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하기 내용은 '아주 의사 중심적으로 본 수가체계에 대한, 아직 어린 축에 속하는 정신과 의사가 선배 정신과 의사들에게 들은 내용을 종합한 것'입니다.
정신과는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면담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납니다.
이런 면담 시간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정신과 외래만 하는 의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18년 7월에 뭔가 획기적인 면담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정신과의 면담비용이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면담료에 대한 개선을 했기 때문이지요.
정신과는 일단 의사하고 마주했다면 면담료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가끔 10분 동안 말을 안 하는 분도 있어서...)
그래서 2018년 7월 이전에는 환자를 보면 지지요법을 청구했지요.
15분 미만, 그래도 정신과 의사의 양심상 5분은 면담을 보통 한다고 생각을 해 봅시다.
15분 이상을 하면 거의 2배의 돈을 벌 수 있는 집중요법을 청구할 수 있기는 하네요.
그런데 정신과 외래를 오래 다녀서 별다른 면담을 할 것이 없는 환자는 5분도 면담하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5분도 면담하지 않는 분을 많이많이 모아서 약만 쭉쭉 처방하는 것이 이득이 됩니다.
2018년 7월 이후에는 수가가 변화했습니다.
전반적으로 20분 이상 장기간 면담에 대한 수가가 높아졌지요.
이전에는 짧게 면담할수록 경제적으로 유리했다면, 이제는 면담을 길게 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해졌습니다.
20분을 약간 넘는 정도의 면담을 지속하면서 환자를 꾸준히 보면 '면담도 안 해주는 정신과 의사, 약만 주는 정신과의사' 소리를 들으면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사람도 있거든요.
지금도 아주 짧은 면담만하면서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제일 좋습니다.
그렇지만 수가체계가 개편이 이루어지니, '차라리 환자 수는 적더라도, 충분히 면담하고 정신과 의사 본연의 모습을 하면서도 적당히 먹고 살만한 의원을 운영한다.'라는 옵션이 발생한 것이죠.
이런 옵션이 발생하니, 그걸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경제적으로 봤을 때 환자에게 길게 면담해주는 의사는 '바보'였다면, 이후로는 '의사 본인의 신념과 취향에 따라' 면담을 주로 할지,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할지를 고를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전에 정신과는 '개원하면 3년은 돈 못 번다고 생각하고 버텨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많은 환자를 모집해서 약만 척척 주면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죠.
그런데 3년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상태를 버틸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결국 개원은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었고, 대부분 큰 정신과 입원 중심 병원에 소속되어 있었죠.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이것도 나중에 한 번 다루겠습니다.) 입원 중심 병원들이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정신과 의사의 수요가 감소하니 월급이 깍여나가기 시작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수가 체계가 개편이 이루어지고, '어? 이제 돈은 좀 적게 벌어도 내 의원 조그마하게 차려서 환자들하고 면담하면서, 매출 압박 없이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생겨났지요.
그렇게 일찍 눈치 챈 사람부터 개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의사가 20분 이상 충분히 면담해주는 정신과'를 원하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몰려갔고 의사도 환자도 win-win 하는 결과가 되었지요.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나라에서 부담해야 하는 정신과 비용은 올라갔지요.
정신과 의사들 월급도 올라갔습니다.
개원을 많이 하니 입원 중심 병원에서 일 할 정신과 의사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에 따라 상승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비용을 아끼려고 수가 체계는 그대로 두고 그냥 정신과 의사의 수를 늘렸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과연 정신과 의사들이 이렇게 면담을 오래 하게 되었을까요?
이전에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쁘띠 미용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어차피 약만 주는 정신과 의사 하느니, 차라리 미용으로 돈이나 많이 벌자는 것이었겠죠.
미용으로 진출하지 않은 분들은 '검사'에 집착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정신과 검사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이것저것 검사를 하도록 만들었지요.
과연, 의도된 방향으로 흘렀을까요???
기피과 중에 하나였던 정신과가 갑자기 2010년경에 인기과가 되었습니다.
'피안성 - 정재영' 이라는 말이 의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돌았지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같은 겁니다.
이전까지는 정신과 의사 한명이 입원환자 몇 명을 보던지 상관이 없었습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한 정신과 의사가 300명을 담당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았겠죠.
'정신과 의사 한사람당 최대 60명까지! 대신 집중해서 보는 만큼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줄게!'라는 내용으로 수가체계에 개편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정신과 의사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정신과 의사 월급이 하늘로 솟았지요.
정신과는 이전까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상한 사람이 가는 곳'에서 의대 내에서 1~2등이 가는 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신과 의사가 너무 많이 배출되어서, 전체적으로 정신과 의사의 월급이 낮아지니 겨우 TO를 채우는 수준이 되었지요.
덕분에 공부는 좀 못하던 저도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뭔가 정리 할 말이 없네요.
이전에 비하여는 줄어들었지만, 의사 수에 대한 논쟁은 지속 중인 것 같습니다.
뭐가 맞는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하실 때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옹 잘 봤어요. 이전 약사? 비스무레한 체계에서 실제 상담을 해야 돈이 들어오는 체계로 바뀌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결쿡 수요공급에의한거군뇨
정신과는 비싸다, 라는 인식이 예전에 있었는데 저런 수가체계 때문이었나보네요 ㄷ 그래도 당장은 나름 괜찮아진 방식 같습니다. 재정 문제는...뭐 모르겠지만.
근래에 정신건강과 가본 적 있는데, 왜 이리 진료를 자세히 봐주나 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ㅋㅋㅋ
변화는 항상 어디에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