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몸과 마음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 불길한 조건이
보리도(菩提道)의 수행과 가르침으로 승화되게 하소서!
수호불과 다기니들의 기도에 응하여
마군을 익사케 하소서!
이와 같이 미라래빠는 스승과 수호불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이때 열여덟
마군들은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의 방해로 마침내 마음의 평정을 잃은 것 같
다.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그들은 기뻐했지만 그렇다고 미라래빠의 내적 깨달음과 체험의 경지를 함부
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이에 마군은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로 미라래빠
를 한 번 더 시험해 보려고 '방해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목청 좋은 가인(歌人)이여,
베다의 성자처럼 큰소리로 운율을 노래하네.
적정처에 홀로 남아
수호불과 다끼니 군사들의 도움을 청하나
모든 도움 거절당하면
그대는 흔들리고 두려워하리라
겁에 질려 떠는 자여,
잠시 동안 우리의 노래를 들으렴.
황금 날개 지닌 여의주 용왕은
'남로의 제왕'이라 불리네.
하늘 높이 날며 날개 아래로
절벽 위의 숲을 내려다보고
설산준령에 에워싸인
고원의 약초 골짝을 굽어보네.
음력 상서로운 초파일
팔만 방해꾼들이 여기 모였나니
하늘은 마병으로 가득찼네.
색계의 대신령들과 권능 있는 마병,
땅위에 기어다니는 미천한 뱀신들까지
모두들 분노의 형상 나투어 찾아왔네.
이적(異蹟)의 능력과 게걸스런 탐욕으로
수행자를 혼란시키고 훼방하려 모였네.
열여덟 대신령은 두목들이요,
시방의 수호신은 열 명의 수행원들이네.
또한 열다섯 동자신들과 식육(食肉)의 다섯 마녀들,
그리고 인육(人肉)을 삼키고 흡혈하며
희생의 향기를 즐기고 돌[石]을 삼키는
빠모 마녀도 찾아왔다네.
또한 세상의 모든 악행을 시현하는
씬모 마녀도 찾아왔네.
우리는 여기 오기전에 점을 쳤도다.
"이번에는 바로 네 차례야. 네가 당해야 할 차례야!"
그대가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나니
그대는 힘도, 자유도 없네.
그대 목숨을, 그대 마음을, 그대 영혼을
우리는 빼앗으러 왔나니
그대 숨을 멈추게 하고, 그대의 육체에서 의식을 빼앗으리라.
그대 피를 마시고, 그대의 살과 오온(五蘊)을 먹으리라.
그대의 목숨은 이제 끝장났나니.
그대의 까르마와 쌓인 공덕은 다 소진되었네.
죽음의 마왕(염라대왕)은 그대를 먹으리라.
까르마의 검은 오랏줄로 단단히 묶으리라.
오늘밤에 그대는 세상을 떠나리라.
이생에서 행한 일을 후회하느냐?
죽음의 마왕이 결박할 때 그대는
도망하겠느냐? 아니면 맞이하겠느냐?
비참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자신 있느냐?
우리는 이것을 그대에게 묻노라.
오늘밤 그대는 우리의 발자취 따르리.
죽음의 마왕이 사자(使者)를 보내리.
바르도의 흑암은 어둡고 무섭나니
그대는 몸을 위한 보호자가 있느냐?
그대의 입을 위한 소원(所願)의 준마를 가졌느냐?
그대의 마음은 떠날 준비가 되었느냐?
아아, 불쌍한 수행자여, 친구도 가족도 없이
침침하고 무서운 먼 곳에 외로이 사는 자여,
험난하고 위험한 길을 홀로 가는 자여,
여기서 지체 말고 빨리 떠날진저!
마군과 유령의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는 생각하였다.
'이들 악마들과 우주의 삼라만상은 모두 마음의 표현에 불과하다.
이는 모든 경론(經論)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거룩한 스승의 감로수와
같은 가르침에 의하면 마음의 본성은 모든 극단적인 언어의 유희를 초월한
투명한 공성(空性)이다. 그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심지어는 염라
대왕의 무수한 마병들이 포위하여 무찌르려고 하더라도 결코 상해를 당하거
나 더럽혀지거나 파괴되지 않은다. 뿐만 아니라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들이
온갖 공덕을 모아 무한한 광명의 빛으로 비추더라도, 그것은 더 영화롭게 되
는 것도 아니요, 욕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본성은 어떤 경우에든 항상 그
대로 남아 있을 뿐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 한편 족쇄와 같은 육신은 주관,
객관이라는 집착심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기에 죽어야 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만약 신들과 악마들이 이 육신을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주겠다. 모든 생명체는 무상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육신을 버릴 기회
인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가치 있는 예물을 드리는 일이 되리라.
내 앞에 나타난 귀신과 악마들의 환영은 주객(主客)의 잘못된 사고 작용 때
문에 나타난 것이다. 방해자와 방해받는 자를 감지하고 보는 것은, 마치 눈
이 불완전한 사람이 환영의 구름이나 안개나 신기루를 보는 것과 같다. 생
사 윤회계의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로부터 비롯된 근본 무명(根本無明)으로
인해 습관적 사고가 생겨나고 여기서 불안정한 사념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미망의 환영(幻影)들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들 몽환의 영상을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미라래빠는 실상의 경계와 합일되기 시작했다.그는 이어
불변의 확신으로 두려움 없이 노래를 불렀다.
여기는 당마진, 이름난 장소이네.
인도인과 티벳인들이 함께 모여
물품을 교역하는 시장터.
이곳엔 그대 천상의 여왕이 사네.
백설의 호수를 지키는 여신 째링마여,
머릿단은 험준한 산봉우리 흰 눈으로 장식하고
치맛자락은 약초 골짜기의 푸른초원으로 수놓았네.
여기 강물이 휘감아 흐르는 곳,
팔만(八萬)말썽꾸러기들이 모였네.
위로는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천국으로부터
아래로는 굶주린 귀신[餓鬼]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나
우둔한 노래를 부르네.
허공을 떠도는 무수한 귀신들이 나타났나니
향기를 마시는 귀신들,
더러운 귀신들, 굶주린 귀신들,
흡혈귀들, 식인귀(食人鬼)들, 시체를 이르키는 귀신들,
인형(人形)의 귀신들, 중뽀 악마들......
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악마들이여! 악령들이여!
그중 공포의 귀신들은
인육을 삼키는 다섯 마녀들.
마녀들은 욕설을 퍼붓고 저주하나니
"너를 죽이겠다! 너를 삼키겠다!"
죽음의 공포 때문에 미라는
불멸의 마음[一心]을 명상하고
무생(無生)의 세계에 깊이 잠기었네.
수행의 핵심은 윤회로부터의 해탈.
모든 교의의 진수(眞髓)를 따라
미라는 각체(覺體)를 여실하게 아노라.
명백한 무상성을 확연히 깨달았나니
투명한 공(空)을 알기에
나는 생사를 두려워 않노라.
여덟 가지 괴로움이 두려워
윤회계의 번민과 고뇌를 명상하고
인과응보를 깨달아 삼보에 귀의하네.
수행자는 깨달음의 마음을 부단히 명상하여
습관적 사념의 뿌리를 제게하네.
눈앞에 무엇이 나타나든지
허망한 그림자임을 아나니
삼악도를 두려워하지 않네.
생명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여
생명 에너지 통로를 수행하고
심오한 가르침으로 세 가지가 결국 하나임을 명상하여
육근(六根)을 통달하네.
하여 법신을 깨닫고 성도(聖道)를 걷노라.
미라는 불생의 법계(法界)에 녹아들었나니
지금 바로 죽은들 후회를 하랴, 두려워 하랴.
그대 현상계의 신들과 몽매한 악마들아!
남녀 중생의 목숨을 앗아간 자들아, 나의 노래 들으렴!
인간의 육신은 오온(五蘊)이 화합하여 만들어졌나니
덧없는 것이요, 미망의 것이요, 죽을 것이네.
때가 되면 버려야 하나니
원하는 자는 육신을 가져갈진저!
아아, 뭇 존재를 위해 육신을 바칠 수 있다면,
무수한 부모에게 바칠 수 있다면,
하여 이 몸을 성심으로 바치나니
그대들 기뻐하고 만족할진저!
이 같은 미미한 덕행으로 말미암아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로부터 지어온
죄업과 빚이 청산되기를... ...!
흔들리는 마음이 비어 있어 실체 없음을 미라는 잘 아네.
열여덟 지옥계(地獄界)의 마군들이 모두 모여 공략하면
미라를 쉬이 무너뜨릴 줄 알았더냐.
무명의 본질을 꿰뚫어 보나니
미라는 공(空)의 수행자도다!
미라는 악마를 두려워 않나니
그대들 마음이 지어낸 환영이기에.
실상처럼 보이나 실체 없는 것이기에.
오, 매혹적인 연극이여!
멋들어진 윤회의 연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