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천리향
행복/형복
고운 얼굴을 들여다보면
눈물이 맺힌다.
소리 없이 다가서는 향을 들여다보면
그 눈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린아이처럼 내게로 와 미소 짓는
너의 손을 잡고 화원을 나선다.
내 몸 안에 돋는 그 무수한
상처 입은 언어들을 위하여
나는 너를 머리맡에 앉힐 것이다.
천리를 간다는 너의 향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향이라는 것을 묻어두기 위해서
나는 너를 가슴에 품기도 할 것이다.
긴 가뭄의 끝에 서서
고개를 꼰 바람들이
나의 음흉한 마음을 피해간다.
밤새 그 바람 멈추지 않는다.
*도심의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앉은 이이거나 서있는 이이거나 스마트폰에 끌려 다니느라 길고 긴 줄을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사람보다 더 기계에 친해져버린 것 같아 씁쓸한 웃음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사람을 마주하고 서서 그렇게 열심히 탐할 수 있는 날이 올지, 아니 오기나 하려는지 염려스럽습니다.
서울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길 천리향 나무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섭니다. 창가에 심어 그 고운 향을 즐길 심산입니다.
천리향을 내려놓은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보입니다.
제주도에서 더덕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한 더덕 씨가 도착한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상자를 열어봅니다.
더덕 씨앗이 담긴 비닐봉지위로 또 다른 천리향인 제주의 명품과일이 고개를 내밉니다. 그리고 애써 키우고 말려서 상품화한 마른 더덕이 인사를 합니다. 상자 안에 담긴 천리향이나 더덕에서 풍기는 향은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의 향이었습니다. 언제나 가까이 있는 듯 그렇게 느껴지는 검게 그을린 그의 웃음과 땀이 들어 있는 친구의 향을 맡으며 고맙다는 말을 내 안에 접습니다.
오늘도 사람의 안에서 행복 하십시오.
-성산리에서 사람의 향에 취한 행복/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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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꽃이 천리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