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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茂朱)구천동(九千洞)33경 (2017. 4. 5)
제1경 나제통문(羅濟通門)
제2경 은귀암(隱龜岩)
제3경 청금대(聽琴臺)
제4경 와룡담(臥龍潭)
제5경 학소대(鶴巢臺)
제6경 일사대(一士臺) 국가명승 제55호
제7경 함벽소(函碧沼)
제8경 가의암(可意岩)
제9경 추월담(秋月潭)
제10경 만조탄(晩釣灘)
제11경 파회(巴洄) 국가명승 제56호
제12경 수심대(水心臺) 국가명승 제56호
제13경 세심대(洗心臺)
제14경 수경대(水鏡臺)
제15경 월하탄(月下灘)
제16경 인월담(印月潭)
제17경 사자담(獅子潭)
제18경 청류동(淸流洞)
제19경 비파담(琵琶潭)
제20경 다연대(茶煙臺)
제21경 구월담(九月潭)
제22경 금포탄(琴浦灘)
제23경 호탄암(虎灘岩)
제24경 청류계(淸流溪)
제25경 안심대(安心臺)
제26경 신양담(新陽潭)
제27경 명경담(明鏡潭)
제28경 구천폭포(九千瀑布)
제29경 백련담(白蓮潭)
제30경 연화폭(蓮華瀑)
제31경 이속대(離俗臺)
제32경 백련사(白蓮寺)
제33경 향적봉(香積峰)
* 개요;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무주 구천동계곡은 덕유산국립공원 북쪽 28km에 걸쳐 흐르는 계곡이다. 입구인 나제통문을 기점으로, 백련사를 지나 마지막 정점인 향적봉(1,614m)에 이르기까지, 총 33개의 명소들이 줄지어 있다. 여름철 무성한 수풀과 맑은 물은 삼복더위를 잊게 해주며,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철 단풍과, 겨울철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 수정). 그중 특히 제6경, 제11경 일원(제12경 포함), 제16경을 이 계곡의 3대경승지라 일컫는다. 시적용어인 구천동천(九千洞天), 일명 원당천(元唐川)계곡은 덕유산 오수자굴에서 발원한다. ‘9천 명의 생불’이 나온다, 혹은 ‘9,000 굽이’를 돌아간다는 뜻이다. 제1경~14경을 외구천동, 제15~33경을 내구천동이라 부른다. 북한에 삼수갑산(三水甲山)이 있다면, 남한에는 무주구천동이 있다고 했다. 그만큼 오지임을 말한다.
서시(序詩)
구천동(九千洞) 서른 세 곡(曲) 그 누가 지었던고
부처님 서른 두 상(相) 하나를 더 보태니
삼라가 완성된 모습 환희 넘친 무릉계(武陵界)
1. 나제통문(羅濟通門)
신라는 내 땅이요 백제도 조국인데
마음 문 닫는다면 뚫지 못할 은산철벽(銀山鐵壁)
빗장 푼 바위굴에는 반딧불이 깜박여
*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석모산 인근에 기암절벽을 뚫어 만든 통문이다. 높이 3m, 길이 10m의 인공동굴로 무주구천동 입구에 위치하며,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한다. 윗부분에 '羅濟通門(나제통문)'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지역은 신라와 백제의 국경 관문으로, 과거 통문을 중심으로 동쪽은 신라 땅이고, 서쪽은 백제 땅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양국에게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다. 이 통문의 양쪽으로 위치한 무풍방면 이남과, 무주방면의 새말은 행정구역상 무주군 소천리에 속하지만, 언어와 풍속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수탈을 위해, 김천과 거창을 잇는 신작로를 내면서 뚫은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 은산철벽; 은으로 된 산과, 쇠로 만든 벽. 선어로, 뚫기 어려운 관문을 뜻한다. 조주선사 공안(公案).
* 통문 절벽 아래 원당천에 파리소가 있다. 이소는 삼국격전 당시 시체가 많이 버려져 파리가 들끓었다고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일명 ‘승소’(蠅沼)라 한다.
* 무주군 설천면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는 1982.11.4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했다. 해마다 6월에 축제를 연다. 여름밤 제1의 정취, 반디는 ‘환경지표곤충’으로 요즈음 보기 힘들다. 고사 형설지공(螢雪之功)을 떠올리며, 애칭 ‘개똥벌레’가 더 정겹다. 유충일 때는 다슬기를 주식으로 한다.
2. 은귀암(隱龜岩)
옛 군자 멋진 각문(刻文) 범나비로 난다마는
바위 위 푸른 거북 머리만 쑥 내밀고
준수한 솔 뒤에 숨어 선녀 옥문(玉門) 곁눈질
* 10m 높이의 절벽 위에 앉은 바위다. 구산마을의 남쪽계곡 운장대 앞에 마치 거북형상의 바위가 숨어있는 것 같다 하여 이름이 붙었으며,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곳이라 하여, 강선대(降仙臺)라고도 한다. 나제통문에서 북쪽 2.2km 지점이며, 각종 암각문과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 흔히 소은은 산야에 숨고, 중은은 저자에 숨으며, 대은은 조정에 숨는다(小隱隱于野 中隱隱于市 大隱隱于朝-소은은우야 중은은우시 대은은우조)고 한다. 백거이의 시 ‘중은’ 참조.(2017. 5. 14 주석추가)
3. 청금대(聽琴臺)
절묘한 선율이지 골짜기 울린 소리
가만히 귀를 대면 검은 학이 춤을 추나
지음(知音)이 여기 없으니 거문고 줄 끊으리
* 은귀암 남쪽 0.5km 지점에 있다. 흐르는 개울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치 탄금(彈琴)소리와 같이 신비로움을 느낀다고 한다(안내판).
* 지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이르는 말.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악상(樂想)을 잘 이해해 준 종자기(鐘子期)가 죽은 후, 그 소리를 아는 자가 없다 하여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렸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4. 와룡담(臥龍潭)
짙푸른 송림 아래 휘돌아 흐른 물아
수석은 미끈해도 억제 못한 경외심(敬畏心)에
지긋이 노려볼진대 검은 용이 도사려
* 청금대에서 1.9km정도 물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일사대를 휘어 감고 흐르는 물이 마치 누워있는 용같이 생긴 바위주변을 맴돌며 담을 이룬다.
5. 학소대(鶴巢臺)
늙은 솔 외로운데 둥지엔 무정란(無精卵)만
산도화(山桃花) 흐른 물에 정욕을 행궜거늘
이 몸은 선학(仙鶴)이 되어 구천(九天) 위를 나느니
* 와룡담에서 0.6km 지점, 서벽정(棲碧亭) 동쪽계곡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노송이 있다.
6. 일사대(一士臺)
선비만 하나인가 암벽도 홀로인데
물 위에 어린 창송(蒼松) 철따라 바뀌건만
의연한 백옥 돛대는 하염없이 휘날려
* 2009년에 명승 제55호로 지정되었다. 일명 수성대(水城臺)라고도 하는데, 나제통문에서 6.1㎞, 학소대상류 0.3㎞ 지점에 있다. 서벽정(棲碧亭) 서쪽에 우뚝 솟은 기암이 배의 돛대 모양을 하고 있는 절승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여기는 거유(巨儒)로 칭송받는 연재(淵齋) 송병선(宋秉璿 1836~1905)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그가 사철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은거하며, 서벽정을 짓고 후진을 양성했다. 무주를 중심으로 한 이 고장 선비들은, 대나무와 같은 기개로 절의를 지키고, 순국한 그를 동방에 하나밖에 없는 선비, 즉 ‘동방일사(東方一士)’라고 일컬었다. 일사대라는 명칭도 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푸른 바위의 깨끗하고 의연한 모습이 마치 그의 기품과 같다 하였다.(우리 명승기행 일부 수정)
7. 함벽소(函碧沼)
남벽수(藍碧水) 흐르다가 함박에 갇혔으리
옥돌을 던졌더니 빙빙 돌다 휩쓸려가
급류라 노년(老年) 물살에 철쭉 한 잎 띄울까
* 일사대에서 0.4km 지점의 개울가에 있으며, 구천계곡을 누비고 흐르다가 잠시 멈춘 맑은 물에 자락을 드리운 암벽이 거울 같은 옥수를 굽어본다. 이 곳은 늦은 봄에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한 여름에는 벽계수가 흐르며, 가을의 단풍으로 붉은 골짜기를 이룬다.
8. 가의암(可意岩)
반석은 층층대요 유수(流水)는 청라(靑羅)인저
할배여 쉬고 가소 지팡이로 물 튕기니
엇박자 트위스트에 갈팡질팡 조약돌
* 함벽소에서 0.3km 지점에 있으며, 마치 다듬어 놓은 듯 반반한 반석이 층층을 이루고,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은 비단 폭을 만든다. 그 물이 넓고 하얀 바위 사이사이를 감돌아 나간다. 옛날 이 곳은 큰 암석들이 울퉁불퉁하여, 함벽소를 거쳐 온 노인들이 앉아 쉴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아쉬워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고승이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도술로 지금과 같이 바위를 깎아 평평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하여, 가의암이란 이름이 붙었다.
9. 추월담(秋月潭)
붉은 소(沼) 산수화는 내 님이 그렸을까
얼큰히 취한 기암 황엽(黃葉) 보고 수작 걸기
가을 달 쟁반에 담아 시(詩) 안주로 삼았지
* 가의암에서 2km 지점에 위치한다. 깊고 푸른 물 가운데 우뚝한 기암이 오묘하고, 가을밤 월색이 소(沼)에 담기면 주변을 온통 선경으로 만든다.
10. 만조탄(晩釣灘)
바위 틈 흐른 개천 자갈밭 적신 노을
수림은 울창한데 학여울에 잠긴 석양
찌 없는 빈 줄 드리워 쏘가리를 낚노매
* 추월담에서 0.6km 지점에 있으며, 울창한 수림과 기암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개울가에 곱게 깔린 자갈밭을 적시면서 여울을 이룬다. 예부터 낚시터로 이름난 이곳은 석양빛 여울에 낚시를 드리우는 기분이 일품이다. 연재 송병선 선생도 여기서 자주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옛날 구천동에 구천승려가 살 때, 아침저녁으로 쌀을 씻던 뜨물이 여기까지 흘러내렸다 하여, ‘뜨물재’라고도 한다.
* 한 마리의 쏘가리는 선비의 소망인 벼슬(장원급제)이다. 두 마리의 쏘가리는 저항과 반역의 상징이다.
11. 파회(巴洄)
구렁이 지나갔지 꿈틀댄 물돌이여
좌선(坐禪)한 거석 위로 외솔은 비취(翡翠)일터
응가를 하다 말고는 진보(珍寶) 훔쳐 달아나
* 나제통문에서 10.9km 지점이다. 연재(淵齊) 송병선이 이름 지은 명소로, 고요한 소(沼)에 잠겼던 맑은 물이 갑자기 급류를 타고 쏟아지며 부서져 물보라를 일으키다 혹은, 기암에 부딪치다가 제자리를 맴돈 후, 그 사이로 흘러들어 가는 곳이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뛰어나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제56호로 지정받았다. 이곳은 계류가 큰 S자를 그리며 뱀이 지나가는 모습을 한 사행천으로, 천입곡류형(穿入曲流形)의 물돌이다. 거대한 바위에는 노송 한 그루가 묵묵히 비경을 굽어보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천년송’, 바위를 ‘천송암’이라 부른다(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 수정). 맞은편에 아담한 ‘파회정’이 있다.
12. 수심대(水心臺)
원당천(元唐川) 소금강은 단풍잎 일색인가
석벽은 병풍 둘러 아롱진 골 그림자
탁오(濁汚)를 걸러낸 물로 동치미를 담그오
* 파회로부터 약 0.6km 상류에 있다. 신라시대 일지대사(一指大師)가 이곳에 흐르는 맑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도를 깨우쳤다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곳은 기암괴석이 절벽을 이루고 병풍처럼 두른 모습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연상시킨다 하여, ‘소금강’ 또는 ‘금강봉’이라고 부를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이름 그대로 맑은 계류가 찾는 이의 마음을 씻어주는 청량한 경승이다. 제11경 파회와 함께 국가명승 제56호로 지정되었다(우리 명승기행 수정).
13. 세심대(洗心臺)
계곡은 구절양장(九折羊腸) 나그네 구슬땀이
청류에 발 담그자 괴석(怪石)도 힘이 불끈
속세 일 안중에 없어 찌든 간(肝)을 씻느니
* 파회에서 1.8km 지점에 있다. 맑은 물에 씻긴 기암이, 흐르다 멈춘 여기에 자락을 드리운 채 우뚝 솟아, 구천동을 오가는 행인들의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곳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옛날 고개길이었든 이곳은 마치 소머리와 같은 바위가 있다고 하여, ‘소머리고개’라 부른다.
14. 수경대(水鏡臺)
청계는 하늘 거울 비단결 너럭바위
연인들 물장구에 다슬기 촉수(觸手) 뻗어
보리수 붉게 익을 적 그대 나체(裸體) 비춰줘
* 삼공리 다리에서 계곡상류를 따라 오른다. 신라시대 ‘방아타령’으로 유명했던 수경선생이 소요하던 곳이라, 이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나무숲에 둘러싸인 우뚝한 기암절벽 밑에, 계곡을 뒤덮은 비단결 같은 암반위로, 사시사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폭포와, ‘각시소’라 불리는 담을 만들어 거울이 되고, 그 속에 비친 풍경이 절경을 이룬다. 여름철의 숨은 물놀이 장소로 적합하다.
15. 월하탄(月下灘)
달빛은 교교한데 선녀는 춤을 추고
폭포가 토한 분수(噴水) 아랫도리 흠뻑 적셔
삼경(三更) 때 날개옷 슬쩍 외려 반긴 요조(窈窕)여
*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폭포수가 쏟아져 푸른 담소(潭沼)를 이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를 지나 백련사 방면으로 500m가량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그 신비한 모습이 드러난다. 잔잔하게 흘러온 폭 50m의 계곡물이 암석단애를 타고 여덟 줄기로 쏟아져 내린다. 이곳의 암석단애는 높이 7m, 폭 50m, 경사 60도의 수직절리가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기반암이다. 낙수로 인해 옴폭 파인 커다란 기암은 조연(助演)으로 손색이 없다. 여기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달라 더욱 매력적이다. 폭포수가 달빛에 비치는 밤이면, 은빛 찬란한 그윽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여행정보 발췌수정).
* 요즈음의 성의식은 여성이 주도적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16. 인월담(印月潭)
월색을 삼킨 암반 무지개 이는 비폭(飛瀑)
부서진 은빛 물결 상사곡(相思曲) 부르기에
망각한 노스탤지어 쇠별꽃에 전하리
* 일사대, 파회와 함께 무주구천동 3대 명소로 꼽힌다. 이곳은 신라시대 인월화상이 인월보사를 창건하고, 수도한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덕유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탁 트인 하늘과 어우러진 장관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白眉)다. 폭포와 반석이 자아내는 절묘한 풍광을 감상한 후, 하류로 발길을 돌리면 개울물이 암벽을 타고 크게 비폭(飛瀑)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달빛 아래로 쏟아지는 은빛 맑은 여울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3월 중순에 꽃다지와 쇠별꽃이, 4월 초순에 제비꽃과 처녀치마가 봄을 장식해, 꽃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다(대한민국 구석구석 발췌수정).
17. 사자담(獅子潭)
으르렁 포효소리 천지를 흔드는데
단박에 도약하는 구천동 푸른 사자
갈기를 소(沼)에 담그며 유영(遊泳)하는 기석(奇石)아
* 인월담에서 0.2km 지점. 기암절벽으로 둘려쌓인 소(沼)이며, 옛날에 침보산 또는 칠봉산 사자가 여름 달밤에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지금도 칠봉(七峰)을 ‘사자목’이라 불리고 있다. 사자의 형상을 한 기암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18. 청류동(淸流洞)
흐른 물 수정이니 일순간 초점 흐려
미끄러진 너래바위 엉덩방아 찢는 녹수
참견한 직박구리는 수다 백 섬 떤다네
* 사자담과 비파담을 잇는 0.2km 구간의 계곡이다. 계곡바닥이 온통 암반으로 깔려, 그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맑은 물이 주변의 수림에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낸다.
19. 비파담(琵琶潭)
하늘 옥 굴렀구나 연폭(連瀑) 밑 비파(琵琶)로고
물안개 짙게 깔려 알몸 선녀 볼 수 없나
감미론 탄주(彈奏)에 홀려 몽롱해진 이내몸
* 여러 물줄기를 타고 쏟아지는 연속폭포 밑에 비파 모양을 이룬다. 맑은 물이 바위를 굴러 내려와 폭포를 이루어, 주위는 항상 물안개로 뒤덮여 있다. 아득한 옛날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하고 넓은 바위에 앉아 비파를 뜯으며 놀아 이 이름이 붙었다. 덕유산 구천동계곡에서 제일 깊은 곳으로, 상수도보호구역이다.
20. 다연대(茶煙臺)
시원한 솔바람소리 찻물이 끓는 소리
에도는 옥계(玉溪) 위로 연기 오른 차탁(茶卓) 바위
연두 움 틔운 개울엔 춘설차(春雪茶)향 은은해
* 비파담과 연결된 기암이다. 구천동을 탐승하던 옛 선인들이 비파담으로 미끄러지는 옥류(玉流)에 감탄하고, 잠시 쉬어 설차(雪茶)를 끓여 마시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는 명소다.(안내판)
21. 구월담(九月潭)
구절초 향 맑으니 붉은 잎 물든 수반(水盤)
정인(情人)과 나눈 밀담(密談) 곤줄박이 엿들어도
두 곡류(曲流) 합궁할 제에 입맞춤도 멋져라
* 구천계곡과 월음령(月陰嶺)계곡의 물이 합류(合流)하여 담(潭)을 이루고, 계곡 양쪽 반석의 모양과 색깔이 서로 달라 풍치가 특이하다.
* 곤줄박이; 박새과에 속하는 몸길이 14㎝ 정도의 명금류다. 번식기가 아닌 계절에는 작은 무리 또는 다른 종과 혼성군을 이루며, 흔히 부리로 나뭇가지나 줄기를 톡톡 두들기며 먹이를 찾는다. 때로는 땅 위로 내려와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울음소리는 '씨이, 씨이, 씨이' 하는 경계 소리와 '쓰쓰, 삐이, 삐이, 삐이' 하는 작은 소리를 계속낸다. 지저귈 때는 '쓰쓰, 삥, 쓰쓰, 삥' 또는, '쓰쓰, 삐이, 삐이, 삐이'를 되풀이한다. 먹이를 돌 틈이나 나무 틈에 숨겨놓는 저장습성이 있다. 일생동안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일부일처제 종이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주 귀여운 새다.(다음백과 수정)
22. 금포탄(琴浦灘)
거문고 뜯는 바위 왕산악(王山嶽) 화신인가
수풀에 맴돈 바람 추임새 구성지니
득음한 여울이 빚은 불세출(不世出)의 곡조여
* 구월담에서 백련사계곡으로 오르다가 0.9km쯤 지점에 있다. 여울진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심산유곡의 바람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 마치 탄금(彈琴)소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천 8경의 하나다.
* 왕산악(王山嶽, ?~?); 〈삼국사기〉 악지(樂誌)에 인용된 〈신라고기 新羅古記〉에 이름이 전한다. 고구려 양원왕(陽原王) 때의 재상이며, 거문고 연주자이다. 우륵, 박연과 함께 한국 삼대 악성(樂聖) 중 한 사람이다. 552년(양원양 8년), 중국 진(晉)나라 후손이 칠현금(七絃琴)을 보내 왔는데, 고구려 사람들이 연주할 줄 몰라 나라에서 상을 걸고 사람을 구하였다. 이에 제2상(第二相)인 왕산악이 칠현금의 모양은 그대로 두고, 제도를 많이 고쳐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100여곡을 지어 타니, 검은 학이 내려와 춤을 추었으므로, 이 악기를 ‘현학금(玄鶴琴)’이라 하고, 뒤에 이 말을 줄여 ‘현금(玄琴)’이라고 하였다.(위키백과 수정)
23. 호탄암(虎灘岩)
산죽(山竹)이 덮었구나 울부짖는 호랑이여
양약(良藥)은 맘에 있지 명산에 있지 않아
바위로 윤회한 뒤에 육신무상(肉身無相) 알겠소
* 금포단에서 0.7km지점에 있는 거암이다. 우거진 수림 사이로 쏟아지는 물소리가 시원하고, 주위는 산죽으로 뒤덮여 당장이라도 호랑이가 튀어나올 곳에 큰 바위가 겹쳐 높이 솟아 있다. 지금부터 약 350년 전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산신을 모시고 덕유산을 지키며, 지리산(혹은 七佛山)을 왕래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산신의 명으로 약을 구하러 가던 중, 이 곳에 이르자 안개가 자욱하여 앞을 가누지 못했다. 이리저리 뛰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소(沼)에 빠져 100일간 꼼짝 못하고, 울부짖기만 하였다는 전설이 있어, 호탄암(虎灘岩)이라고 한다.(다음카페 적상산 2012. 6. 25 ‘무주의 水’ 제26번에서 인용 수정)
24. 청류계(淸流溪)
이천 보(步) 양안(兩岸) 개천 선경을 방불커다
솔숲은 울울창창(鬱鬱蒼蒼) 암석도 기이한데
백태(白苔) 껴 흐릿한 내 눈 맑은 물로 씻으리
* 호탄암에서 안심대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의 계곡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비경을 이룬다. 옛날의 과객들이 이곳에 도착을 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물 흐름을 지켜보았다 한다.
* 늙어서 눈을 어둡게 함은 지나친 분별심을 가지지 말라는 뜻이며, 귀가 잘 안 들리게 하는 것은, 꼬치꼬치 따지려 들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가 빠지게 하는 것은, 소식(小食)하면서, 마음까지 조금씩 비우라는 뜻이고, 숨이 가빠지는 것은 시위 등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25. 안심대(安心臺)
징검돌 없다 해도 맘 편히 건널 게요
사바(娑婆) 길 고달프나 꿀맛 쉼터 있기에
포말 인 폭포수 보며 참살이를 즐겨요
* 청류계와 연계(連繫)된다. 옛날 백련사와 구천동을 왕래하는 중과 불교 신자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신대와 백련사의 중간 지점에 있어, 개울물을 안심하고 건너다니는 여울목이다. 기암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물이 아름다워, 덕유산을 오르는 등반객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26. 신양담(新陽潭)
숲 터널 구천동은 햇빛이 귀하다만
새양골 옥수(玉水) 위로 산그림자 포개질 제
따뜻한 옛 절터에는 짧은 극성(屐聲) 들리네
* 안심대에서 0.2km 지점에 있다. 속칭 ‘새양골’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숲 터널로 이어진 구천계곡 중, 유일하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옛날에는 ‘신양사’라는 큰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길 아래 기암과 맑은 물이 아름답다.
* 극성(屐聲); 잘 쓰지 않는 용어이다. 나막신 소리.
27. 명경담(明鏡潭)
가뭄이 든다 해도 여울목 걱정 없어
조그만 호수일까 손거울에 갇힌 피안(彼岸)
담수에 내 신심(信心) 비춰 줄자 한번 대볼까
* 신양담에서 0.3km지점에 있다.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같이 맑다 하여 ‘명경담’이라 부르며, 맑은 담수에 자신을 비추어, 절로 향하는 신심(信心)을 가다듬게 하는 곳이다. 옛날에는 이 부근에 ‘명경암’이란 암자가 있었다.
28. 구천폭포(九千瀑布)
층암은 이단(二段)일터 낙수(落水)는 위아래로
구천 개 물방울이 백옥으로 구르자
선녀들 무지개 타고 강강술래 하느니
* 명경담에서 0.5km 지점에 있다. 층암을 타고 쏟아지는 2단 폭포는 자연이 창조한 예술작품으로, 옛날 천상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다.
29. 백련담(白蓮潭)
못에서 활짝 폈지 구천 장 하얀 연꽃
향 짙은 유곡(幽谷)에는 불심(佛心)이 그득한 즉
흙탕에 양잿물 풀어 삼독(三毒) 배알 빨리라
* 구천폭포에서 0.2km 지점에 위치한 백련담은 연화폭(蓮華瀑)을 거친 맑은 물이 담겨 못을 이루고 흘러간다. 속세는 온통 진흙탕인데...
* 삼독; 불가에서 사람의 착한 마음을 해치는 세 가지 번뇌. 욕심, 성냄, 어리석음 따위를 독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30. 연화폭(蓮華瀑)
물보라 이는 세류(細流) 소나타 울린 실폭
홍연(紅蓮) 핀 층층 반암(盤岩) 분홍빛 번진 골물
청수(淸水)로 만들려거든 소다 한 술 타봐요
* 백련담과 이속대를 잇는 0.3km 구간의 계곡으로, 계곡의 층층암반과 기암괴석에 부딪히며 흘러내리는 물이 여러 개의 작은 폭포수와 물보라로 장관을 이룬다. 특이한 건 계곡바닥이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폭포라기보다는 그냥 유수암반 쯤으로 여기면 된다.
31. 이속대(離俗臺)
연(緣) 끊은 중생들아 별리(別離)가 서러운가
배코 친 물칼〔水刀〕 따라 칸타타 구천(九千) 굽이
눈물을 훔친 바위엔 녹태(綠苔) 한결 푸르라
* 연화폭과 이어지는 이곳은 백련사와 지척 간이다. 기암의 좁은 홈을 타고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한줄기 폭포수가 신비롭고, 푸른 이끼가 참 곱다. 사바세계를 떠나는 중생들이 인연을 끊는 곳이라 하여, 이속대라 한다.
* 배코 치다; (사람이) 머리를 면도하듯이 빡빡 깎다. 사라져 가는 좋은 우리말이다. 경상도에서는 ‘백구 치다’라고 한다.
* 칸타타(cantata);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성행한 성악곡의 한 형식. 독창, 중창, 합창과 기악 반주로 이루어진 큰 규모의 성악곡으로, 가사의 내용에 따라 교회 칸타타와 세속 칸타타로 나뉜다. 交聲曲.
32. 백련사(白蓮寺)
우화루(雨花樓) 돌배 꽃비 팔만 번뇌 쓸어가고
돌종이 우는 계단(戒壇) 북치는 부도(浮屠) 덕에
구천 명 생불(生佛)이 나와 흰 연으로 피나니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金山寺)의 말사(末寺, 본사에 소속된 작은 절)이다. 구천동계곡의 거의 끝 부분인 해발 900여 미터 지점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높은 곳에 있는 사찰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은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가 머물다, 하얀 연꽃이 솟아 나온 것을 본 후,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1979년 백련사 터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62호로 지정되었다. 백련사계단(戒壇)(시도 기념물 제42호)은 향적봉 쪽으로 오르는 뒷산에 있고, 자연석 기단 위에 높이 약 2m, 둘레 약 4m의 우람한 석종형 탑신이 올려져 있다. 대웅전은 앞면 5칸, 옆면 3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다. 그 왼쪽 공터 옆에 종 모양으로 생긴 승탑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된 매월당 부도(승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시는 곳)이며, 대웅전을 나와 일주문에 도착하면, 영국 언론황제 ‘로더미어’ 자작(子爵)의 부도를 볼 수 있다. 그는 부인(한국인)을 매우 사랑하여, 이곳에 남기를 원했다.(대한민국 구석구석)
* 일주문 지나 가파른 돌계단 위 우화루(꽃비를 보는 누각)를 지키고 선 500년 된 노거수 돌배나무는 절 전체를 압도한다. 4월말 쯤 만개하는 배꽃을 보면 황홀하기 그지없다. 탄허(呑虛) 스님(1918~1983)이 쓴 현판 초서가 날아갈듯 하다.
33. 향적봉(香積峰)
두견새 우는 산골 야상곡(夜想曲) 은은한데
짙푸른 주목 잎에 비수(匕首) 꽂는 상고대여
뫼 훈향(薰香) 가득 쌓이니 쉰 몸냄새 사라져
* 덕유산의 주봉(1,614m)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높이 제 4위의 명산이다.
* 두견(杜鵑);두우(杜宇)·자규(子規)·귀촉도(歸蜀道)·촉조(蜀鳥)·망제혼(望帝魂)·불여귀(不如歸)·접동새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낮에 운다. 흔히 야행성으로 밤에 우는 ‘소쩍새’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이 새는 올빼미과(천연기념물 제 324-1호)에 속하는 새다, 두견이(새)와는 그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
* 졸작 산악시조 ‘향적뇌성’(산음가 5-19) 참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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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書》 제28호(2017년도) 풍치시조 3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