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感氣)와 비염(鼻炎)
감기(感氣)와 독감(毒感)의 다른 점은 감기는 2백 여 가지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感染)이다.
감기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보통 12시간에서 72시간이며 콧물, 재채기, 코 막힘 등이 나타나고, 2-3일 후 인후통, 기침으로 진행한다. 감기는 대부분 2-3일간 증상이 있은 후 큰 합병증(合倂症) 없이 좋아진다. 성인은 1년에 평균 2-4회, 어린이들은 6-8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
한편 독감은 기침이나 콧물 같은 상기도(上氣道) 감염의 증상보다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고열(高熱)과 함께 오한, 두통, 몸살, 전신 근육통(筋肉痛)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발병 3-5일에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이 빨개지거나 가려울 수 있다. 독감에 의한 합병증은 폐렴(肺炎ㆍpneumonia)이 가장 흔하다.
독감은 통상 11월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12월-1월에 절정을 이룬 후 감소하다가 이듬해 3-5월에 다시 한번 유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독감 백신 접종(接種) 후 항체(抗體) 생성까지는 2-4주 정도 걸린다. 이에 ‘대한감염(感染)학회’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권장하는 독감백신 접종 시기는 매년 10월부터 11월까지이므로 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 사망자의 80% 이상이 65세 이상 노년층이므로 백신 접종을 꼭 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 또는 위탁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계절성 독감백신은 건강한 성인에게 70-90%의 예방 효과를 제공하지만 노년층은 노화(老化)로 인한 면역 체계의 변화로 항체 생성이나 반응이 낮아지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50% 이하에 불과하다.
이에 ‘면역(免疫) 증강제’가 포함된 노인용 독감백신을 맞으면 노년층도 청장년층과 비슷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면역증강제가 함유된 노인전용(專用) 독감백신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2011-2012년도 노인전용 독감백신은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3가지 계절(季節) 독감백신 바이러스주가 들어간 제품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접종 대상이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으려면 악수(握手)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과 미셀(Michelle Obama) 여사가 서로 주먹을 갖다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이는 악수를 대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환절기 불청객 ‘비염(鼻炎)’이 극성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커지면 비염환자들은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는 등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염을 ‘코감기’와 헷갈려 치료를 제대로 안하면 비염 증상이 악화되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코감기(coryza)는 코점막(鼻粘膜)의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일반적으로 상기도(上氣道)가 감염되는 감기(common cold)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비염(鼻炎ㆍrhinitis)은 비강(鼻腔)을 덮고 있는 점막의 염증성 질환을 말하며,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急性)비염은 흔히 코감기라고도 하며, 원인균은 여과성세균으로 재채기나 비말(飛沫)접촉 등으로 전파된다. 증상은 재채기, 오한, 근육통, 미열, 피로 등이며, 증상에 따라 치료한다. 합병증이 없으면 1주일 정도 지나면 모든 증상이 사라진다.
만성비염(慢性鼻炎ㆍchronic rhinitis)은 크게 감염성(感染性)과 비(非)감염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감염성 만성 비염’은 급성 비염(감기)에 대한 치료가 불완전하여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부비동염이나 반복적인 편도선(扁桃腺) 염증으로 인한 비염이 오래 지속된 경우, 영양상태가 불량한 경우 등에 발생할 수 있다. ‘비감염성 만성 비염’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호르몬 이상, 정서 불안, 비강 구조 이상, 비강 종양(腫瘍)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만성비염 주요 증상은 콧물, 코막힌, 재채기, 가려움증 등이다. 양쪽 코가 모두 막힌 경우에는 입을 통해 호흡을 하며, 코 폐색(閉塞)이 일어나 후각(嗅覺)장애를 일으키고 점액이 많은 콧물을 분비한다. 만성비염의 합병증으로 누낭염, 결막염, 중이염, 인후두염 등이 있다.
만성비염의 치료가 늦어지면 코가 막혀 코로 숨을 원활히 쉴 수 없게 되어 뇌(腦)로 가는 산소량이 감소돼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 또한 코막힘 증상은 수면 시에도 호흡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숙면(熟眠)을 방해하여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내과적 치료에는 경구용 점막 수축제, 국소 분무형 스테로이드제제, 스테로이드제제를 직접 비갑개에 주사하는 국소 주사법 등이 있다. 이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비갑개 성형술, 비갑개 절제술 등 비강통기도를 개선하는 수술적 요법을 시행한다. 만성 비후성 비염에 시행하는 비갑개 소작술은 효과가 빠른 치료법이다.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꽃가루, 곰팡이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비롯하여 급격한 온도 변화, 먼지, 담배 연기, 매연, 피로, 스트레스 등 비염 유발 요소를 피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免疫力)이 약해지면 비염이 재발하거나 심해질 수 있으므로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과로(過勞)는 피하여야 한다.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며, 편식이나 과식을 피하는 올바른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주된 증상이며 열은 없고 기침을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두염(喉頭炎)이나 후비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면서 기침을 동반한다. 매년 일교차가 심한 시점에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한 달 이상 지속한다면 알레르리성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의 점막이 정상인에게는 위험하지 않은 알레르기 항원(抗原)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대개 알레르기 비염 약물(藥物)치료에 항히스타민제 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을 때 약을 사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그러나 이들 약은 대증(對症)치료제이므로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면역(免疫)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면역치료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抗原)에 대한 항체(抗體)를 만들어줘 알레르기 비염이 없는 사람과 같은 면역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면역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은 3-5년 정도이며, 치료가 끝나면 60% 정도의 환자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없어지는 것으로 보고 되어 있다.
한의학(韓醫學)에서는 폐가 코를 주관한다는 ‘폐주비(肺主鼻) 이론’에 근거하여 폐 기능이 원활하면 코의 기능도 순조롭고, 폐가 상하거나 기능이 약해지면 코의 기능까지 장애를 받는다고 본다. 이에 비염(鼻炎)은 폐가 약하고 열이 많으며 신체의 수분대사가 잘되지 않을 경우에 발병한다고 본다. 따라서 폐 기능을 강화하는 운동과 환기(換氣)가 중요하다. 달리기, 등산, 수영, 줄넘기 등 전신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하루 3번 이상 실내 공기를 환기시킨다.
한의학에서는 영향혈이나 인당혈 등 코의 경혈(經穴)을 마시지 해주는 것도 비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방에서 코 질환을 치료할 때 양쪽 콧구멍 옆에 위치한 영향혈에 침(鍼)을 놓는다.
비염을 가라앉히는 민간요법(療法)에는 호박이나 호박씨를 말려 가루를 낸 뒤 하루에 세 숟가락씩 복용하거나, 무에 생강을 조금 넣고 강판에 갈아 뜨거운 물을 부어서 식기 전에 마신다. 또는 생 연근을 강판에 갈아 즙을 내어 하루 2-3잔씩 복용하면 효과가 있으며, 보리차를 따끈하게 데워 마시면 좋다. 체온(體溫)을 떨어뜨리는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수 등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