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표선수들의 유니폼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였는데, 왜?

[이진희]

러시아 체육계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스포츠 의상으로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또는 러시아 스포츠가 국제무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은 피곤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러시아 남자 피겨선수 안톤 슐레포프(23)의 대회 출전 의상을 '베스트 의상'(best costume) 후보로 올린 것은 실수라고 인정한뒤 4일 사과했다. ISU는 슐레포프가 지난 11월 프랑스와 일본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에 입고 출전한 의상을 '베스트 의상' 후보로 올린 바 있다.

문제는 그의 의상이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죄수복을 연상시킨다는 사실. 슐레포프는 그 의상을 입고 프리 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했다.

안톤 슐레포프 안무의상/동영상 캡처

ISU의 베스트 의상 후보 번복/얀덱스 캡처

안톤 슐레포프 경기장면/트위터

이 의상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 줄무늬 죄수복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가슴에는 ‘다윗의 별’이 붙어 있다. 당시 슐레포프는 많은 유대인을 나치의 학살로부터 구한 오스카 쉰들러의 삶을 다룬 '쉰들러 리스트'를 테마로 한 연기를 펼쳤다. 경기장에서도 이 의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쉰들러 리스트'라는 테마와 그 의미에 묻혔다.

파문은 슐레포프의 의상이 '베스트 의상' 후보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우선 유럽을 중심으로 한 SNS 이용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ISU를 향해 "무책임하고 모욕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세계 유대인 관련 단체들도 가세했다. ISU측은 급기야 "베스트 의상 후보에 올린 것은 실수"라며 물러섰다.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새 유니폼도 최근 문제가 됐다. 스폰서인 아디다스가 '유로 2020'에 맞춰 제작한 유니폼인데, 일부 선수들이 착용을 거부한 것. 소매 부분에 있는 러시아 국기, 즉 삼색기의 색깔 순서가 뒤집혔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러시아 국기는 하양-파랑-빨강 순인데, 유니폼 소매는 빨강-파랑-하양 순이다.
 

논란을 불러온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새 유니폼. 맨 아래 사진은 새 유니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스포츠24매체 캡처 

러시아 축구협회 포스터

러시아 축구팬들도 새 유니폼이 세르비아 국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르비아 국기는 색깔 순서가 러시아와는 반대다. SNS에는 “세르비아 대표팀의 새 유니폼 멋지네, 러시아 유니폼은 언제 나와?"라는 비난도 올라왔다. 

러시아 축구협회는 “일단 새 유니폼 착용을 보류하고, 기존 유니폼을 착용할 것”이라며 물러섰다. 당초 벨기에와의 유로 예선전에 새 유니폼을 입기로 했으나, 선수들은 기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1대4로 패했다. 아이다스측은 디자인을 일부 수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축구협회도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당시 입은 유니폼으로 포스타를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