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엄마 따라다니다가 빈대떡이 먹고 싶어 떼를 쓰다가 뒤지게 맞은 기억이 있다. 그 뒤론 절대 공공장소에서 떼를 쓰는 나쁜 버릇이 없어졌다. 모임이 있는 식당 메뉴판을 보니 빈대떡이 눈에 띈다.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어진다. 염치 불고하고 시켰다. 나만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나 보다.
교동시장 빈대떡 할머니가 생각난다. 빈대떡 재료도 팔았기에 없는 형편에 완제품보다 싸게 더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봉다리로 사다가 지져 먹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지 언제부터 안 보이셨다. 더는 교동 빈대떡 맛을 볼 수 없었다. 찾기가 힘들어 골목 안을 뱅뱅 돌다가 겨우 찾아 먹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요즘은 칠성 시장 만두 골목 쪽으로 가면 튀김이랑 김밥과 더불어 빈대떡 재료를 살 수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녹두죽, 땅콩죽, 잣죽 등을 사러 저녁에 들리면 팔고 남은 죽을 아주 싸게 주는 집이 있다. 그 집에서 죽을 사고 그 옆집에서 녹두전 몇 장을 사서 집에서 먹곤 했다. 대구 찌짐집으로 유명한 진미찌짐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젊었을 땐 지금은 없어진 대영학원 앞 골목 안에 유명한 빈대떡 집이 있었다. ‘할매 빈대떡’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우리보다 나이가 조금 젊은 사람이고 우리 기억은 ‘유정식당’이었다. 돌돌만 김치가 아주 일품인 그 집 빈대떡은 막걸리 한잔 먹기엔 딱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한 두살 먹고 나니 주차장 없고, 차 델 곳이 마땅찮고 상당히 들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찌어찌 들어갔으나 기름 냄새가 너무 나서 얼마 먹지도 못하고 나와 버렸다. 입맛이 변하는 모양이다.
빈대떡이 병(餠)의 중국식 발음 ‘빙져’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손님접대용 음식이란 뜻의 ‘빈대(賓待)떡’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없는 사람에게 나눠준 음식이라 하여 빈자(貧者)떡이란 설과 빈대처럼 납작하다고 해서 빈대떡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왜 빈대떡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돼지기름으로 구워야 제맛이라는 빈대떡은 저렴한 음식이었나 보다. 하긴 비싸면 젊은 날에 내가 감히 먹어나 봤겠나. 대구백화점 옆 공주식당같이 막걸리 안주로 9가지 10가지가 나오는
아주 저렴한 곳만 찾아다니던 시절이었지 않은가. 지금은 돼지기름 냄새가 싫다. 진미찌짐집엔 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맛있다.
“할매, 빈대떡은 찌짐인데 왜 떡이라고 불러요?”
“뒤에 줄선거 안 보여? 그런 건 집에 가서 엄마한테 물어봐.”
1. 진미찌짐
2. 대영학원 앞 유정식당
첫댓글
노국장님.
빈대떡 먹고자바요 ~~ ^^
막걸리랑 먹으면 딱일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번개 치세요.
@조경숙 번개 칠 때 통기 하이소
오메~ 맛있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