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60. 마하남, 수다원을 얻었다고 수기하는 것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 니구타숲 속에 계셨다.
당시 그 나라의 석가족들이 강론(講論)하는 곳에 모여서 자리를 정해 앉은 뒤에 그 안에서 서로 말하기도 하고 의논하기도 하다가 마하남에게 말하였다.
“앞과 뒤가 없는 일이 있으니, 그대의 뜻에는 무엇이 뒤가 된다고 여깁니까?
저 석가족 추수를 여래께서는
‘그는 수다원을 얻었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일곱 번 태어나고 일곱 번 죽은 후에 괴로움의 끝을 없애게 된다’고 수기하셨습니다.
저 추수는 계를 헐고 범했으며 술을 마셨는데도,
부처님께서는 오히려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고 수기하시니,
만약 그렇다면 무슨 앞과 뒤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마하남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세존의 처소에 가서 그런 뜻을 여쭈어 보시오.”
마하남은 즉시 그 말대로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가비라의 석가족들이 강론하는 곳에 모인 뒤에 그 안에서 의논들을 하다가 저에게 말하기를,
‘무엇이 앞과 뒤가 됩니까?
그때 추수가 목숨을 마치자, 여래께서는
〈그는 수다원이 되었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일곱 번 태어나고 일곱 번 죽은 후에 괴로움의 끝을 없애게 된다〉고 수기하셨습니다.
저 추수는 계를 헐고 범했으며 술을 마셨는데,
만약 〈그가 수다원을 얻었다〉고 수기하신다면,
그 말씀은 곧 앞과 뒤가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모두들 나를 선서(善逝)ㆍ세존(世尊)이라고 말하는데, 그러한 말을 하는 이도 또한 선서라고 말할 것이다. 선서라고 칭했기 때문에 선서인 마음을 내니, 성현의 제자는 정직한 소견(所見)을 내기 때문에 선서라고 일컫는다.
또 마하남이여! 여래의 제자는 언제나 부처님께 귀의하며, 또한 다시 법과 승가인 삼보에 귀의하여
빠른 지혜, 날카로운 지혜, 싫어하여 떠나는 지혜, 도(道)의 지혜를 얻어서 지옥ㆍ아귀ㆍ축생(畜生)과 그 밖의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8해탈을 얻어서 몸소 증득하게 되며,
8해탈을 갖추어서 구족한 계(戒)에 머무르며, 지혜의 안목으로 모든 번뇌를 없애나니,
이를 구해탈(俱解脫)을 얻은 아라한이라고 말한다.
또 마하남이여! 성현의 제자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지만,
혜해탈(慧解脫)의 아라한은 8해탈을 얻지 못했다.
또 마하남이여! 한결같이 부처님께 귀의함과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지만,
아나함을 증득한 이는 8해탈을 갖추더라도 모든 번뇌를 없애지 못했다.
또 마하남이여! 한결같이 부처님께 귀의함과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지만,
지옥과 아귀와 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아서 여래의 교법을 그가 잘 따르고 거역하지 않으면,
그를 안목이 도달되었다[見到]고 말한다.
또 마하남이여! 성현의 제자가 한결같이 부처님께 귀의함과 그 밖의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지만,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법을 그가 잘 따라서 해탈하면,
이를 믿음의 해탈[信解脫]이라고 말한다.
또 마하남이여! 만약 부처님의 말씀을 믿어서 좋아하고 숭상하고 익히면,
다섯 가지의 법을 인식하고 좋아하나니, 이른바 믿음, 정진, 염(念), 선정, 지혜이다.
이를 성현의 제자로서 세 갈래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말하며,
이를 견고한 법[堅法]이라고 말한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지니지만 한계가 있으며,
다섯 가지 법을 인식하고 좋아함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면,
이를 성현의 제자로서 세 갈래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 말하며,
이를 견고한 믿음[堅信]이라고 말한다.
마하남이여! 내가 지금 ‘사라수(娑羅樹)숲이 능히 그 뜻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가령 그 뜻을 이해한다면 나는 그에게도 수다원을 얻었다고 수기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뜻으로 내가 석가족의 추수에게 ‘수다원을 얻었다’고 수기한 것은 아니니,
왜냐 하면 저 석가족 추수가 성계(性戒)인 중한 계는 범하지 않았으나 차계(遮戒)를 범했기 때문이다.
그가 목숨이 마칠 때가 되자 그 지은 바를 뉘우치고 자책하였으며,
뉘우치고 자책했기 때문에 계를 완전히 갖추게 되어서 수다원을 얻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범한 바가 약간 있더라도 뉘우치고 자책하면 완전해지고 갖추어지거늘,
무엇 때문에 저 석가족 추수가 수다원을 얻은 것을 수기하지 않겠느냐.”
석가족 마하남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