅이 아닌 생기발랄한 인간적 영웅으로 그려진다. 4권에서는 아더왕의 누이이자 아더왕을 최후로 몰아붙이는 최대의 반발자인 ''모르간''이 전면에 등장한다. 모르간 르 페이, 즉 ''요정 모르간''은 아더의 최대 조력자 ''멀린''과 대립하며 파괴의 여신으로 원탁의 기사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여성의 매력과 마녀의 카리스마를 함께 휘두르는 모르간의 이야기는 어쩌면 ''아더왕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다.
''아더왕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면서, 아더왕 전설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문서의 성격 또한 갖고 있다. 아더가 왕이 되는 과정과 기사들의 활약상,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한 분투들이 마치 잘 짜여진 태피스트리처럼 흥미롭게 읽히는가하면, 또한 그 동안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켈트 족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도 읽을 수 있을 뿐더러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다양한 원주와 역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