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식구가 셋 늘었다. 무궁화 새마을 케이틱스다. 눈맛이 시원하고 전망좋은 12층에 살게 되면서 새로 영입한 친구들이다. 이제부터 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으니 은하와 직녀 그리고 컴 기존의 세 가족과 합치면 나까지 일곱 가족이 된 셈이다.
이번에 새로 들인 셋은 셋이 아니라 그 가솔들이 모두 70명이나 된다면 이제부터는 절대로 외롭지는 않겠지만 여러분은 아직도 먼소린지 모르실것 같아 해명을 하고자 한다. 무궁화는 1일 8회 새마을 3회 케이틱스24회를 합하면 35회에다 이게 왕복이니 70이라는 말이고 평균 20분마다 한 번씩 지나가니 얼마나 가깝고 좋은 친구들인가?
거실에서 TV나 책을 보다가도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도 차소리만 나면 반가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얼른 앞창문으로 간다. K, 새, 무, 셋중 하나지만 K일 확율이 가장 높다. 동작이 약간 늦어 지나버리면 빨리 주방 쪽창문으로 가보면 어김없이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은 10%정도 밖에 못 보고 있지만 점점 많이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산뜻한 칼라의 옷을 입은 K는 속도가 빠른만큼 맵시 있고 날렵하고 민첩하여 보는이들도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무씨는 가끔 보이기는 하나 새는 거의 볼 수가 없다. 횟수가 적으니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 이들이 올라갈 때는 내가 서울을 가는 기분이고 내려오는 차를 볼 때는 서울 소식을 많이 담아 오는듯 하니 내가 서울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일체감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충분하다.
매월 세네번씩 올라다니던 서울이어서 내가 전혀 낯설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롭지 않다. 그런데 작년 4월부터 케이틱스가 개통되면서 무씨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 케씨는 급할때만 타기로했지만 몇 번 맛을 보고 나니 자꾸 타고 싶어진다. 운행횟수가 무씨보다 3배나 많지만 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타는지 평소에도 예약을 안하면 좌석이 없다. 케씨는 2시간이내고 무씨는 5시간 더 걸리며 평일 할인 요금이 3배 주말이나 공휴일은 할인요금 적용이 안 되니 무려 5배다. 비행기 값이다. 그래도 급할때는 타야한다.
무씨를 탈때는 천안까지 가서 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에 앉아있으면 몸과 마음이 즉시 서울 사람으로 변신해버린다. 서울서 23년 살았고 공직생활 마지막을 장식했고 딸 아들 손자 손녀들이 살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친구들을 만난다거나 손자녀들을 보러간다든가 볼 일을 보고 내려오지만 점점 횟수가 늦어진것 같아 걱정이다. 갈수록 나태해지지않나 하는 자책감 때문이다.
세번째 출발하는 케씨는 7시15분차로 용산역에 9시도착이다. 오늘 아침도 앞 창문에서 출발하는 554호 케씨를 내려보며 손을 흔들었다. 얘는 목포가 아니고 송정리에서 첫 출발한다. 목포출발은 16회로 송정보다 8회가 축소된다. 24회 모두 이용 가능은 광주송정역이니 이곳에 산다는것은 좋은 조건의 삶이다. 그래서 집값이 많이 올라 부동산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5년전에 1억8천에 이사했던 집을 2억8천에 넘겼으니 1년에 2천씩은 저축된 셈이다. 이는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은 지역에 비했을때 계산되는 법이고 더 오른 지역도 있을지 모른다.
부동산이 살아나고 있는 증거를 쉽게 아는 방법은 중개소가 많이 있는가로 짐작할 수 있고 주위에 작업중인 타워크레인이 몇개 있는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새집을 계약할무렵에는 불안해도 입주할때는 새집에 산다는 기분이 산뜻하고 좋다. 인테리어나 가전제품 등 내부가 날로 발전하고 편리함때문이다.
영원한 내것은 없는것 처럼 집도 살고 있는 동안만 자기집이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야 한다. 모든 물가는 자고나면 오르게 되어있다. 팔아서 또 오를만한 곳에 잡아두고 한 5년 기다리면 팔되 최고가를 받으려 욕심내면 안된다. 사들어오는 분도 남겨야한다는 선심을 베풀어 좀 깍아줘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인 습성은 한 곳에 머물러 살면 옮기기 싫어 한다. 주변에 익숙하고 정이 들어있기에 쉽게 이동하여 새 정을 쌓아가며 살기 어렵다는 공통된 습성때문일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도 보통 사람이기에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지난번 5년 살았던 집도 입주시 하늘에 맹서코 절대 옮기지 않겠다했으나 3가지 이유가 발생하여 팔았다. 아들 결혼 시키고 집 사는데 두번의 은행빚을 졌고 36평의 집이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고 세번째는 5년동안 1억이 올랐기 때문에 은행빚을 완전 털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 집은 의무거주 5년간을 지키고 5년 연장 가능한 집이어서 좀 싸게 입주했지만 그래도 주변 시세에 비하면 새집이라 그런지 상당히 비싼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