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댄스시어터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기사입력 2006-07-26 19:07기사수정 2006-07-26 15:34 파이낸셜뉴스
지금까지 긴 여정을 같이한 우현영과 김준규, 관찰자가 그들의 길동무가 된 것은 2002년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 『The Last Man』(최후의 사나이)부터다.
그들의 ‘La Strada(길)’는 늘 자신감 충만한 패기에서 시원(始原)한다. 기존의 박절관념을 무시하듯, 호태왕의 진군처럼 우현영의 과감한 도발적 재즈댄스는 영토를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총체적 춤의 습합(習合)은 춤 예술의 전문성을 창조하였고, 피와 땀으로 이룬 포즈댄스시어터 10년 작업은 추종을 불허하는 유니크한 테크닉의 보고를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발레 기법을 기본으로 하여 컨템포러리 재즈와 모던댄스를 두루 섭렵, 통달한 김소윤 박주현 이지혜 이현정 홍은경 이복경 조아라 구은경 양지희 허윤정 등은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25일(화) 밤 여덟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시연은 재즈댄스의 이양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두 파트로 나뉘어진 공연은 1부는 『시즌즈』(Seasons,계절)와 베스빌딩의 『특별한 만남』 , 2부는 『바츠니아 주닉』(Vaznia Zunik, 설연화(雪蓮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장 인터뷰와 외국 워크샵 화면은 우현영이 이미 국제 스타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늘 봄과 자유를 꿈꾼다.
여기에 김학수의 힙합과 박지우의 라틴 춤이 어울리면서 진지함을 풀어내는 해설자 및 잔치에서 흥을 돋구워 주는 삐에로 역을 한다.
코믹성이 가미되고 현장감을 살린 10년간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진취적 역동성을 추구하는 아시아 재즈댄스의 보고가 한국의 심장 서울 소재의 ‘포즈댄스시어터’임을 입증시키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미적 승화의 중심에는 우현영이 타라의 여신처럼 버티고 있다.
그녀는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재즈댄스의 상기한 여전사들을 만들어 내었다.
강태원은 10년이 넘게 ‘포즈’와 Mitarbeit(공동작업)을 해온터라 가장 적합한 음악을 적소에 배치 분산 시키고 있었다.
신호의 조명과 한승수와 이선아의 의상도 전투에 꼭 필요한 무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즌즈』는 봄날, 강릉 단오제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원초적 본능과 근원적인 역동성을 한국적 정서에 담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굿당에서는 어울림을 위한 소리가 퍼져 나간다.
신목처럼 나무 한그루 위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재빨리 스쳐간다.
앙증맞은 소녀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빠! 봄은 누가 만들어요?’의 멘트는 88올림픽 때 굴렁쇠 소년의 등장처럼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선함과 따스함으로 구성되어있다.
자연 순리를 일깨우는 시끄럽고 분주하고 부드럽고 물 흐르듯 하는 봄에 대한 소묘는 우리에게 유혹에 근사한 에피소드일 수 있다.
긴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맞이하는 하는 의식이나 강릉 단오절 나들이나 모두 다 신나는 일이다.
무용수들은 오방색의 띠를 두르고 연기를 해낸다.
숨겨진 상징들은 희망과 순수를 지향한다. 희망이 속삭이고 격려하고 장난으로 싸운다.
삶의 울타리 밖으로 나들이를 나오면 ‘우리’라는 명제는 다 희망이다.
허망에 어울린 몸짓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레드 벨벳위로 떨어지는 한줄기 희망의 빛은 꽃 봉우리,새, 물, 모래 위에도 비칠 것이다.
『바츠니아 주닉』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얼음을 뚫고 나오는 꽃이다.
이 얼음 꽃의 전설은 5박의 리듬은 여행의 심도를 높인다.
무대를 장악한 9인무는 개인의 개성과 집체의 통일성을 다양한 몸짓과 동작으로 보여준다.
곤궁하고 피곤한 삶에서도 인간은 도약을 위한 한판을 준비한다.
인동초와 동백도 바츠니아 주닉을 닮아 있다. 우리의 삶도 다를 게 없다.
자연, 인간, 생명, 아름다움, 차가움, 기(氣)라는 테제는 해체와 봉합의 수순을 밟아 나간다.
장날 분위기를 연출하는 엑셀런트한 의상들, 태양새가 고원을 날 듯 여인들은 빛줄기를 타고 자신의 영역에서 멋들어진 춤판을 연다.
원과 선, 몸과 짓으로 만들어간 작품은 끝까지 엔터테인먼트성을 간직한 채 예술적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포즈’의 오늘은 이렇게 10년의 대 서사시로 쓰여 지고 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