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낭만의 고대도시 아를(Arles)
인구 5만의 자그마한 도시 아를(Arles)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매혹에 빠지게 하는 도시였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음악 전담교사를 한 적이 몇 번 있는데 4학년 과정 감상곡 중 ‘아를의 여인’이 있어 지도하던 기억이 아름답게 회상된다.
시청광장의 오벨리스크 / 로마 원형극장 유적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는 자신의 단편 ‘아를의 여인’을 희곡으로 각색하였고, 거기에 젊은 시절의 비제(Georges Bizet)가 왕성한 창작열로 27곡의 삽입곡을 작곡하는데 4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는 감상곡은 ‘아를의 여인’ 제1 모음곡 중 ‘종’이 실려 있었다.
아를(Arles) 사진을 구해다 칠판 스크린에 빔으로 쏘며 보여주고 열심히 아를에 대하여 설명을 해대던 기억이 새로운데 당시 제목은 ‘아를르의 여인’이었다. 감상곡을 들려주며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아~!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아이들... 그리고 아를(Arles)하면 또 연상되는 것이 화가 고흐(Vincent van Gogh)가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던 곳 정도였다.
<1> 아를의 로마 시대 유적들
제일 먼저 아를 시청광장으로 들어섰는데 AD 1세기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이집트에서 옮겨와 세웠다는 하늘을 찌르는 오벨리스크(Obelisk/尖塔)가 눈에 들어온다.
큰 도시도 아니고, 그다지 큰 광장도 아니고 별다른 설치물도 없는 광장인데 고대 이집트의 상징인 오벨리스크라니... 또 광장 한쪽에는 11세기에 건축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트로핌 대성당(St. Trophime Cathedral)이 있고 고색창연한 시청 건물도 멋있다.
사람들에게 관광꺼리를 물었더니 성당 뒤쪽으로 가면 로마시대의 유적이 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반원형 고대 로마극장과 그 앞에 서 있는 하늘을 찌르는 기둥...
서둘러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끊는데 뒤편에 있는 원형 경기장(鬪技場/투기장) 입장권까지 포함되어 있다며 꼭 보고 가라고 한다.
<2> 로마극장 유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이 고대 로마극장은 반원형으로 관람석이 있는데 반원의 지름이 102m, 관람석은 33층으로 설치되어 있어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 신분에 따라 좌석이 구분되어있었는데 돌에 새긴 좌석 안내표가 좌석마다 새겨져 있다.
무대는 길이 50m, 폭 6m로 엄청난 규모다.
무엇보다 무대 뒷면을 꾸미는 데 사용되었다는 엄청난 높이의 돌기둥 2개는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극장 옆면으로는 고대 성곽들 또한 잘 보존되어있다. 인구 5만 남짓의 조그만 도시 아를(Arles)에 이런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있다니.... 둘러보는 내내 놀라움으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다.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 / 경기장 내부 / 경기장 둘레의 회랑
<3> 로마 원형 경기장
로마극장 유적을 나와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엄청난 유적이 나타나는데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鬪技場)이다. 우선 둥근 원형 고대 건축물이 완벽하게 남아있다는 자체가 놀라운데 그 규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내부로 들어가면 반원형 극장과 달리 완전 원형이고 가운데는 검투사(Gladiator)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넓고 둥근 운동장이 있다. 관람석 아래쪽은 둥그렇게 돌아가며 회랑(回廊)과 방으로 되어있어 검투사들이 대기(待期)하거나 사람들이 지나다녔던 길인 셈이다.
이 경기장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요즘도 이곳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축제 때 투우경기를 하는데 소를 죽이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므로 요즘은 소를 죽이지는 않고 소의 두 뿔 사이에 매달아 놓은 화환을 떼어내는 경기라고 한다.
경기장 입구에는 당시 검투사들의 싸우는 모습 사진과 함께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며 손뼉을 치고 즐거워했을 당시 로마 사람들의 잔인함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음은 프로방스(Provence) 들판과 ‘고흐다리’를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