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뿌르 도착한 첫 날은 싸지만 좁은 도미토리에서 지냈지만
언니랑 나 둘다 푸시카르에서 안 좋은 일 있은 직후라
몸 편히 맘 정리 좀 하자며 뷰가 좋은 숙소로 옮겼다.
여기선 호수가 잘 보였다.
골목 깊숙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라 조용했다.
언니는 이 날 많이 아파서 계속 잠만 잤다.
내가 씻고, 산보 다녀오고, 엽서를 쓰고, 일기를 쓸 때까지.
엽서까지 다 쓰고 언니를 기다리던 나는.
이러고 놀았다.
이날도 아침에 설사병이 났는데 결국 밥은 챙겨 먹었다. 나한테 아픈 거랑 밥맛은 별개니까.
우다이뿌르에서 하루라도 배탈을 빼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도,
맛있는 거 먹은 기억
재밌었던 기억
신나게 논 기억
좋은 사람들 만난 기억 밖에 없다.
(사진 찍자마자 휴지 집어들고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던 나.)
소니네 가는 길.
하루에 족히 여섯번은 지나다니던 작은 다리.
다리에서 바라본 전경.
멀리 호수 위 보이는 건물이 레이크팰리스.
처음 봤을 땐 너무 신기했지만 알고보니 이 호수 수면 매우 낮단다.
반대편에 보이는 나머지 다리 하나는 턱이 없어서, 오토바이가나 릭샤가 많이 지나다닌다.
오빠들까지 떠난 뒤, 혼자 소니네서 놀다 늦어지면 힘찬이나 영웅이가 오토바이로 데려다주곤 했다.
멍 때리기 좋은 공간. 리틀프린스레스토랑.
워낙 한국인 여행자가 많아, 오므라이스나 수제비, 칼국수 같은 짝퉁 한국음식들도 판다.
가만히 앉아서 다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조드뿌르의 오믈렛집처럼 이곳도 만남의 공간.
언니의 190루피짜리 조리가 또 끊어졌다.
50루피짜리 내 조리는 멀쩡하기만 한데, 언니는 벌써 두 번이나 신발끈이 빠졌다ㅋㅋ
10루피 주고 수선 받는 약골신발.
보고싶은 소니네.
왠지 아직도 밖을 나서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곳.
보고싶은 라니.
강아지라기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운 녀석.
정돈된 검은털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멋쟁이.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껍질까지 싹싹 핥아먹으면서,
밥은 입까지 대령해줘야 겨우 먹는 편식쟁이.
몸이 너무 길어 어딘가 기대기를 좋아하고
입조차 너무 길어 턱 괴기를 좋아하는 녀석.
새침한 듯하다가도 친해지면 쫄래쫄래 잘도 쫒아오는 애교쟁이.
그리고, 자기가 피곤하면
고기 앞에서도, 세상 끝난 듯이 뒤집어져서 잠 자는 태평천하.
바로 이것이 소니네 닭도리탕!
압력솥에 요리해, 닭이며 감자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여기에 우리집 고추장 쓰면 금상첨화일텐데.. ㅋㅋ
왠만한 한국식당보다 맛있는 무김치. 거의 격일 간격으로 담궈 싱싱하다.
소니네 옥상에서 바라본 야경.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의 회색빛 도시.
소니네 집은 이 주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소니형제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하나둘 생겨나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들을 보아왔다.
그리고 점점 높아지는 건물들, 변해가는 이웃들까지..
소니네는 '정'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한국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그들과의 건전한 술자리를 좋아한다.
또 가족들 모두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각자의 일과 일상에 열심히이다.
소니네를 떠날 때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인도는 언젠가 또 가게 될테니까.
(끝)
언닌 지금쯤 북쪽을 다 돌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으려나?
잔뜩 타서 돌아오겠다ㅋㅋ 언닌 얼굴만 안 타면 되니까.
언니와의 마지막 장.
언니랑 나랑 똑같은 한국사람인데
살색깔은 왜 이렇게 달라?
난 얼굴빛이 막 누래..
참.. 난 사람이 아니지.
한국산 낙타니까..
보고싶어요 온니.
오빠들이랑 소니네도.
첫댓글 안그래도 영주 어찌 살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소식을 듣네.... 사진만 봐도 흥분되고 설렌다. 잼있었겠다.... 한국산 낙타....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