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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들이 딱딱하기만 하던 의약품 포장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약품 디자인이 너무 시각적인 효과에만 치우치고, 제품의 효능이나 효과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 전달에는 취약하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유유제약은 지난달 출시한 건강기능제품 ‘하이큐’에 현대미술작가 추미림씨와 협업을 통해 글씨체, 패키지 등 하이큐와 관련된 전반에 걸쳐 디자인을 접목했다.
제품 포장에 현대미술의 감각을 접목한 시도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디자인 접목을 통해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그 효과는 시장에 출시한 1차 물량이 전량 소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년전에도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출시하긴 했으나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며 “이후 차별화를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현대미술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앞으로 출시될 제품에도 미술 디자인을 접목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종근당의 진통제 ‘펜잘큐’도 제품 패키지에 미술 디자인을 접목해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유유제약이 현대미술을 제품에 접목했다면 종근당은 유명 화가의 명화를 제품에 도입, 소비자에게 펜잘큐가 ‘명작’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진통제 주 소비자가 20~30대 여성이라는 점에 감안해 오스트리아 유명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 ‘아델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제품 패키지에 적용함으로써 매출 증가의 효과를 거뒀다.
소비자를 배려한 의약품 디자인도 눈에 띤다.
한독은 지난 2006년부터 소화제 ‘훼스탈 플러스’의 제품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도입하고 이후 효능과 효과, 질환을 픽토그램(Pictogram)으로 표기해 시력이 안 좋은 노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대웅제약의 감기약 ‘씨콜드’는 졸음이 오는 성분은 밤에 먹는 알약에만 넣고, 밤과 낮에 먹는 약을 구분할 수 있도록 색상을 달리했다.
"효능·효과 등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에는 소홀"
우리나라의 의약품 디자인이 주로 이미지 주도형인 것과 달리 외국 제약사들은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에 중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해외 일반의약품 패키지디자인을 보면 일러스트레이션, 픽토그램, 다이어그램, 카이, P.O.P 전략 등을 통해 의약품의 효능과 효과를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해외의 의약품 패키지 디자인 사례.
상지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이경수 교수는 “국내 제약사의 브랜드이미지 주도형 일반의약품 패키지디자인은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의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되기 때문에 막대한 광고비 지출을 요구한다”며 “특히 일반인이 의약품에 대한 사전 광고정보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효능․효과 및 경고문구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복용할 수 있어 오·남용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러스트 주도형 패키지 디자인은 효능·효과 및 경고문구 등을 측면 작은 공간에 작은 글자로 표기하고 있어 고령층의 의약품정보 인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자세한 용법·용량 및 부작용정보 등을 내지 설명서에만 별도 표기하고 있어 일반의약품 오·남용의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400명의 소비자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품의 안전성관련 표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의약품의 표시문안을 거의 읽지 않거나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은 96명(24%)으로 나타나 부정적인 대답이 절반을 넘었다.
읽지 않는 이유(중복응답)로는 '자크기, 제품명, 형태의 불확실'등이 10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별로 흥미가 없다'63명), '상적으로 내용을 안다'(42명), '내용이 너무 길다'(32명), '내용이 어렵고 이해가 잘 안된다'(30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제약 디자인을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전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의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김광민 교수는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약품을 병원에서 조제했기 때문에 브랜드나 디자인의 필요성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의약분업 이후 제약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찾게 됐다”며 “그러나 현재 의약품 디자인은 효능이나 효과 등 기초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세내역이 조잡하게 돼 있어 제품 패키지만 보고 필요 여부를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보다 친소비자 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국의 의약품 패키지 디자인을 보면 약의 유효기간에 따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의약품 패키지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 먹다가 버릴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패키지 디자인에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전략이 도입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의약품 패키지 디자인은 일관성 없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문제”라며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해 인쇄, 영상 등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체계화 돼야 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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