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 더위 물리쳤던 비결은 '이열치열'?
한 해 가장 더운 날 초복·중복·말복… 모래찜질 등 더위 이기던 법 다양해
삼복에 즐겨 먹던 계삼탕·팥죽 등 몸 따뜻하게 해주는 재료 이용해 차가워진 속 다스려 건강 지켰어요
초복은 우리 조상이 한 해 중 가장 더운 시기로 여겼던 삼복(三伏)에서 첫 번째 복날을 말해요. 삼복은 음력으로 6월과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를 통틀어 말하는데 두 번째 복날은 중복, 세 번째 복날을 말복이라고 불렀지요.
복날에서 복(伏)자는 '엎드리다' 또는 '굴복하다'라는 뜻으로, 중국 후한의 유희라는 사람이 지은 '석명'이라는 책의 기록에 따르면 복날은 오행설에 따라 가을 기운이 땅으로 기어 나오려다 아직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강해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했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해요. 우리 조상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인 복날에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벌였어요. 지금부터 우리 조상의 더위 물리치는 법은 어떠했는지 알아볼까요?
◇ 초복에는 탁족? 아니면 모래찜질?
옛날에 두 사람이 초복을 앞두고 복날에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요즘 정말 덥지? 내일이 벌써 초복이야."
"내일이 초복이라고? 그러면 우리 계곡에 가서 탁족이나 할까?"
"무슨 소린가? 복날에는 바닷가 모래밭에 가서 모래찜질해야지.“
"더운데 무슨 모래찜질인가? 시원한 계곡물에 발이나 담그며 더위를 살짝 피해야지."
"천만에. 뜨거운 모래에 몸을 푹 파묻고 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야지."
한 사람은 시원한 계곡으로 가서 탁족을 하며 더위를 잊으려 했고, 다른 사람은 바닷가 뜨거운 모래밭에 누워 모래찜질하려고 했지요. 탁족(濯足)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것을 말해요. 서로 더위를 물리치는 장소나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우리 조상이 즐기던 더위 물리치는 법이었어요. 산간 지방에서는 계곡물에 탁족을 즐겼고, 해안 지방에서는 모래찜질했을 수도 있고요.
◇ 우리 조상이 복날에 먹었던 대표 음식은
초복을 앞두고 복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초복인 내일은 집집이 개장국 끓이는 냄새가 진동하겠군."
"개장국? 우리 집은 개장국 대신에 닭에 인삼을 넣고 푹 고아서 먹는 계삼탕을 먹지."
"개장국도 좋고 계삼탕도 좋지만, 우리 집에서는 복날이면 꼭 팥죽을 쑤어 먹는다네."
"팥죽? 팥죽은 동지 때 먹는 음식 아닌가?"
"무슨 소리. 궁궐에서도 복날이면 꼭 팥죽을 쑤어 먹는다고 하네."
우리 조상이 즐겨 먹었던 복날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개장국이라는 것이었어요. 개를 잡아 통째로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말해요. 복날에 개장국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잊게 하고, 질병을 쫓을 수 있으며 영양까지 보충된다고 생각했대요. '경도잡지' '동국세시기' 등에 기록돼 있어요. 개장국 대신에 계삼탕을 즐겨 먹기도 했는데 오늘날의 삼계탕이 바로 그것이지요.
◇ 복날에 먹는 팥죽은 복죽!
한의학에서는 날씨가 더우면 사람의 몸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몸 안이 차가워진다고 했어요. 삼복처럼 더운 때에 덥다고 찬 음식을 자주 먹으면 몸 안은 점점 더 차가워져 위장과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병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따뜻한 음식으로 차가워진 속을 다스리려고 했는데 그에 적당한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었지요. 삼계탕의 주재료가 되는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인삼 역시 열이 많은 재료여서 두 재료를 함께 넣고 끓여 먹으면 여름철에 몸을 보호해주는 음식이 된다고 여긴 것이에요.
우리 조상은 팥의 붉은색이 귀신들이 두려워하는 색깔이라 여겨 팥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 귀신들을 물리치고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도 여겼어요. 동지뿐 아니라 더위가 심한 삼복에도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와 함께 스며드는 나쁜 기운을 쫓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삼복에 먹는 팥죽을 '복죽'이라고 불렀고, 궁궐에서는 초복·중복·말복에 팥죽을 쑤어 즐겨 먹었다고 해요.
◇ 복날에는 역시 참외와 수박을 먹어야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에는 건강도 좋지만 아무래도 뜨거운 팥죽보다 시원한 팥빙수가 더 생각나지요? 우리 조상도 복날에 꼭 더운 음식만 먹은 것은 아니었어요. 팥빙수는 아니어도 참외를 깎아서 그 안에 얼음을 놓아서 먹기도 했고, 수박을 우물물에 담가두었다가 시원하게 먹기도 했어요. '동국세시기'에 참외와 수박은 더위를 씻는 좋은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고요.
조선시대에는 복 중에 궁중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 즉, 얼음을 탈 수 있는 표를 주어 얼음을 보관하던 창고에서 얼음을 타가게 하기도 했대요. 조선시대의 얼음 창고로는 창덕궁 안에는 내빙고가, 궁 밖에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어요. 동빙고의 얼음은 나라의 제사에 쓰이고, 서빙고의 얼음은 왕의 종친이나 문무당상관, 퇴직한 벼슬아치 등에게 나누어주며 병자와 죄인에게도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지요. 이렇게 여러 방법으로 복날을 보내며 한여름의 더위를 물리친 우리 조상처럼 우리도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몸을 튼튼히 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름철 대표 과일로는 수박을 꼽을 수 있어요. 수박을 한자로는 서과(西瓜)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국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에서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되었다고 알려졌어요. 그렇다면 수박이 우리나라에 언제쯤 전해졌을까요? 또 수박에 관련된 속담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