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앙정가 (송순) 민근홍 국어교실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중종 19년(1524년) 작가 자신이 41세 때 치사귀향(致仕歸鄕)하여 향리(鄕里)인 전남 담양의 제월봉 아래에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자신의 은일 생활(隱逸生活)을 노래한 것으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흥취를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읊고 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면앙집>에 한역되어 있는 것만 보고 그 내용과 문학사적인 가치를 추정해 왔을 뿐, 원가(原歌)를 알지 못하다가, 1964년 김동욱 씨가 이성의 씨의 장본(裝本)인 <잡가>에서 찾아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그 온전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호남 가단(湖南歌壇)을 처음 마련했으며, 도리(道理)보다 풍류를 더 사랑했던 지은이는 '상춘곡'에서 본을 받고 '성산별곡'에 영향을 준 이 작품을 지음으로써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했다. 유가(儒家)의 도리를 저버릴 수 없어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이샷다'라고 마무리지은 이 작품은 그 사상적 바탕을 자연 친화의 도교적 사상을 기저로 하고 있다. 도가 사상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인간이 자연과 일체(一體)를 이룸으로써 최고선(最高善)에 도달하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핵심 정리] ▶ 성격 : 양반 가사. 은일 가사(隱逸歌辭), 서정 가사(抒情歌辭) ▶ 형식 : 4·4(3·4)조를 기조로 한 4음보 연속체. ▶ 표현 : 활유, 의인, 직유, 은유, 대구, 열거, 과장, 대조, 반복, 생략 등 다양한 수법 동원. ▶ 문체 : 운문체, 가사체 ▶ 내용 : 면앙정(俛仰亭)이 있는 제월봉(霽月峰)의 형세와 면앙정의 모습을 그린 다음, 그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근경(近景)에서 원경(遠景)으로 묘사하고,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의 계절 변화에 따라 짜임새 있게 묘사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절경(絶景)에서 묻혀 노니는 지은이의 호방한 정회(情懷)를 노래하였다. ▶ 주제 : 대자연 속에서의 풍류생활과 임금에 대한 은혜 ▶ 출전 : 필사본 <雜歌>(1963) ▶ 의의 : ① 강호가도(江湖歌道 : 자연의 아름다움 + 유교적 충의사상)를 확립한 대표작. ② 정극인의 '상춘곡'의 계통을 잇고,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에 영향을 주었다.
[구 성] ▶1 (기) : 제월봉의 형세 및 면앙정의 모습 * 제월봉의 형세 → 늙은 용의 머리에 비유 * 면앙정의 모습 → 날개 편 청학에 비유 ▶2 (승) : 면앙정 주변의 승경(勝景 * 면앙정 앞 시냇물 → 쌍룡, 비단에 비유 * 시냇가의 기러기 → 기러기의 교태 묘사 * 면앙정 주변의 산봉우리 묘사 ▶3 (전) : 면앙정 사계절의 아름다운 경관 * 봄 → 구름, 연하(안개와 놀), 산람(산 아지랑이), 세우 * 여름 → 황앵(꾀꼬리), 녹음, 양풍(서늘한 바람) * 가을 → 산빛, 황운(누런 곡식), 어적(어부의 피리 * 겨울 → 빙설, 눈덮인 아름다운 경치 ▶4 (결) : 작가의 풍류생활과 임금의 은혜에 감사
[참 고] ▶ '면앙정가(俛仰亭歌)'의 문학사적 위치 이 작품은 가사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서 자연 친화의 사상을 이어받은 이 작품은 그 후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과 '관동별곡'을 잇는 교량적 구실을 한다. 특히 이 작품이 이르러서 자연미(自然美)를 발견하고 자연의 흥취를 즐기는 정서가 본격적인 표현을 얻어 그 뒤에 두고두고 모범이 되며 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면앙정가'와 '성산별곡'의 관계 '성산별곡'은 내용, 형식, 풍류, 어구, 시풍 등 다방면에서 '면앙정가'를 모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면에서는 ① 자연을 인간의 궁극적인 귀의처로 본 것, ② 사계절을 통한 자연미 발견, ③ 신선(神仙)의 경지에 드는 풍류의 극치를 맛보려 한 것― 자연 친화(自然親和)의 도가 사상(道家思想)― 등은 그대로 '면앙정가'에서 '성산별곡'으로 이어졌으며, 표현면에서도 ' -거니, -거니, -거든, -마나' 등의 특수한 문체가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 '면앙정가'에 대한 평 ① '면앙정가'는 산천과 전야의 깊고 멀며 광활한 모양, 정자와 누대와 길들이 높고 낮으며 돌고 구부러진 모양, 그리고 사계(四季)의 아침 저녁 경치를 두루 서술한 것인데 모든 것이 샅샅이 적혀 있다. 한자어를 섞어 썼는데, 묘사가 극히 아름답다. 정말 볼 만하고 들을 만한 작품이다. -심수경의 <견한잡록(遣閑雜錄)>
② 산수의 좋은 경치를 설진(說盡)하고 거기서 노는 즐거움을 늘어놓은 것으로, 그의 사금 속에는 호연지취(浩然之趣)가 있다.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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