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미사 중에 반드시 미사보를 써야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미사보가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교회의 좋은 전통으로 받아들여 머리에 쓰시면 하느님께서도 기쁘게 보아주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미사보가 남녀차별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쓰시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미사보와 관련된 역사는 구약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창세기 24장에 리브가가 장차 남편이 될 이사악의 앞에서 “너울을 꺼내어 얼굴을 가렸다”라는 기록이 있고, 출애굽기 34장에는 야훼 하느님을 만나고 나온 모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기에 다시 하느님과 대화하러 들어갈 때까지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구약성서는 야훼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때문에 하느님의 성소와 지성소 사이를 휘장으로 막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출애 26―27장). 이 휘장은 속죄의 의미도 함께 포함합니다.
이렇게 구약성서가 전하고 있는 수건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속죄의 의미까지도 포함하고 있고, 오늘날까지도 이 의미는 유다인들에게 전해져 그들은 기도할 때 반드시 머리에 수건을 얹는 풍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예루살렘 성전의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유다인들을 보면 남녀 모두가 머리에 모자를 쓰거나 수건을 얹고 있는 모습이고, 유다인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유다인들의 풍습을 따라야 합니다.
신약성서에서 미사보와 관련된 언급은 고린토 전서 11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바오로 사도는 “여자가 기도를 하거나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때 머리에 무엇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성서본문은 당시의 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하여 여성신자들에게 미사보 착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례 때에 죄를 깨끗이 용서받았다는 표지의 하나로 흰 수건을 받습니다. 이 흰 수건은 회개와 용서, 속죄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면에서 미사보가 갖는 의미는 구약성서가 말하는 의미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례 때에 흰 수건을 받는 것은 남성들에게도 해당되지요. 따라서 남성들도 미사 때에 흰 옷을 착용함으로써 회개와 용서, 속죄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회의 전통이 신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미사보의 착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첫댓글 다소 거추장스럽더라도 미사보를 쓰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