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보에서 껄로까지 직선거리로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삔우린 만달레이 메이크틸라 따지를 거쳐 빙 돌아서 가는 길밖에 없고 도로 사정도 좋지가 않은 탓에 14 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부담스러운 거리지만 그렇다고 끊어서 가기도 애매하다. 만달레이에서 내려 하루쯤 묵었다 가는 게 대안이긴 한데 만달레이에서 껄로까지 8 시간 이상 걸린다니 어차피 하룻밤은 버스를 타야 한다. 만달레이를 떠나던 날 길가에 잔뜩 보이던 두리안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두리안을 만나기 힘들었다. 양곤에서 딱 한번 봤으나 작은 조각 하나에 7천짯을 달라고 해서 안 먹었다. 나중에 양곤에서 한 번 치앙마이에서 한 번 먹어보기는 했지만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두리안이 이렇게 귀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사라하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그냥 껄로까지 가기로 했다. 5시 차와 4시 반 차가 있다고 하길래 5시 차표를 끊고 4시 좀 넘은 시각에 버스 정류장에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친절한 사람들(남녀)이 매우 인상적이다. 숙소에서 끊어 준 표를 받아 새로 차표를 써 주더니 의자를 내다 주며 앉아서 기다리란다. 의자에 배낭을 놓고 서 있었더니 의자를 또 가져오고, 그러더니 건너편 식당에 가서 뭘 먹거나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권한다. 권하는 대로 식당에 가서 커피를 마시다가 5시 쯤 버스가 하나 오길래 건너와서 올라타는데, 친절 남녀는 정중하게 작별 인사까지 해 주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버스가 휴게소에 멈추었지만 점심을 잘 먹은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플 시간이 아니다. 다음에 또 쉬겠지 하면서 밥을 먹지 않았는데 그 후에는 새벽 4시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간다. 버스에서 나눠준 빵이라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었으면 밤새도록 쫄쫄 굶을 뻔했다. 버스가 곡테익 근처를 지날 때는 옛 대관령길 이상으로 꼬불꼬불 내려가는 길이 어찌나 험하던지 옆지기님이 멀미를 호소할 정도였다. 길이 꼬불꼬불한데다 폭도 좁아서 대형 트레일러가 반대편에서 올라올 때에는 멈춰서서 기다려야 했고 심지어 후진을 해서 비켜 준 적도 있다. 한참 동안 고생을 시키더니 삔우린 근처부터는 무난하게 잘 달렸다. 그런데 저녁 식사는 놓쳤다고 해도 화장실은 가야잖아? 마냥 달리기만 하면 어쩌라는 거야? 어쩌다 멈춰서서는 운전수들끼리만 내려서 볼일을 보고 또 달린다. 세 번째일까 네 번째일까, 버스가 멈추자 나를 포함해 많은 승객들이 참지 못하고 따라 내렸다. 망설이던 여자들도 결국은 내려와서 길가에서 일을 보았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어떤 식당 앞에 차를 세웠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직원들이 탁자 위에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다. 화장실 가라고 세워준 모양이다. 이제 와서?
한 시간쯤 더 가서 버스가 멈췄다. 껄로다. 17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12 시간만에 왔으니 우리가 운이 좋은 거다. 화장실도 안 들리고 달린 덕분인가? 그런데 우리 부부말고는 아무도 안 내린다. 다들 냥쉐까지 가는 거야? 껄로에서 낭쉐까지 걸어가는 트레킹 코스가 인기라고 들었는데 그레서 절반쯤은 내릴 줄 알았는데 예상밖이다. 우리는 걸어서는 아니고 기차를 타고 냥쉐로 갈 생각이다. (오늘은 아니고 내일이나 모레쯤?)
춥고 피곤한 새벽에 갈 곳은 숙소뿐이다. 삐끼 한 분이 접근을 하는데어디로 따라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거절하고 눈 앞에 보이는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위너 호텔. 한자 간판 때문인가 중국 분위기가 나는 듯한 좀 오래된 호텔인데 그럭저럭 잘 만한 방이 35달러란다. 얼리체크인을 생각하면 좋은 가격이다. (다른 숙소는 안 가봤으니 비교불가. 이상하게도 껄로에 대한 여행자들의 평가는 좋은 편인데 특별히 평점이 높은 숙소가 없다. )
한숨 자고 나와서 우선 시장부터 들러서 국수 한 그릇으로 주린 배를 달랜 다음에 수박과 과자 따위를(라면땅 비슷한 걸 만드는 방앗간을 발견함) 사 먹으며 껄로 시내를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기차역도 미리 가보고 떼인따웅 퍼야도 올라가 구경하고 허름한 동네 공원에도 들어가 보고 포포라는 이름의 제과점에서 (현지 물가 기준으로는 비싼 편이지만) 맛있는 빵도 사 먹고 하면서 한가한 하루를 보냈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별로 안 보이는데 비하여 껄로에는 여행사 간판이 많이 보였다. 냥쉐로 가는 트레킹 외에도 소수 민족 마을을 겨냥한 여러 코스의 트레킹 상품이 있다고 하는데, 그거 아니면 특별히 갈 만한 곳이 없는 듯하다. 내일은 냥쉐로 넘어가야겠다.
저녁은 유럽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로 꾸민 JR 이란 식당에서 먹었는데 맛있는 식당이라고 추천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