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61〉지금 부처를 염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念佛是誰〉
간화선 유입 이후 염불선 법맥 이전 없어
선과 정토 결합한 염불선 외면
염불시수 화두 ‘이뭣고’와 같아
중국 선종 사찰을 순례하는 중에 당우 벽면에 붙어 있는 화두가 있다. 바로 염불시수인데, 선종사찰은 어디나 유사하다. 현재 중국 스님들은 간화선 화두보다는 ‘부처를 염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念佛是誰)?’라는 화두를 챙긴다. ‘아미타불을 소리내어 스스로 듣고 마음으로 염하고 있는 자의 마음자리가 무엇인가’를 염념상속(念念相續)히 자각하라는 중국 선자들의 보편적인 화두이다. 중국 근현대 선사인 허운(1840~1959)은 염불시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마음으로 염불한다면, 또 그 마음은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아무리 헤아려도 알 수 없다.…염불시수 네 글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誰)’이며, 나머지 세 글자는 그것을 늘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 ‘옷 입고 밥 먹는 자는 누구인가?’, ‘해우소에서 볼일 보는 자는 누구인가?’, ‘번뇌를 타파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누구인가’ 화두야말로 참선의 묘법이니, 언제 어느 때 무엇을 하든 간에 ‘누구인가’ 하나를 들면 곧 쉽게 의정이 일어난다. 서 있든 걸어가든 앉아 있든 누워 있든 어떤 행을 하든 간에 이 ‘누구인가?’ 하나만을 궁구하라.”
이 허운 선사는 우리나라로 한다면, 경허 선사와 같은 위치이다. 현재 본토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대만과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이 대부분 허운의 법맥이다. 허운이 젊어서 받은 화두는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자가 누구인가(拖死屍的是誰)”이다. 허운이 50대에 정진하는 무렵,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 고통 받고 있는 이 몸이 어떤 물건인가?’ 화두를 들어 56세에 정각을 이루었다.
또한 허운과 동시대에 쌍벽을 이루었던 래과(來果, 1881∼1953) 선사도 출가 이전 15세 때에 염불시수 화두를 들었다. 래과 선사는 24세에 출가해 행각하면서도 매일 아침 해가 뜨면 일어나자마자, 어느 장소에서나 앉으나 서나 이 화두를 놓지 않았다.
염불시수의 ‘누구’는 ‘이뭣고’나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이전, 어떤 것이 본래면목인가’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근본 자리인 부처가 무엇인가? 참다운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말하기 때문이다.
근현대에 허운이나 래과 이외에도 당시 선자들은 염불시수 화두를 들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중국은 염불선인가? 불교가 가장 번성했던 8∼9세기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여러 종파가 존재했으나 10세기 당나라 말기로 접어들면서 여러 종파가 명맥만 유지되었고, 정토종과 선종만이 번성했다. 현재 중국 스님들은 예불할 때, 아미타불을 염하고 불교신자들도 늘 아미타불을 칭명할 만큼 미타신앙이 강하다.
당대 말기 영명연수(904~975)가 선과 염불의 쌍수를 권하는 <만선동귀집>이후 명대에 들어서 선과 염불정토를 결합한 염불선이었다. 이 선은 우리나라에 생소하고, 근기가 낮은 선자의 수행법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논리가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에 염불선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대 이후 선종이 점차 퇴보를 했고, 송대에 대혜종고의 간화선이 잠깐 발전하였다. 고려말기 태고보우와 나옹혜근에 의해 간화선이 들어온 이후로는 한국에 염불선 법맥을 전한 이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도 송대 이후 눈밝은 선사가 나오지 않으면서 불교가 답보상태였고,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불교가 핍박을 받다보니 불교가 진보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선학에서도 당대 5가 7종과 송대 간화선이 주류로 언급된다. 명나라 때나 근현대 중국선에 대해 내용이 부족하다보니, 중국에 선이 발전되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과 정토를 결합시킨 염불선이 면면히 흘러왔고, 근현대에는 염불시수로 수많은 선지식이 배출되었다. 이제는 한국의 선학도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삶과 수행이야기' 목차 바로가기☜
첫댓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