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2) ,홍혜숙
새로운 선택
이른 아침 주유소로 출근한 소정이는 애프론을 두르고 사무실을 나와서 주유기를 점검
하였다
첫 손님으로 빨간 모닝차가 들어와 정차하고
운전석 창문이 열렸다.
얼마나 넣을까요?
삼만원 어치만 넣어줘요
주유를 끝낸 소정이는 주유호스를 제자리에
걸어놓고 주유 끝났습니다ㆍ하자
차안의 젊은 여자는 오른손으로 썬그라스를
쓰고 왼손으로 건네주는 카드를 그만 놓쳐
버렸다
아니? 손이얼었나? 집에서 밥이나 하시지
아이 아침부터 재수없어 퇴 침을 밷고는
부릉 차를 몰고 가 버린뒤 한동안 망부석으로 서있던 소정이는 갑자기 구역질이 나고
배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배를 움켜쥐고
사무실로 뛰어 들어간다
사장님 제가 지금 심한진통 때문에 조퇴
좀 할까 하구요
아니 근무 시작한지 얼마나 된다구
아예 집에 가서 영원히 방학 하던가 ....
평소에 무뚝툭 하고 융통성도 없고 배려
따윈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이긴 했지만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듯 멍해진 소정인
죄송합니다 고개숙여 인사하고 쫒겨나
듯 주유소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만 살아 계셨어도 이렇게 살진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들자 공연히 서럽고
억울하고 야속하고 아니꼽고 얺잖아서
뒤틀릴대로 뒤틀려 버린 소정이는 침대에
엎드리자 서러움이 복받혀 밤을 하얗게
밝히고 여명이 밝아올 즈음에야 잠들었다
바스락 소리에도 잠을 깨곤 하던 소정이는
꿈결 에서 들려 오는듯한 밥안먹니 하는
소리를 듣고도 대꾸하지 않았다
한동안 천정을 바라보며 어제의 일들을
곱씹어 보니 나의 자격지심인 거라고...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넘겨버릴수도
있지만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돼 !라고
생각한 소정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지금이야 말로 포기했던 내길을 찾는거야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린거야 라고
중얼거리며 토스터에 빵을 굽고 우유 한잔을 아침으로 대신하고 외출 준비를 하였다
유난히 막내딸을 귀여워 하셨던 아버지는
운전일을 하지 않으셨다면 사회 복지사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었다
노인 인구가 급속히 많아지는 사회속에서
소외당하는 노인들이 많아져 대책이 요구
되고 있다 시던 평소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사가 되어 어려운 이웃과 쓸쓸한
어르신들을 위해 살아가겠노라 다짐하며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열람실옆 컴퓨터방으로 들어가 인터넷을
열고 H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등록을
마치고 열람실에서 인간행동과 사회 횐경
책을 대출 해 가지고 나온 소정이는 가벼운
걸음으로 미장원을 찾았다
언니 친구인 미용사가 소정일 반겨준다
파마하러 온건 아닐테고 .....
언니 ,단발머리로 잘라 주세요
에구 아깝구먼 이렇게 좋은 긴 머리를
자른다구? 네 기르고 싶으면 또 기르면
되죠!
어깨위에서 찰랑대는 까끔한 단발머리를
거울에 비춰보며 맘에 꼭들어요
언니 !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미장원을
나온 소정이는 콧노래 까지 부르며 집으로
돌아와 대출 해 온 책을 착상위에 올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뒤 날마다 언니가 해 주는 음식을 당연하다는듯 받아 만 먹어 온것이 자못 미안 스러워 오늘은 깜짝 선물처럼
언니가 평소에 좋아하는 된장찌게라도 해보려고 냉장고 문을 열고 두부 호박 땡 고추
당근 야채를 손질하여 된장찌개를 끓이고
계란찜과 야채 샐러드를 만들어 식탁위에
차려놓고 제방에 들어와 한 동안 생각에 잠긴다
오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개인택시 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이년뒤 요양사
일을 하시던 어머니마져 심장병으로 돌아가셔서 졸지에 가장이된 언니는 간호조무사를
포기하고 아티스트를 꿈꾸며 공부하다가 어쩔수없이 포기하고 동네에서 2km 떨어져있는 민간 요양원에 조무사로 근무하며 가장 역활을 하고있다
동생 때문에 결혼도 미루고 있는 언니를 위해서라도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대출 해 온 책을 뒤적이고 있을때 낡은 대문 소리에 이어 자전거 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종일 소정이 생각으로 마음 쓰였던 언니는
소정이가 좋아하는 딸기 한팩을 담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문을 열자 뛰어 나가
언니 왔어 ?
아이구 깜짝이야 이게 무슨일?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하자
언니 원래 한귀염 하잖아?
언니 놀랬지?
순간의 선택이 준 변화야
나 이제 새로운 나로 변신 하려구!
사이버대학에 입학했어
조금만 기다려 주면 언니 실망 시키지
않을꺼야
언니는 들고있던 비닐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소정이를 와락 끌어안으며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소정이 사랑
해 주셔서....
둘은 얼싸안은채 방방뛰며 어쩔줄몰라했다
언니 이제 식탁에 앉아봐
내 첫 요리 솜씨 평 좀 해줘 봐
언니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야
종일 걱정으로 마음 졸이던 언니는 갑자기
180도 달라진 소정이를 보며 꿈인가 생시
인가 자기 넙적다리를 꼬집어 보며 된장찌개
를 한 숟갈 떠서 맛을 본다
어쩜 몇년만에 맛보는 엄마맛 된장찌개네!
소정아 넌 엄마 요리 솜씨를 닮았나봐
너무 맛있다
둘이는 오랫만에 마주앉아 부모님과 함께
하였던 추억들을 도란 거렸다
언니 내일 부터는 주유소 대신 도서관에
출석부 옮겨 놓고 공부에만 전념 할꺼야
그래 잘 생각했어 넌 끅 네 꿈을 이루고
말꺼야 축하해 !!
첫댓글 멋진 스마트소설이네요, 자매간에 따뜻한 우애와 사랑이 단연 돋보입니다. 서사와 문체도 아주 좋아요. 제가 원고지 형식으로 보정하여 다시 띄웠습니다. 양해바랍니다.