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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리드림 수강생 여러분!
바야흐로 이번 달도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시월로 소리드림 3개월차에 접어드는 아직은 새내기 수강생 이예슬 이라고 합니다.
이 게시판에 저의 등장이 조금은 의아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요 며칠 간 보고 느낀 사소하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소중한 훈련 경험담에 부족하나마 몇 글자 적게 되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소리드림 분이시라면
엊그제 치뤄진 인천 아시안 게임의 야구 결승전이나 박태환 선수의 수영 경기를 보셨을 법도 한데요,
저도 잠시 소리드림 수업이 있는 강남을 떠나 이곳 인천에 머무르면서 경기 준비를 돕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경기는 낯설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으실 '공수도(空手道;가라테)'라는 경기입니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 불리우지만 세계 많은 나라에서 행해지는 대중적인 스포츠입니다.
특히 유럽은 공수도 강국으로,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의 경우는 공수도 스타디움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라고 해요.
(http://kusf_sport.blog.me/220031741804 - 2014.06.16, 대학스포츠, 안태은 공수도 국가대표 인터뷰 참조)
격투 종목 중 유일하게 상대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 스킨 터치, 피부에 살짝 닿는 타격 정도만을 허하는 경기이지요.
경기 설명이 길었습니다만, 본론으로 들어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소통'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풀어나가볼까 합니다.
오늘 새벽 글을 쓰고자 1층 쇼파에 내려와 앉아 있자니 연수원 사무실 직원분께서 나오셨습니다.
새벽까지 열심히 근무 중이시구나! 하는 생각에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사무실 안 원탁 테이블에서 작업하라며 배려해 주셔서 집합 전까지 이렇게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소통(疏通,communication),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의 '뜻'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아닌가 라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나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상대방과 그 문화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수반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함'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이곳 경기장에서도 매 순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제 낮 무렵, 세계 공수도 연맹의 VIP 다섯 분을 모시고 오찬 자리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은 한국 연맹국장님과 국제협력처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었고,
VIP 분들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타이완,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 분들이셨습니다.
식사를 하며 나오는 음식들과 공수도로부터 시작해서 중국과 주변국가, 유럽의 역사 등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나왔습니다.
각자 언어의 억양이 남아 있어 알아듣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모국어가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영어'라는 한 언어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고,
최대한 그분들이 하는 말씀을 귀담아 듣고 국장님께도 열심히 전달해 드리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저희 국장님의 당당한 태도와 그에 대한 다른 분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비록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으셨지만 'You come yesterday?', 'Your hotel?', 'You golf? golf?' 등등
스스럼 없이 말씀을 건네셨고, 다른 VIP 분들도 그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답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영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또 서툰 영어라고 비웃지도 않았습니다.
영어를 잘 못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인가?
오히려 자신의 영어 실력을 부끄러워하며 입밖으로 내뱉으려 하지 않는 모습과
목표로 한 바가 있음에도 그것을 이루고자 노력하지 않는 모습이 더 부끄러운 것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오찬이 끝나고 자리를 옮기며 회장님과 잠시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타이완 분이신데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일본어는 어디서 배웠나, 본인은 치바 현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등 한 언어를 매개로
사적인 대화를 나눌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짧게 대화가 오갔습니다.
비유가 우습지만 언어를 알아간다는 것은 식탁의 반찬 수를 늘려가는 것과 닮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외국어를 모르더라도 사는 데에 크나큰 지장이 없는 사람도 있고, 또 모두 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반찬 한 두개만 먹고 살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종류와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식탁이 풍성해지듯,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언어가 늘어날 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 접할 수 있는 분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정도가
더욱 다양해지고 깊어지리란 점이 국제대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입니다.
날이 저물어 경기장 밖 벤치에서 잠깐 바람을 쐬고 있자니 배드민턴 경기를 보러 온 외국인 관객이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녀 역시 저에게 완벽하지는 않은 영어로 경기장 안에 가볍게 식사할 만한 곳이 있는지,
주변 식당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옆 사람 얼굴 한 번 쳐다보고 그 사람 얼굴 한 번 쳐다보며 대충 방향을 가리키곤 횡설수설 했을 텐데...
경기장 안 편의점엔 과자, 라면을 팔고 밖엔 10분 거리에 식당이 있다며 매우 간단히 답해주고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서툰 발음으로 '칸사한니다.'라던 그녀의 표정을 자꾸만 되뇌어 보았습니다.
오늘도 새벽 같이 일어나 깨끗이 씻고 화장하고 유니폼을 단정히 갖춰 입고 AD카드를 맨 뒤,
거울 속 제 자신을 보고 활짝 웃어 보았습니다.
사위는 아직 어둑어둑했지만, 곧 같이 일하는 요원들도 만나고 경기장 직원들도 만나고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도 맞을 것을 생각하며 충실하게 마음을 다하는 하루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틈틈이 이 글을 쓰는 사이 오늘 하루도 저물고 내일 최종 리허설과 대회 사흘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조금씩 덧붙여가며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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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어느덧 대회를 하루 앞으로 남겨두고 최종 리허설을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그동안 저는 참가 선수와 심판 명단의 이름을 한글 발음으로 옮겨 적는 작업도 하고,
심판 회의(Referees seminar)에 통역 및 진행 보조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영어로 쓰여져 있는 참가자 명단의 이름들을 한글 표기로 바꾸는 작업은
아나운서가 읽었을 때 최대한 원래 불리는 발음에 가깝게 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자면 외국 아나운서가 김연아 선수를 '요나 킴'이 아닌 '김연아'로, 한국어에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불러주는 것입니다.
영어 철자대로 읽어도 되지만 참가자 이름 하나하나의 발음을 신경 써주는 것도 배려하는 소통의 하나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심판 회의는 경기 시작에 앞서 진행 용어의 의미를 확실시 하고 주의 사항을 숙지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나온 내용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사용되는 언어가 영어라는 점입니다.
32개국 국제 심판들이 모두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별로 통역사가 붙지는 않기 때문에
때때로 사소한 오해가 생기거나 몇몇 내용들은 인지하지 못 하는 상황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지난 4월, 동아시아권 6개국만을 대상으로 행해진 대회에서도
영어로 행해지는 변경된 규정에 대한 안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심판들이 계셨습니다.
감정과 생각 표현을 위한 소통과는 또 다르게, 정보 자체를 전달하는 만큼 전문용어와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통역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해 들으면 되지만 꼭 그 여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기에 주제 넘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고,
국제 심판으로서의 요건, 나아가 다른 상황에서도 국제적인 업무를 맡았을 때의 요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기꺼이 소통의 어려움이 없는 단계에 다다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반면교사(反面敎師) 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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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이번 대회가 32개국이라는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대회라는 걸 처음 실감한 날입니다.
오전 8시부터 선수들의 체급별로 체중을 측정하는 계체를 실시하는데,
키르지스탄 이라는 처음 들어본 나라를 비롯해 각국 선수들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언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은 아니지만 인상 깊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는 이란 선수가 계체실에 들어왔을 때의 일입니다.
겉옷을 모두 탈의하고 체중을 재는 선수들도 있는데 아랍권 선수들은 히잡까지 벗고 측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상하의를 다 갖춰 입으면 문 열고 다음 선수를 부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계체 기록하는 대만 심판님께서 "Don't open the door." 하시며 히잡을 다 쓸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히잡이 아랍 문화권에서 갖는 의미와
단순히 안다는 것과 그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아마도 진정한 이해) 사이의 큰 간극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선수로 참여한 북한 선수가 계체실 앞에서 화장실 위치를 물어왔습니다.
처음엔 북한 선수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억양도 톤도 다른 "화장실이 어디입니까?"를 듣고
머릿속으로 의미는 인지했지만 왠일인지 영어로 먼저 대답이 나오고 나서야 다시 한국어로 위치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너무나 이질적인 느낌이 함께 들어서 굉장히 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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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갑작스럽게 잡힌 오찬으로 일본 VIP 다섯 분과
중국,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의 VIP 분들과 함께 오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이 많은 자리여서 일본어 통역인 저를 부르셨던 것 같은데 일본어-한국어, 영어-한국어 도 아닌
일본어-영어-한국어 통역을 하려니 그렇게 고역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본팀은 일본어-영어 통역하시는 분과 함께 오시긴 했지만 회장님 옆에 앉은 제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싱싱하고 맛있는 회를 씹는지 비닐을 씹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종종 일본인 전문통역가 분께서 하시는 영어를 들으니 어렵지 않게, 누구나 알 만한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명확하고 전달력 있는 문장으로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통역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시니 당연한 거겠지 싶다가도
자신감 하락과 함께 알던 일본어 조차 제대로 안 나오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공부 하면서 이 순간을 꼭 기억하자, 이 때 이 느낌, 이 공기, 이 마음 꼭 새기면서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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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끝날 것 같지 않던 공수도 대회의 마지막 날이자 아시안 게임의 최종일이기도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마카오 선수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일본서 제 선물을 챙겨오신 심판분과 서로의 티셔츠를 맞바꾸기도 했으며,
선수들과 웜업장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 사이의 통역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폐막식 정보를 요청하는 외국팀에게 자료를 찾아 알려주기도 하고,
시상식 전 인터뷰 요청하는 외신 기자들에게 인터뷰 시간을 설명하기도 하고,
이러저러 일을 하는 동안에 대회도 끝이 났고, 배드민턴 결승 이후부터 이틀 만에 만들어졌던 경기장 매트도
몇 십 명쯤 되는 인원에 의해 순식간에 해체되었으며, 그와 함께 짧으면서도 길었던 일주일도 막을 내렸습니다.
야구든 축구든 피겨든, 직접 하는 게 아닌 보는 운동 경기엔 전혀 관심이 없는 저였지만,
지난 4월부터 공수도 경기와의 인연으로 여러 종목과 국적의 운동 선수와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스포츠 선수를 들곤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겉으론 타인과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스스로와 싸우면서 일상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드는 결과물이
대회에서 사람들에게 잠시 보여지는 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렇기에 수업 시간에 코치님께서 보여주신
Everyday 영상을 보고 계속 마음 속에 무언가가 차오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참았습니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해서 목표를 향해 딛는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새롭게 자극 받고 감동 받은 만큼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열중하며 나아가려 합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많이 행복했던 일주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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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우리 멋진 예슬이!! 짱짱짱~~!!
열심히 하구와요~! 다치지 말구 몸 건강하게!!
감사합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역시 영어는 자신감이군요!
정말 외국어로 소통한다는 건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공감! 목적은 영어가 아니라 소통이니깐 ㅎ
언니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이네요! ! ! 보고싶어요 얼른 돌아오세영 :) ♡
아 진짜 좋은 경험했네ㅎㅎ 나도 소통이 되는 그날까지!! ㄱㄱ
우와 멋있어요 !!!!!!!
글로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이긴 하지만, 느끼신바를 너무 잘 전달해주셔서 저 또한 많은 걸 배우고, 다시 상기하고 갑니다!
짧은 영어여도 자신감을 갖고, 진심을 갖는다면 소통이 된다는 것.
영어를 잘하는 것에 집착했었는데, '소통'하기 위해 배운고 있다는 걸 다시금 꺠닫고 갑니다. 소중한 경험 후기 감사합니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해서 목표를 향해 딛는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ㅎㅎ 소통할 수 있은 수단으로써의 언어가 늘어날 수록 만날 수 있는 사람 접할 수 있는 분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정도 그리고 접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ㅎㅎ 이 글은 처음 읽어보네융 글을 읽는 내내 그 글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네요(시냅스) 감사합니다 좋은 훈련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글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