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그애 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일요일날 시간 있느냐는 것이었다.
<시간없어 큰집 시제가 있는데다가 친구놈이 죽어서 조문을.....>
<그럼 안되겠네요 알려만 드리는거에요 저 그날 결혼해요>
이런 엠병
그애는 서울이 집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
이모가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데
새벽시장 몫은 그애 차지다.
그리고 그 새벽시장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충청도 청주, 청주에서 또 오지인 학교까지 온다.
버스안에서 잠을 자며...
2년동안 한번도 내 시간에 결석을 하지 않았다.
그 열성으로 재학시절에 문단에 등용하여 시인이된 아이.
오래 묵은 메일 함에서 그애가 결혼 한다는
이메일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뒤늦게 청첩장을 받았는데 뜻밖에도 예식장이
음성군 금왕읍이었다.차로 가면 40분거리...
어떡헌다? 서울서 죽은 친구놈은 어차피 고향으로 올테니까
내일 여기서 만나기로 하고..
시제는 어떡허지? 갔다오면 중반쯤 진행이 될터인데.......
정말 엠병이네
족손인 종손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어물어
금왕읍 농협 예식장을 찾아 갔다.
시간이 정지된것 같은 한산함이 촌놈인 나까지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금왕읍에 농협 예식장이 또 있어요?>
<아닙니다 여기가 맞습니다>
시작 30분전인데도 결혼식장은 더욱 쓸쓸했다.
축의금을 내려고 했지만 신랑측만 보일뿐 신부측은 없다.
<신부측은..?>
<글세요 아직 안나왔나 봅니다>
신랑이 다가왔다.
<저 교수님이시죠?>
<아니 나를 아세요?>
<지면에서도 보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요>
<아 축하 합니다 고향이 여기신가부죠?>
<네 그래서 여기서...>
신랑과 얘기 하는걸 보고 아가씨가 다가왔다.
<저 신부 동생 되는데요>
<아 어딨어요 신부?>
동생의 안내로 신부 대기실로 갔다.
드레스를 입은 그애가 놀라서 일어났다.
<아니 오늘 바쁘시다고?>
<......이쁘다>
그애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축하한다...얼굴봤으니 나 가야돼 바빠>
도망치듯 나와 집쪽으로 차를 몰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짠해졌다.
그가 쓴 시의 한구절이 떠 올랐다.
섬진강의 줄기인 남원 대강가에 있다는 고향 두재마을
엄격한 유교가문의 종가집 며느리로 시집왔던
어머니의 고달픈 삶을 얘기한 시이다
<내 고향 대강은
공 들여 살아갈 븕은 주단
어여쁜 새색시야
그럭재 넘어 섬바우 고개마다
뿌리고 돌아오던 눈물
두재마을 대치는
설운 어머니 품속>
그래 잘 살아라. 그럭재 넘어 섬바우 고개마다
눈물 뿌리며 돌아오던 어머니처럼 살지 말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