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나릿골 감성마을
1
정라진 항구를 품은 언덕마을 나릿골
골목 곳곳에서 나리꽃이 피어나
나리꽃마을, 나릿골이라 불렀다
마을 앞 해안에 건너불을 오가는
나루터가 있어 나룻골이라고도 했다
2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될 무렵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한 곳
생선 담은 지게 지고 언덕길 오르다
자주 미끄러지곤 했다지
덕장에 널어놓는 생선 수만큼
몸 곳곳에 상처 자국이고
고향 찾아가던 마음이 오징어배
집어등에 갇혀 화상을 입곤 했지
고이면 썪는 법, 수시로 터지는
비명소리, 악다구니, 고성방가도
바닷바람에 금세 사라지던 나릿골
3
1970년대 오징어·명태 게락일 때
나리꽃처럼 예쁜 색시들의 노래와
젓가락 장단에 잠들지 못한 나릿골
정라극장에서 나온 나릿골 처녀들은
타지에서 온 총각 선원과 만나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곤 했다지
4
1990년부터 나릿골엔 산 그늘이
짙어졌다 마을 어른들이 돌아가시자
나릿골의 생선 비린내도 떠나고
하나 둘 빈집이 늘어났다 감나무집
마당에는 색바랜 장화 한 짝이
몽롱한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있다
5
천년의 세월도 지는 것은 한 순간
떨리는 가슴으로 맞이한 새 천년에
정라진과 후진 잇는 도로가 나고
마을 노인들은 천지개벽이라 했다
그날 고등어에게 쫓기던 멸치떼가
정라항으로 몰려와 햇살처럼 빛났다
갈매기들은 하루 종일 바빴다
6
나릿골에는 나리꽃 같은 집들이
여기저기 꽃봉 터지듯 피어났다
작은 미술관, 북카페, 예술가의 집,
핑크뮬리 만발한 천상의 화원
정라항 수면에 비치는 나릿골은
언제나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고
고향 옛집을 감성팬션으로 꾸민
강동수 시인은
날마다 등대 불빛으로 깨어나
동해 바닷물 같은 시를 쓰고 있다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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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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