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공제일 수보리
수보리(須菩提,수부티, Subhuti)존자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분으로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 합니다,
수보리 존자는 공을 이해하기로 으뜸일 뿐만 아니라 다툼을 없앤 사람으로도 으뜸이었으며, 우리가 배우고 있는 금강경은 ‘공’사상을 얘기하는데 그 대화의 상대가 바로 수보리존자입니다.
오늘은 부처님의 제자 중 엄청난 부자이면서 승가에 가장 큰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던 아나따삔띠까 장자, 한자어로는 급고독장자의 조카였던 해공제일 수보리 존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아나띠삔띠까 장자는 수보리 존자의 큰 아버지였습니다.
기원정사가 완공되고 부처님의 설법에 감화되어 귀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즈음, 가장 먼저 불법에 귀의한 사람들 중에 수보리의 부모님들도 있었습니다.
수보리는 십대제자들 중에서 불법의 귀의하기 전에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해공제일이란 공성의 진리를 이해하는데 수보리 존자가 으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해공제일(解空第一) 즉, 공의 이치는 많은 수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무쟁제일(無諍第一)로써 그의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평온하여 그 누구도 수보리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 합니다.
수보리의 성품은 늘 온화하고 인자하였으며 자애로웠으나 뜻밖에도 출가 전 수보리 존자는 매우 거칠고 사나운 성품이었다는 이야기가 경전에 등장합니다.
부처님에게 귀의한 인연 이야기를 모은 경인 <찬집백연경>에는 수보리 존자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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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유일하게 수보리는 코살라국 바라문 출신으로 부모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빼어나 수보리(수부티)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생긴것도 뛰어났지만 아주 총명했습니다.
그런데 딱하게도 수보리의 성품은 난폭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요. 누구를 만나든지 화를 내고 상대방을 거칠게 대했으므로, 행여 수보리를 만나면 그날은 아주 하루를 망칠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성격이 너무 거칠고 사나워서 부모와 친척들조차도 그를 꺼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던 수보리는 스스로 자신의 지혜로움을 잘 알았고 논쟁에서 한번도 진적이 없었습니다.
또 그의 주 관심사는 다른 바라문들과 달리 논쟁을 통해 얻는 논사로서의 명예나 부유함이 아니라 오직 인생의 지혜를 통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수보리의 생각과 태도는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평소에 수보리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면 그 의문이 풀릴때까지 주변 사람을 괴롭히곤 하였습니다.
결국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외면하였습니다.
그래서 수보리는 집을 떠나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산에서도 그의 포악한 성품은 그대로 드러났지요.
사람들이 상대하지 않다보니 동물들을 붙잡고 질문을 퍼부었고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날짐슴과 길짐승이 그를 피해 다녔고, 심지어 풀과 나무조차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고 <찬집백연경>에서는 말합니다.
산속의 풀과 나무들, 그리고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까지 화를 내고 욕을 퍼붓고 동물들이 산신을 찾아가 하소연 하다보니 보다 못한 산신이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쩌려고 산에서까지 그리 포악하게 구는게냐? 내가 훌륭한 스승님 한 분을 소개할 터이니 그 분에게 가보지 않을 테냐? 그분은 너처럼 거칠고 사나운 이들의 성품을 부드럽게 만져 주시고 지혜도 안겨 주시는 고귀하신 분이다. 너도 그분을 만나 뵈면 틀림없이 성격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니 원한다면 내가 안내 하겠다.”
평소 자신의 성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수보리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어 “꼭 뵙고 싶습니다. 그 스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정말이냐? 그렇다면 두 눈을 꼭 감고 있어라 내가 순신간에 그 스승님 계신 곳으로 널 데려다주마”
잠깐 감았던 눈을 뜨자 수보리는 자신이 사위성(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거룩하고 위대하며 경외감이 느껴지는 성인을 보게 됩니다.
한눈에도 부처님의 모습이 어찌나 평온하고 단정하신지 뵙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수보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났습니다.
부처님은 마치 수보리가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하신 듯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이내 법문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삼독 중 하나인 “진심”, 즉 성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그런 행동들이 습관이 되면 다음 생에 태어나더라고 늘 타주고 심지어는 잡아먹고 먹히는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수보리를 위해 삼독 중 “진에‘ 즉 성냄과 화냄에 관해 계속 법을 설하셨습니다.
늘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차오르는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생각을 하자 수보리는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머리털이 쭈뼛섰고 식은 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언제나 나는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언제나 바깥의 저 녀석이 나에게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에 항상 화를 내었고, 네가 뭔데 나를 건드리냐는 생각이 일면 상대방을 굴복시킬 때까지 화를 내어야 성이 찼섰습니다.
수보리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얼굴은 언제나 분노의 열기와 불만족의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은 원수였지요. 세상 모두가 자신을 열받게 하고, 그래서 세상을 향해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을 단 한시도 꺼버리지 못한 자신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그는 자기 자신에게도 늘 화를 냈습니다.
수보리는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쩌면 수보리는 부처님이 아닌 자신의 분노에 무릎을 꿇었는지도 모릅니다. 분노를 이기기 위해 더 길길이 화를 내던 자신에게 항복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분노를 버린 마음에 수보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싶어 제자가 되기를 간청합니다.
수보리 존자는 바로 부처님께 무릎을 꿇었으며 순간, 모든 진에를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참으로 잘 왔구나, 비구여!” 한마디 말씀을 하시자 수보리는 반듯한 수행자로 거듭났습니다. <찬집백연경>에 따르면 그 즉시 그의 몸에는 가사가 입혀졌고 머리와 수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세상과 다투려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본 수보리,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과 그렇게 다투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여 싸워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툴 것이 없다. ‘너’와 ‘나’의 분별도 없다.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났으며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는 것이다. 그 무엇도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를 비롯한 모든 것은 서의 의존해서 존재하는 것이므로 모든 존재는 서로 자비로써 대하고 은혜를 베풀며 서로 이익이 되도록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 서로 미워하고, 헤치고, 다투어서는 안된다. 나 혼자 잘난 체하고, 나만 잘 살자고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이 설법에 수보리 존자는 감동 받아 부처님께 귀의 하였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법문을 듣고 공부를 하는 수행을 합니다. 본디 총명하던 그는 배움의 속도가 남달랐고 마침내 공성의 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수보리가 왜 그토록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는지에 관한 전생 이야기를 다음편에 해 보겠습니다.
수보리의 전생 이야기 기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