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

[강양순]

멸치 볶음

신아 문예대학 금요 수필반

강 양 순

우리 집 식탁에 항상 빠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멸치 볶음이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도 도시락 반찬엔 늘 멸치 볶음과 계란 프라이가 들어갔다. 간혹 아이들이 투정을 하면 무장아찌나 단무지가 들어갔다. 어떤 때엔 꼴뚜기 젓깔무침도 넣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엔 멸치 볶음이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옛날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멸치는 한 부대가 3kg이었지만, 지금은 조그만 박스로 멸치는 1.5 Kg밖에 되지 않는다. 멸치 한 박스를 까 보았자 어깨만 아플 뿐 먹자면 금방 한 달도 못 먹는다, 왜냐하면 윗층 아들네와도 나누어 먹기 때문이다.

하루는 우리 집 반찬을 점검해 보니 남편이 늘 즐겨 먹던 멸치조림이 바닥났다. 나는 오늘 저녁 식탁에 내놓을 반찬에 멸치조림 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다가 전에 추석 때 어느 지인에게선가 선물로 받은 대가리째 먹는 작은 멸치를 발견했다. 이 나이에 부엌 일을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열과 성을 다해 그 대가리째 먹는 작은 멸치로 멸치조림을 만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볶고 양념장을 만들어 멸치볶음을 완성했다. 남편은 무슨 볼 일이 있는지 저녁 어스름무렵에야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환한 표정으로 “멸치 볶음 냄새가 맛있게 나는데!"‘ 하면서 들어왔다.

나는 남편의 식성을 아는지라 걱정부터 앞섰다. 밥상을 차리면서 “여보, 오늘은 멸치 깐 것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지난번에 선물로 들어온 대가리째 먹는 작은 멸치로 조림을 했어.” 하니 남편은 역정을 내며 “나 밥 안 먹어, 내가 대가리째 먹는 멸치조림 안 먹는 거 알면서 어떻게 날더러 이걸 먹으라고 해?” 하면서 숟가락을 놓고 나가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람 은 남편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멸치 사다 놓은 것도 떨어졌고, 내가 아픈 몸으로 시장 건어물가게에 가서 멸치를 사다가 다 까서 그것을 완벽 하게 하기엔 내 몸은 역부족이었다. 누가 나이 80에 부엌에 들어가 반찬 만들기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젊은 사람들도 김치를 사다 먹는 세상인데! 밥도 하기 싫어서 사먹는 사람이 늘어간다는데 말이다. 나는 하기 싫어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꼭 꼭 집밥을 차려주었다. 그러면 당신이 시장에 가서 사다주던지 멸치 깔 때 도와주던지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내가 더욱 화가 나서 소리를 쳤다. 나는 화가 나서 그 멸치조림을 윗층에 사는 아들네에게 주어 버렸다. 그날 밤은 화가 나서 잠도 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이었다. 또 김치가 떨어져갔다. 남편은 내가 담근 김치를 아주 잘 먹는다. 아들네도 생김치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가족 들이다. 어젯밤 일은 없었던 것처럼 나는 남편 방에 들어가 나 오늘 김치 담글려고 하니 남부시장에 같이 가자고 하니 남편은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섰다. 남부시장 천변주차장엔 무슨 차들이 그렇게 많은지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오늘 따라 어떤 남자 분이 나팔을 불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 하면 “그 공간은 안 됩니다.” 하며 딱지를 놓는 바람에 아주 힘들게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늘 단골로 가는 야채가게에 가서 배추와 무, 파, 당근을 사 놓고 나는 먼저 늘 단골로 가는 건어물전으로 갔다. 남편은 어슬렁거리며 내 뒤를 따라 왔다. 좋은 멸치 두 박스를 산 다음 아주 까달라고 부탁하고 돈 만원을 더 주었다.

그 가게주인은 웃으며 내일 아무 때라도 찾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금방 사놓은 야채가게에 가서 배추를 찾아 차까지 배달해 달라고 하니 바쁘고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다. 남편은 그 무거운 배추더미를 양손에 들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어제 멸치 볶음 때문에 싸웠던 것은 금방 물 건너가 버렸다. 나는 남편 곁에 다가가 그 배추더미를 나와 나누어 가지고 가자고 했다. 남편은 어느새 환한 얼굴로 괜찮다며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어찌 보면 두 남녀가 이루어 가는 “우리” 라는 인생은 순간순간 각자의 연출에 의해서 이루어 진 듯하다.

다음날 남편은 대가리 깐 멸치 두 박스를 들고 와서 어제 있었던 일은 다 잊은듯 웃으며 들어왔다. 나 또한 어제 일은 없었던 것처럼 멸치 볶음을 맛있게 볶았다.

부부싸움이란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생각나서 나는 혼자 쿡쿡 웃었다. 왜 웃느냐고 묻는 남편에겐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연신 쿡쿡 웃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누가 뭐라해도 금방 만든 멸치 볶음이다.

2016년 5월7일

[황의찬]

군침이 도네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멸치, 양쪽으로 쪼개어 새까만 똥은 발라내고,
빨갛게 고추장이 묻혀지고 쫀득하게 씹히는 멸치조림은 일품이지요!
그렇게 맛있는 멸치조림을 이밥에 얹어 먹으려는 욕망(?)으로 집에 들어서는데,
대가리 달린, 속에는 틀림없이 똥도 있을, 자잘한 멸치라니!
완존 실망이지요!
되돌아 나가실만도 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남자들에게는 세상을 휘어잡는 포부도 가슴 속의 꿈이지만,
아내가 차려주는 식탁에서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뜨는
욕망도 세상을 정복하려는 포부 못지 않은 아주아주 귀중한
사나이 비전입니다요!

평생을 살아도 남자의 넓은 가슴을
여자들은
몰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